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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푸르름이 가장 짙어지는 계절. 도시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여름으로 옷을 갈아입은 숲으로 향했습니다.
00:19지금 여기로 가면 세상에 진짜 하나밖에 없는 숲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00:25얼마 만에 이렇게 나오신 거예요? 혼자 나온 건 진짜 오랜만이에요. 집에 갈 때쯤에는 얼굴에 초록빛이 돌게. 그렇게 숲을 머금고 가겠습니다.
00:35아니 서울에서 멀지도 않은데. 와 공기 질이 다르네.
00:42바람도 햇살도 초록으로 빛나는 숲.
00:47이 고요한 숲길 끝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00:55한여름을 건너는 지금. 인생의 그늘을 찾아 숲으로 갑니다.
01:08강원도 홍천으로 왔습니다. 왠지 모르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기절.
01:14안수지 씨도 그런 마음이었답니다. 그래서 고민 없이 짐을 꾸렸다고요.
01:22그녀가 택한 여행지는 바로 숲.
01:27어? 여기 앙증맞은 의자가 있네.
01:32와 1인용?
01:34길가에 놓인 의자 하나. 누군가 잠시 쉬어가라는 배려겠죠.
01:43그 마음에 기대어 잠시 앉아봤습니다.
01:46약간 무슨 반성하게 하는 의자인 줄 알았는데 힐링하게 하는 의자입니다.
01:56그냥 여기 딱 앉으니까 이 의자를 놓으신 분의 의도를 누구나 알 수 있어요.
02:02앞에 자작나무들이 쫙 내려다보면서 왔니?
02:07네 왔습니다.
02:08그런 느낌.
02:14포근하게 감싸안으며 조용히 반겨주는 숲.
02:18이제야 숲에 왔다는 걸 실감합니다.
02:24이 숲을 만든 사람은 어떤 분일까요?
02:28아 여기 이렇게 건물이 있네.
02:30안녕하세요.
02:31안녕하세요.
02:33아 여기 사장님이세요?
02:35네.
02:35너무 자연스럽게 숲에다가 이렇게 뭔가를 만들어 놓으신 것 같아가지고.
02:40제가 숲에서 지금은 30년 동안 살고 있으니까
02:43그러니까 숲이 누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숲이 가르치죠.
02:48숲이 저한테 질문하고 저는 대답하고 그렇게 대답해서 만드는 그런 공간.
02:55이 숲의 주인장은 올해 63살에 출기순 씨.
02:5930년 전 전 재산을 털어 이 숲을 샀답니다.
03:05이유는 단 하나.
03:08자연이 좋아서.
03:12그 후로 매일같이 숲을 가꾸며 자신만의 거대한 낙원을 정성스럽게 일구고 있습니다.
03:19자연에게 돌려준 콩밭.
03:30여긴 콩밭이었어요?
03:31여기다 콩밭이었죠.
03:32제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
03:35자작자작.
03:36자작나무.
03:37와.
03:39내가 좋아하고 심었어요.
03:41아니.
03:41원래 이곳은 화전민들이 콩을 심던 밭이었답니다.
03:46그 땅에 좋아하는 나무를 심다보니 어느새 숲이 되었죠.
03:53그에게 숲은 운명이었습니다.
03:5630년 넘게 맹수를 따라다니며 야생의 순간을 기록해온 기순 씨.
04:05그 여정 속에서 러시아의 깊은 숲의 마음을 빼앗겼고
04:11나만의 숲을 만들겠다는 꿈이 생겼죠.
04:15그리고 그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됐고요.
04:27아니 근데 저 숲에 저게 뭐예요?
04:31희한한 건물이 있네.
04:32나무 위에?
04:34트리하우스.
04:35트리하우스요?
04:36네.
04:36시베리아에서 호랑이 찍을 때 나무 위에서 6개월 1년 이렇게 살거든요.
04:41그래서 살아보니까 나무 위에서 살아 살고 있는 그 시간과 기운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04:49아 나도 그러면 가끔은 저 공간에서 살아야 되겠다 해서 제가 살고 있는 공간.
04:54호랑이 찍을 때 높이.
04:56네.
04:57그 높이만큼 공간에서 구성한 거예요.
04:59와 근데 어떻게 저렇게 만들면 좋겠지?
05:04자작나무 숲을 지이나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05:11와 완전히 만화 속에.
05:14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앙증맞은 집 한 채.
05:21시베리아에서 20년을 살며 10년을 공부해 직접 만든 나무 위의 집 트리하우스.
05:31와 진짜 한가운데 기둥이 있네.
05:34네 기둥이 있죠.
05:35자연 기둥.
05:36어머 어머.
05:36너무 잘 들으셨는데요 이거.
05:38나무가 살아있죠.
05:43한 군데서 힘을 받는 게 아니에요.
05:45힘이 분산되니 나무한테 힘이 분산돼서 아프지 않게 만드는 게 기술이죠.
05:53숲과 함께 살기를 꿈꿨습니다.
05:56하지만 상처는 주고 싶지 않았죠.
05:59그렇게 탄생한 나무를 품은 집.
06:02이 집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06:08이게 진짜 살아있는 나무가 이 집과 혼연일체가 된 거예요.
06:12그거를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냐면은 여기 보시면은 싹이 났어요.
06:21너무 신기하다.
06:23이게 나무를 어쨌든 여기다가 뭔가 상처를 내고 집을 짓는 거니까
06:26그냥 미안해서 제가 음악을 하루 종일 섹스픈을 불러줬어요.
06:31저는 저를 불러서.
06:32여기가 예술입니다.
06:35여기가 예술이죠.
06:39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풍경.
06:43아예 이 액자에서 이렇게 보니까 이거는 백만불 이상의 그림.
06:48그래요?
06:48그런데 빛이 계속 바뀌는 그림.
06:51자연이 주는 힘이 그런 것 같아요.
06:53그 순간적으로 느낄 수 없는 어떤 그런 감정선들.
06:57툭툭툭 치는 거.
06:59그게 자연의 힘인 것 같아요.
07:01계절마다 시간마다 이 집 창밖에선 매일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겁니다.
07:11아, 좋다.
07:15다음은 어딥니까?
07:17이제 이곳은 그 이끼숙.
07:20이끼숙?
07:21네, 이끼길.
07:23와, 이게 이끼예요, 나?
07:25네, 이거 이끼예요.
07:26와!
07:28그래서 여기서 신발을 벗으시고
07:30맨발로 이제 이끼끼를 걷는 거예요.
07:32한번 걸어보세요.
07:33아니, 이끼는 저는 돌이나 이런 데 끼는 건 줄 알았는데.
07:36여기서 아주 천천히 그냥 평상시 걸음보다는
07:40발에 눈이 달렸다고 생각하고 걸으셔야 돼요, 이렇게.
07:44그리고 중간중간 눈을 감고 촉감을 느끼세요.
07:48그리고 계곡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07:50그렇게 해서 쭉 한번 걸어서 길어요.
07:54아마 국내에서 가장 긴 이끼길일지도 몰라요.
08:00이 기절, 그의 숲에서 가장 빛나는 공간.
08:04그가 직접 심고 가꾼 이끼길입니다.
08:08이 길은 그냥 걸을 수 없죠.
08:17어? 어? 어?
08:20맨발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데요.
08:23발끝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짜릿함, 상상이 되시나요?
08:33이게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고 적당한 온도에, 적당한 습도에.
08:39아, 발바닥 전체를 완전히 쫙 밀착돼서 지구가 달라붙는다.
08:47아, 착착 붙어요, 발이.
08:51이런 이끼길을 걸어본 적 있습니까?
08:53없죠.
08:54이끼를 보면, 거기를 밟으면 넘어진다로 인식이 돼 있는데,
08:58일단 얘는 그렇게 축축하지 않고요.
09:00맨발로 밟으니까 그냥 자연 대 자연이 돼, 이렇게 조우하는 기분.
09:06엄청 섬세하게 폭신하고 부드럽고 촉감이 좋습니다.
09:12아, 진짜.
09:13이끼 위를 걷는다? 누가 상상이나 해보았을까요?
09:18오직 이 숲에서만 가능한 경험.
09:21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집 한 채를 만나게 됐습니다.
09:25와, 얘 예쁜 집은 뭐지?
09:28숲속에 작은 집?
09:30상영가.
09:39오, 극장이 있네.
09:45숲 한가운데 극장이라뇨?
09:50상영 중인 것은 기순 씨가 직접 촬영한 것들.
09:55어쩌면 이곳도 오래전부터 꿈꿔온 공간이었겠죠?
09:59우아, 비밀의 길곡.
10:20여름 숲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길곡.
10:23우아, 차가워.
10:27우아, 차가워.
10:28우아, 우아.
10:31얼음 차, 얼음 차.
10:33우아, 시원해.
10:35우아.
10:37우아.
10:38발만 살짝 담궜는데 온몸이 얼음 녹은 것 같네.
10:44얼음 뿌린 것 같아.
10:48고요한 여름 숲 한가운데 시원한 길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려니
10:53여기가 지상 낙원.
10:55꿈꾸던 순간입니다.
11:03하룻밤 묵어갈 숙소를 소개받았습니다.
11:05오늘 묵으실 방을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11:09와, 이 집들이 되게 독특하게 예쁜데요?
11:12제가 러시아에서 한 20년 생활했기 때문에 북유럽풍의 디자인을 만들었어요.
11:22첫눈에도 외구하니 평범치 않아 보이죠?
11:25나무를 아예 자르지도 않고 그 모양을 그대로 한 다음에 사이사이에 저건 뭐예요?
11:29진흙이에요. 황토.
11:31황토?
11:31네, 황토하고 섞어서 만든 아주 건강한 집.
11:35이 전체가 다 숨을 쉬는 집이죠.
11:39와, 지금 비행기 탔나 내가. 외국으로 와버렸네.
11:48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고 나무 결이 살아있는 따뜻한 공간.
11:54어쩐지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집.
11:58곳곳엔 자연 액자가 걸려 있고요.
12:01말을 안 하고 싶어지는 숙소입니다.
12:05쉴 새 없이 바뀌네, 진짜.
12:07와, 하루 종일 봐도 지루하지가 않겠다.
12:11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정돈되는 기분.
12:20한낮의 열기가 물러나고 여름 숲에도 서늘함이 내려앉는 오후.
12:25불이 문득 그리워지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12:30저는 이렇게 하루 종일 굉장히 숲에서 많은 힐링을 받고 제가 굉장히 성숙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12:45그런데 배는 고픈 건 웬일이죠?
12:49나는 밥 안 먹어도 배부를 줄 알았는데 오늘 너무 좋아서.
12:54양을 좀 많이 준비했어요.
12:55이거 진짜 성인 남자들이 그냥 산적처럼 끓는 양인데요.
13:02제가 러시아 숲에서 먹었던 기운을 살려서 맛있게 해볼게요.
13:08이게 뭐예요, 이게?
13:10이게 러시아 음식인데요.
13:12샤실릭이라고 꼬치구이.
13:14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뭐니뭐니 해도 먹는 즐거움.
13:23양념에 재운 돼지고기를 꼬치에 끼워 숯불에 구워먹는 러시아식 꼬치구이인데요.
13:31기순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랍니다.
13:33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고요.
13:37욕박을 들어, 욕박.
13:39응?
13:42응.
13:44고기부터 넣고 빵 넣고?
13:46응, 고기 넣고 빵 넣고. 유럽처럼.
13:54우와.
13:55맛있을 거예요.
13:57두툼하니까 육즙이 쫙 빠지네요.
14:00맛을 한번 짤리도 보고.
14:03두툼하게 썰어서 한참 익힌 게 진짜 신의 한 숲.
14:07겉바속촉.
14:09고요한 숲에서 타오르는 불빛 바라보면서 즐기는
14:14맛있는 한 끼.
14:17여기에 자연이 조용히 다가와 다정히 말을 건네니 모든 순간이 낭만적입니다.
14:24다음 주 정도면 여기 이제 반딧불이가 가장 절정 이룰 때는 한 200마리 정도 나와요.
14:34반딧불 200마리요?
14:36네.
14:37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그거잖아요.
14:39제가 한번 불러드릴까요?
14:40네.
14:41난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14:47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14:54몰랐어요.
14:56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14:59그래도 괜찮아.
15:02난 눈부시니까.
15:04불꽃이 타오르고 반딧불이 어둠을 수놓는 밤.
15:20여름 숲에서 문득 인생을 생각합니다.
15:25빛은 짧지만 그 찰나의 아름다움은 오래 기억될 거라고.
15:30하루가 어땠어요?
15:34하루가 꽉 찼는데 헐렁했어요.
15:39굉장히 이상한 어떤 모순적인 말이지만 헐렁했는데 또 꽉 찼어요.
15:48아, 모닷불까지.
15:50너무 좋네요.
15:52여름 숲의 모닷불처럼 이 밤도 곧 사라지겠죠.
15:56하지만 그 기억은 내 안의 불빛처럼 오래 남을 겁니다.
16:05밤하늘의 별들이
16:07반딧불이 돼버렸지
16:11날씨 너무 좋다.
16:15많이 좋아졌네.
16:17우리 초카스 라도 입고 보고 싶으니까 너무 멋있다.
16:19예쁘다 너도.
16:20내 바지가 더 예쁘지.
16:23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어.
16:25그치?
16:26그래.
16:26고마 고마 고마.
16:28고마야 돼.
16:28왜 왜 왜.
16:29재밌는데.
16:30쟤가 제처럼 나도 같이
16:32막 이랬으면 좋겠는데
16:33콜랑콜랑.
16:34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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