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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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전기풀 밑에서 사는 것보다 호름풀 밑에서 사는 게 더 나아 옛날같이
00:12빠르게 흘러가는 바깥세상을 뒤로하고 과거로 돌아간 한 남자가 있습니다
00:18작업자족은 요 안에서 다 한 거야
00:20계절에 몸을 맡긴 채 느긋한 마음으로 살아가니 삶은 더 여유롭고 풍족해졌는데요
00:27모든 게 흐려졌지만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그 해답만큼은 아주 선명해졌죠
00:42큰 뜻은 없고 욕심도 없고 이걸로 만족하지는 않죠
00:47호수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자연인 민병철 씨를 만나봅니다
00:51잔잔한 수면 위로 지푸른 등선이 넘실대는 곳
00:56오늘은 산길이 아닌 물길 따라 여정을 시작합니다
01:00경치 좋네
01:06배가 몇 개가 있어요 지금 여기 보니까 배가 한두 개가 있는 걸로 봐서는
01:11안쪽에 사람이 산다는 얘기지
01:14지금 이제 배가 여기 이제 유리로 오는 것 같아요
01:19왜냐하면 우리 스태프들이 여기다가 물건을 쌓아 놓은 거 보니까
01:23그러니까 이걸 싣고 이제 다 가는데
01:27한 번에 갈 수 있겠지
01:30배가 이런 배면은 사람도 많이 타야 되는데
01:34갑자기 배가 나오는데
01:35배.. 배 와요?
01:38오!
01:39뭐야?
01:41저.. 저 배라고?
01:44저 배가.. 저 배가 아닌 것 같은데
01:46땜복 같은데?
01:48나 낚시하시는 분 같아요?
01:52아무래도 이렇게 물 쪽에 사시는 분들은
01:55낚시 같은 걸 많이 하시거든요
01:58쏘가리 예상해 봅니다
02:00쏘가리!
02:01딱 쏘가리 있게 생기지 않았어요? 쏘가리?
02:04쏘가리가 날 부르는데 지금?
02:05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던데?
02:07쏘가리 좋죠?
02:09근데 이 자연인을 만나야 쏘가리를 잡든가 말든가 할 텐데
02:14언제 오시는 거예요?
02:17어?
02:19배 운다?
02:21저 배인가?
02:25오! 이쪽으로 튼다!
02:27좋은 거 같아!
02:29아! 과연 이번에 저 배에 자연인이 타고 있을까요?
02:34안녕하세요!
02:38하하하하 손 흔들어주시네 맞네
02:41하하하하
02:43아이고 왔다! 왔다! 왔다!
02:48쏘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02:51하하하하 이거 안녕하세요!
02:54안녕하십니까?
02:55아유 반갑습니다!
02:57오다. 지금 아유 반갑습니다.
03:01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저 MB의 나는 자연이다에서 나온 이승윤입니다.
03:05네 반갑습니다.
03:07아, 여기 그리스도 지금 혼자 지내시는 거예요?
03:10반갑습니다.
03:11그러니까 여기서 사신 지는 얼마나 되신 거예요?
03:14여기서 사신 지가 아우린 돌아가시고 나서 한 30년 되죠, 지금.
03:18아, 이거 오래되셨군요.
03:22언니 인상이 되게 좋으세요.
03:24응, 그래요.
03:25웃는 모습이 많이 낯서시죠?
03:28네, 감사합니다.
03:31첫 만남이라 좀 많이 쑥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03:36자세도 지금 완전 차렷 자세에다가.
03:38여기 피디들 보려고.
03:40하긴 이렇게 갑자기 많은 사람이 와가지고 좀 낯선 것도 있고, 그렇죠?
03:46하나의 팁은 그냥 없다고 생각하고 저랑만 대화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03:53그러니까 저한테 묻고 싶은 거 있으면 저한테 묻고.
03:58아니, 뭐 낯설고 어색하신 게 당연하죠.
04:01지금 많이 긴장되시죠?
04:03승윤 씨가 금방 풀어드릴 거예요.
04:07또 되게 궁금한 게 있는데요.
04:10이 물에 혹시 쏘가리가 샤나요?
04:13있습니다.
04:14쏘가리가 있습니까?
04:16잡기도 하십니까?
04:17잡기도 하죠.
04:19잘 잡힙니까?
04:20한두 번씩 흘러와요.
04:21아, 그래요?
04:22아니, 제가 뭐 쏘가리가 뭐 그 짓거나 그런 건 아닌데.
04:25아, 쏘가리가 있군요.
04:27쏘가리, 매귀.
04:28아, 매귀도 있고.
04:29장어도 있고 다 있어요.
04:31가물치.
04:32장어, 장어, 장어면 자연산.
04:35그렇죠, 자연산.
04:36장어.
04:36그, 오, 그래요?
04:38네.
04:38아, 역시.
04:40아니, 이 딱 물을 보는 순간 예상은 했었거든요.
04:43여기 뭔가 이제 뭐 많을 것 같다.
04:46그런데 아, 역시나 뭐 많이 있네요.
04:48아, 오늘 산으로 안 가고 여기로 오기를 잘했는데요.
04:51네,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04:52어, 근데 배가 상당히 커요.
04:57저 이렇게 큰 배가 올 줄 몰랐거든요.
04:58그렇죠.
04:59네.
05:00이 배가 저기 저 끝내 편에
05:02옛날에 여기 저 사람 태워가다가 운행하던 거 여기.
05:07옛날에는 이 배로 이제 승객들을 태우고 왔다 갔다 했었던 곳이죠?
05:12네.
05:1280년대에는 이 배 가지고 이제 운행을 해줬고.
05:1580년대.
05:16네.
05:17그러면 되게 오래된 배네요, 80년대 배면.
05:19응, 오래됐죠.
05:21네.
05:22한때는 학교 가는 학생들도 장에 나가는 어르신들도 매일같이 애용하는 교통수당이었죠.
05:28세월이 흘러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떠난 지금은 이곳의 유일한 주민인 자연인의 자가용 배가 됐고요.
05:36배가 찌울리지 않게 타세요.
05:39몇십 년 만에 많은 사람이 타서 배도 좀 긴장을 하겠는데요.
05:44오, 간다, 간다, 간다.
05:46자, 50여 년 전 댐이 만들어지면서 배 없이는 오도가도 못하는 그 육지 속에 섬이 돼버렸지만 그 덕에 집으로 오갈 때마다 백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게 됐죠.
05:57아, 여기 경치 진짜 좋네요.
06:00경치가 엄청 좋아.
06:01아, 또 이렇게 소풍 가는 것 같습니다, 소풍.
06:07네, 유람하는 거지 뭐.
06:09네.
06:10아, 경치 보면서.
06:11아, 여유가 느껴지네요, 여유가.
06:15그래서 이렇게 인상이 좋으신가봐.
06:17인상이 좋으신가봐.
06:19하하하하.
06:20유로해서만 사니까.
06:21그 말이야.
06:22어?
06:23왜, 왜 갑자기 일어나세요?
06:25다 왔어요?
06:26아, 운전을 발로 하고 계셨구나.
06:31아, 방향을 발로 잡으시는군요.
06:36하하하하.
06:38아, 하도 오랫동안 이걸 타셔서.
06:41응.
06:42발로도 이제 운전을 하시는군요.
06:44아, 이 발재관에 가까운 이 섬세한 발로님.
06:51아, 역시 24년째 물 위에서만 산 베테랑다운 그 면모 좋습니다.
06:56여기 사시는 곳은 어디에요?
07:01아, 저 안쪽에 집이 있어요?
07:03아, 아니요.
07:04바로 여기에요.
07:05바로 여기에요?
07:06아, 집이 전혀 안보이는데.
07:09아, 지금 그럼 다 운전이요?
07:11여기 다 왔어야지.
07:13아.
07:14자, 백길로 5분여에 드디어 그가 사는 세상에 닿았습니다.
07:18자, 도착한 것 같습니다.
07:20자, 올라갑시다.
07:22예, 예.
07:23아, 이쪽으로 가면 되나요?
07:26우린.
07:29푸른 호수를 앞마당 삼고, 우거진 수 푸른 뒤뜰삼은 그만의 안식처.
07:34욕심 없는 풍경들이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이 땅이 바로 자연인이 사는 곳입니다.
07:39아, 여기가 집이군요?
07:44예.
07:45예.
07:4650년 된 거, 50년.
07:4750년이요?
07:48응.
07:49아, 딱 봐도 진짜 오래돼 보이네요.
07:51네.
07:52이게 옥수수예요?
07:57옥수수요.
07:58옥수수?
07:59파.
08:00가지.
08:01가지.
08:02여기 이쪽에는 고추, 저쪽에는 감자.
08:04감자도 있고.
08:05네.
08:06성격이 진짜 정확하신가 봐.
08:09이거 해놓은 거 보면은
08:11흔치의 오차도 없이 이렇게 딱 정갈하게 잘 해놓으셨어요.
08:14네.
08:15요거 이제 먼저 따먹을 거고, 저건 나중에 따먹을 거고.
08:19아.
08:20그렇게 이제 칭칭이 둔 거예요.
08:22이제.
08:23철 따라 부지런히 자급자족의 삶을 꾸려가는 덕분에
08:26네.
08:27먹을 거리 걱정은 없습니다.
08:30아유.
08:31가만히 있어봐.
08:33왜왜?
08:34왜요?
08:35뭐, 뭐 쳐서요?
08:36전기 없는 거죠, 지금?
08:37전기가 안 들어와요.
08:39그래서 전기가 안 들어오는 거예요.
08:41네.
08:42왜냐면.
08:43전봇대가 하나도 없어요.
08:44없어요.
08:45전기가 필요 없잖아.
08:46촛불 켜고 살으니까.
08:47그리고.
08:48옛날, 옛날식으로다가.
08:49밤에는 촛불 켜고 사서.
08:51네.
08:52그럼 솔직히 좀 불편함을 느끼실 거 아니에요.
08:55불편한 거 없어요.
08:57하긴 불편한 거 없으시니까요.
08:58살고 계시겠죠.
09:00그러니까 시간이 여기만 이렇게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09:03그렇죠.
09:04여기 봐도 다 이렇게 많이 낡았잖아요.
09:0950여 년 전 처음 아버지가 사셨던 그 모습 그대로
09:13웬만해서는 손대지 않고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데요.
09:20아버님 함자가 민자, 홍자, 식자거든요.
09:24기러기 홍자예요. 기러기 홍자.
09:26먹을 식자에다가 심을 식자.
09:29그러니까 한번 풀을 해보면 기러기는 물고기를 잡아먹어야 산다.
09:36아버님이 함자가 그렇게 돼가지고 여기 들어오셔가지고
09:40허가를 내신 거야.
09:42문명이었나 봐요.
09:45그러게요.
09:45이름 뜻 따라 산속이 아닌 물가를 택하신 아버지 덕분에
09:49이렇게나 좋은 곳에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09:52그때 이제 그대로 그냥 사시는 거잖아요.
09:55네.
09:59야, 이게 뭐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이 집은
10:02아버지의 손대가 묻어있어서 더욱 좀 정겨운 느낌이 드는데요.
10:06아우, 이게 텐바루가 있어서 좋네요.
10:09이게 내가 된 거예요.
10:11아, 이거는 지금 만드신 거예요?
10:12네.
10:13문 있는 앞으로는 내가 다 다른 거예요.
10:16그래도 좀 변화가 있었네요.
10:17그렇죠.
10:18이 지붕도 새로 만드시고.
10:20네.
10:21아, 여기 이게 평소에 드시는 게 여기 있네요.
10:23네.
10:24고추장이랑 고춧가루, 쌈장, 된장 이렇게 있네요.
10:27네.
10:27아, 라면 스프가.
10:31라면을 이제 가끔 먹어야지.
10:34아, 먹어야죠, 그럼요.
10:36이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음식 보관이 쉽지 않죠.
10:39그래서 장류와 장아찌처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에
10:42또 라면과 쌀만을 챙겨놔서
10:44부엌 살림이 아주 간소합니다.
10:46그리고 간식거리도 이거 뻥튀기가 있네요.
10:49뻥튀기.
10:50네.
10:51저거 저 작품감민들 드리려고 갖다 놓은 거예요.
10:55아, 우리 스태프들 주려고 이거 사오신 거예요?
11:00네.
11:00저 안에 참외하고.
11:02참외도 사놓으셨어?
11:03네.
11:04왜 사놓으셨어요?
11:05시원하게 드셔야지, 이거 보시면.
11:07아유, 감사합니다.
11:08여기 전기도 안 들어오고 아무것도 안 들어오는데
11:09시원하게 드실 게 있어야지.
11:12아, 또 감동이.
11:13잘 먹겠습니다.
11:14분명 부족하고 불편한 것 투성인데도
11:18여기 살수록 때묻지 않은 그런 순수함과
11:21맑은 웃음은 아주 넘쳐납니다.
11:24아, 우와.
11:26벽지도 이거 옛날 벽지 그대로 있네요.
11:29정겹네요, 근데.
11:31옛날 시골집 있잖아요.
11:32그런 생각이 나고.
11:33여기 있는 거는 그냥 딸랑이 장롱 하나.
11:36이게 끝이네요.
11:38뭐 TV도 없고, 냉장고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11:43아, 이거 평소에 쓰시는군요, 족보.
11:44응, 촛불.
11:46그리고 겨울에 이제 난방.
11:47이제 겨울 산하고요.
11:50단철하네요.
11:51단철하죠.
11:53단철한다, 예.
11:55어둠을 밀어낼 빛과 추위를 견딜 온기만 있다면
11:58사실 뭐, 오지에서의 삶은 크게 불편할 게 없다고 합니다.
12:02잠깐 들어왔는데
12:04지금 벌써 땀나고 덥거든요.
12:07덥죠.
12:07여름 어떻게 나하세요?
12:09여름에도 그런 대로 지내요, 그냥.
12:11그런데 더우면 저기 가서 이제
12:12사와도 하고
12:15안 그러면 배에서 사와도 하고
12:17땀나면 땀나는 대로.
12:21네, 땀나는 대로.
12:22그래서 여름이 있는 거고
12:23봄이 있는 거고
12:25겨울이 있는 거고
12:26겨울에 이제 춥다
12:29느낄 때가 이제 여름이 좋은 거고
12:32아, 그렇죠, 그렇죠, 그렇죠.
12:34예,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더니
12:37사는 게 좀 쉬워졌다고 해요.
12:39자연의 품에 안긴 그 순간부터
12:41지금까지
12:41자연인은 여전히 인생을 터득해 가는 중입니다.
12:48와, 대나무만 멋진데요?
12:52대나무가 꽉 찼어, 여기.
12:53와.
12:5350년 전부터 있었던 거야, 이게.
12:57아, 이 대나무 숲이요?
12:58응.
13:00죽순 이제 많이 올라왔는데 지금.
13:02꺾어보시죠.
13:04와.
13:05이야, 6월까지가 죽순철이라는데요.
13:08때맞춰 제철 식재료를 맛볼 수 있는 거는
13:10이건 뭐 자연사리의 특권이죠.
13:13꺾을까요?
13:14네, 꺾어요.
13:17오.
13:18이 죽순으로 뭐 어떤 거 해서 드시게요?
13:26죽순, 이거 장에 한번 넣어보려고요.
13:29아, 장에다가?
13:30장은 많으니까.
13:31네.
13:36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13:38이 정도면 충분해요.
13:39네.
13:40가시죠?
13:40네.
13:41자, 자, 죽순으로 본격적인 식사 준비를 한번 해볼까요?
13:47자, 이거 깔고 안 보여줘.
13:49네.
13:50감사합니다.
13:52파란 거는 다 잘라버릴 거야, 이제.
13:55파란 건 찔겨서 못 먹어.
13:56그렇죠, 이 연한 것만.
13:58이 연한 것만 먹어야 되지.
13:59아, 이런 식으로 하는 거였구나.
14:05이거 먹어봤나, 이거?
14:08먹어봤죠.
14:09뭐 특별한, 막 뭔가 맛이 강한 건 아닌데
14:12은은한 향이 있잖아요.
14:15향이 좋아, 이게.
14:16대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아야 되는데
14:18대나무처럼 꿋꿋하게 사는 사람도 있을까?
14:23갑자기요?
14:26아, 대나무처럼 꿋꿋하게 사는 사람 있죠?
14:30여기도 한 명 있습니다.
14:32대나무처럼.
14:33어떤 굳은 절개.
14:35소풀.
14:37양풀.
14:39아니면 또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고.
14:43정말 뭐,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밀어붙이는
14:46개그계의 대나무죠.
14:49덕분에 초반에 어색함이나 좀 긴장
14:51이런 게 좀 많이 풀린 것 같은 그런 느낌?
14:55이거 물에 담가야 되는 거죠?
14:56물에다, 저 물에 담는데.
14:57독성이 빠지도록 한, 두 시간 정도
15:01담가놔야 한다는데
15:02그동안 밥을 안 쳐야겠네요.
15:08밥을 많이 하시네요.
15:11이분이 먹으려면 다 먹어요.
15:13이렇게 많이 하세요?
15:13우리 것까지 다 하는 거예요?
15:15그래요.
15:16아, 아낌없이 내어주시네요.
15:19대나무 같으세요.
15:21줄 때는
15:21사줘야지.
15:23어, 됐다.
15:30밥 올려놨으니까
15:31네.
15:32여기 앞에 텃밭 좀 가보자고.
15:34여기 텃밭 있어요?
15:35뭐 뜯을 게 있나?
15:39아, 이게 심어놓으신 거예요, 여기다가?
15:40네.
15:41아, 여기 더덕도 있고.
15:44네.
15:45아, 여기 친나물이고.
15:46집 뒤편에 있는 작은 텃밭은
15:49어느새 부추와
15:51삽닙국화로 우거져 있습니다.
15:53아니, 이게 모르고 여기 막 다니면서
15:55맞아.
15:57부추를 다 밟아놨어.
15:59안 밟은 거 먹으면 돼야.
16:01이거 다 뭐해?
16:03평소에는 뭐해서 드세요?
16:05주로 김치지 뭐.
16:06주로 김치?
16:07응.
16:07그래도 뭐 가끔 뭐 장날 나가면은 좀 뭐 좀 사서 드세요?
16:11사서는 먹지는 않고
16:12그래서 집에서 농사진거나
16:14그래서 먹고
16:16나가봐야 또 칼국수밖에 안 좋아해 또.
16:19칼국수?
16:20응.
16:21가끔 그래도 고기 생각 안 나세요?
16:23고기는 이제 이따가 하면 한 달에 한 두 번 먹죠.
16:25한 달에 한 두 번?
16:27뭐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바뀐 건지
16:29아니면은
16:30오랜 자연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16:32그의 식성도 참 많이 변했다고 해요.
16:35한낮 풀떼기로 여겨졌던 것들이
16:37뭐 지금은 최애 반찬이 됐으니까요.
16:40이 칼도마가 이게 50년도 넘어.
16:4350년도 넘어.
16:45아버님께서 드시고.
16:46아, 아버님께서 드시고.
16:47아, 아버님께서 스토리였는데.
16:51도마와 같은 작은 살림살이 또
16:53긴 세월 변함없이 이어져 왔는데요.
16:56그리고 이맘때면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음식까지도
16:59여전히 챙기고 있고요.
17:01야, 근데 이거 씻으니까
17:02탕이 확 올라오네.
17:04음, 이 신선한 향.
17:08그냥 뭐 장류에다가 김치로 이렇게 드시는데
17:11또 이렇게 저 왔다고 또 이렇게 또.
17:13그렇지.
17:14죽순까지 따서 또 삶고.
17:15맛있게 해줘요. 다음에 또 오지.
17:17아무 맛이 있으면 다음에 안 올 거 아니야.
17:19아니, 여기가 뭐 식당도 아니고.
17:23식당 아니면 어때.
17:24또 오죠, 제가.
17:27그렇지.
17:29삶 넘고 물 건너서 이 먼 곳까지 와준 게
17:32고마워서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신가 봅니다.
17:37된장찌개 할 것 같구나.
17:38아, 죽순이 들어간 된장찌개.
17:48이거 꼭 기대가 되는데요.
17:49이런 장은 다 어디서 구하시는 거예요?
17:51집사람이 대전소에 가져와가지고
17:53여기 이쪽에 걸길에 가져온 거야.
17:56장이 맛있게 담았더라고.
17:59부인에게 밭에서 거둔 콩을 딱 보냈더니
18:01이렇게 귀한 걸 담가서 되돌려줬대요.
18:03너무 많이 넣는 거 아니에요?
18:05엄청 짤 것 같은데.
18:09실수로 많이 넣으신 건 아닌 것 같은데.
18:11글쎄요.
18:13칼질도 뭐 그렇게 능숙해 보이진 않으시고.
18:16그러게요.
18:17요리를 많이 안 해보셨나 봐요.
18:20많이 안 했어.
18:21김치에다가만 드셔서.
18:27그만 써봐라 또.
18:28뭘 넣어, 뭘 들어가야 되나.
18:31고춧가루.
18:32고춧가루 약간 넣어야 돼.
18:33됐어요.
18:38참, 마늘.
18:42아무리 해도 좀처럼 늘지 않는 게 요리 실력이라는데
18:44좀 서툴고 한 번씩 헤매긴 하지만
18:47그런 대로 이렇게 잘 해 드시고 계시대요.
18:50한조금 푹 끓이면 될 것 같습니다.
18:52그렇죠.
18:53아, 축수네.
18:54가진 나물까지 넣어서 아주 그냥 푸짐하네요.
18:59가만 있어봐.
19:03냄새가 좀 이상한데.
19:08뻥튀기 냄새가 왜 나죠?
19:11누가 뻥튀기 넣는 내가 보지.
19:13아, 뻥튀기.
19:14고소한 냄새가 좀 많이 나나 본데요.
19:17아, 오히려 좋아.
19:19약간 누룽지.
19:20약간 누렸지?
19:21누룽지 됐어요.
19:22약간 누렸어요.
19:23아, 누렸어.
19:24아, 좋아, 좋아.
19:25이게 뻥튀기 냄새가 나는 게 이유가 있었네.
19:29그래, 누러서 그래.
19:32음.
19:33됐는지?
19:33음.
19:34잘 됐어요.
19:36어차피 비벼서 먹을 거니까
19:37여기다 비벼면 되겠네.
19:42안 이렇게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연에서는?
19:44그렇지.
19:46그래 쓰면 나지.
19:49이렇게 넣고
19:50고추장을
19:52들으려면 나 한 숟갈 넣고
19:56됐어, 넣고
19:57비비는 거죠, 뭐.
20:00이렇게 해서
20:00아, 그렇죠?
20:03어, 신선하고 맛있을 것 같은데, 이거?
20:06어, 아, 죽순 된장찌개도 아주 구수하게 잘 끓은 것 같아요.
20:10자, 드디어 밥상을 마주할 시간이 왔습니다.
20:14엉덩이 붙이는 곳이 곧 식탁이 돼서
20:17어디든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식사를 할 수 있으니까
20:20이건 뭐 밥맛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20:22아, 드시죠.
20:24어, 맛있게 들어요.
20:25예.
20:27맛이 질나나 모르겠네.
20:29아, 맛있을 것 같아요.
20:33음.
20:35굴 맛인데요.
20:39맛있는데?
20:40아, 맛있어요, 맛있어.
20:43상관 한 번 떠봐.
20:45죽순 된장국.
20:46오, 짜지?
20:53평범한 된장국을
20:54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20:57아, 된장국이
20:59고급스러운 맛이 나요.
21:02뭔가
21:02이 죽순의
21:04슴슴한 맛.
21:06그리고
21:06식감.
21:08잘 어울리는데요, 된장국이랑.
21:11죽순도 많네,
21:12장에도.
21:13음, 된장이랑 이게 어울리네.
21:17자연의 맛이 납니다.
21:20아, 계속 들어가는데 이거.
21:22밥이.
21:24맥기니 신선한 맛이 그냥 입안 가득 푸짐하게 들어오면은
21:28그 소박함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을 느끼곤 합니다.
21:32그 순간을 만나기까지
21:34그리 쉽지만은 않았죠.
21:37먼저 이제 동생하고 아버님하고 여기서 살고
21:40나는 이제 수술이 왔다 갔다 했었고
21:44어머님은 그러면
21:46어머님은 이제
21:4780년도에
21:49돌아가셨는데
21:51승윤산에서 돌아가셨고
21:52아, 일찍 돌아가셨네요?
21:54일찍 돌아가셨고
21:54셋째 밑으로 이제 남동생 하나 있었는데
21:57거기서 하나 잃는 바람에
21:59병을 얻어가지고
22:01아, 그럼 남동생이 좀 아팠나요?
22:05안 아팠어.
22:066학년 올라갈 차례
22:07네.
22:09이제
22:09자고 있나고서 보니까 죽어있어.
22:14어?
22:16살 맞았다고 그러나?
22:17여기 한쪽, 한쪽에 새파래.
22:21살 맞았다고 그러더라고, 사람들의 얘기는.
22:24아, 뭐 어디가 아팠던 것도 아니고?
22:26아프지도 않았지.
22:28갑자기?
22:28응, 갑자기.
22:30그 충격이 엄청 크셨구나.
22:31그러니까는 이제
22:33어머님이
22:33너무 상심이 크셔가지고
22:36병원을 너무 크게 어디에 있었어요.
22:38이 병원, 저 병원 다니도 안 되고 해서
22:40집으로 다 그냥 모셨는데
22:42집으로 모시고 나서
22:45한 2, 3mm가 돌아가셨다고.
22:49이겨내지도 못하시고
22:51그저 그 일찍 그
22:53일찍 일찍 돌아가셨어.
22:5548에 돌아가셨으니까.
22:58그러시다가 이제 아버님은 이제
23:0080년도에 이쪽으로 나오시고
23:03어머니 돌아가시고 바로
23:05어떻게 보면 이제 마음 잡고
23:08사실려고 이제 이쪽으로 택하시는데 몰라요.
23:13장남인 자연이는 남은 동생들을 돌보느라
23:16아버지의 슬픔을 알아차리지 못했었죠.
23:18어른이니까 괜찮을 줄만 알았는데
23:21다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23:23힘드셨던 겁니다.
23:25그렇죠.
23:25그때 이 품이
23:26아버지를 안아준 거고요.
23:29우리가 이제
23:303년 후에
23:32동생들하고 이제
23:33나하고
23:34다 들어와가지고
23:35그래서 이제 이 앞에 양호장이 있었는데
23:38그 당시
23:39그래서 내가 이제 양호장이 있으면서
23:42아버님을 돌보고
23:44그렇게 하다가
23:46난 또 이제
23:47양호장은 그만두고
23:50대전을 이제 건축일에 나갔지.
23:53내가 일은 하셔야 되니까
23:55내가 일을 해야 되니까
23:56버려야지 이제
23:57동생들하고
23:58아버님하고
24:00지탱해 나가야 되니까
24:02내가 그래서 나갔던 거고
24:05그러다가 이제 다쳐가지고
24:07삼촌이 내가 떨어져가지고
24:09삼촌이 떨어져가지고
24:11곤충일을 하다가
24:12눈 한쪽이 좀
24:14잘 안 보인다고
24:15그래서 그 눈이
24:19좀 다르시군요.
24:20다 죽었다고 그랬어.
24:24오늘 저녁이
24:25오늘 저녁이
24:25뭐야 못 남긴다고 했었는데
24:26뭐
24:27준비하라고
24:28병원에서
24:29그래서 이제
24:31나도 이제
24:31생각도 못해서
24:32아버님
24:33지를 이으라고
24:36이 자리를 택한 거고
24:38여기 위치가
24:40저기 뭐냐면
24:41넘어도 물을
24:43이쪽 넘어도 물
24:45양쪽이 다 물이니까
24:46보기도 좋고
24:48아버님 사시던 곳이고
24:49또 더군다나
24:51그래서 내가
24:52이쪽으로 택한 건데
24:53아버지와 동생들 돌보랴
24:56아내와 자식들 먹여 살리랴
24:57그동안 참으로
24:59가여웠던 인생
25:00이제 좀 쉬고 싶었습니다.
25:02이 호수에
25:02지친 몸과 마음
25:04딱 누이고
25:04평온해진
25:05그때의 아버지처럼 말이죠.
25:08밥 먹으시니까
25:09일하러 갑시다.
25:11예.
25:12제가 또 일을
25:13기가 막히 합니다.
25:14뜨거운 여름
25:15햇빛을 피해서
25:17대나무 숲에서
25:17일거리 찾았습니다.
25:18아 이거 표고목 해놓으셨구나
25:20여기다가
25:20어떤 작업하실게요?
25:23자 이제 나무를 제키고
25:24네.
25:26요거를
25:26바꿀 거예요 요거를
25:28아 요요 가운데 있는 거요?
25:29응 가운데 나무를
25:30대나무?
25:30응.
25:31어 낡았네 많이
25:32교체해줄 거예요 그거를
25:33으쇼쇼쇼쇼
25:36자 표고
25:37종균을 넣기 전에
25:38시간 날 때
25:38미리미리 작업을 해놓으려는 건데요
25:40파이프를 하려고 했었는데
25:44네
25:45이 대나무가 날 것 같아서
25:47이 메디가 있어서
25:48미끄러워서 안 나빠지거든
25:51아 대나무가 좋네
25:53응 대나무 좋아
25:54여름으로 써먹기가 좋아 아주
25:56그쵸
25:58점심으로 죽순 된장찌개도 드셨잖아요
26:00대나무 덕을 아주 그냥
26:02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26:03다섯 마디를 들어와서 잘라
26:18다섯 마디?
26:20하나 둘 셋
26:21다섯 여기
26:22고기 좀 잘라
26:23어 신우씨 너무 일 잘하는데
26:27어쨌든 표고를 먹기 위해서는
26:31또 이런 작업이 필요한 거잖아요
26:32그렇지
26:33이렇게 해줘야 또 이제
26:36가을에 따서 먹지
26:39가을 되면 반찬이 하나 더 늘어나겠네요
26:42그렇지
26:42썰은 건 버리고
26:46성한 것만 세우자고
26:48이런 거 다 썩었네 이런 거
26:50이런 거 다 썩었구나
26:52이거 세우고
26:53이거 세우고
26:55두 분이서 하니까
27:02뭐 일이 뭐 금방 끝날 것 같은데요
27:04그렇게 세우면 돼
27:08오케이
27:09아 좋습니다
27:11대나무 거치대도 새로 튼튼하게 넣었으니까
27:13가을에 표고도 아주 그냥 무겁게
27:16많이 열리면 좋겠어요
27:17여기 나와서 저기 좀 걸어보자고
27:21아 됐습니다
27:22너무 더워서
27:22아 여기 걷고 싶었어요
27:24진짜
27:24아
27:27아 근데 여기 들어오니까 되게 시원하고 좋은데요
27:30시원하지
27:31여기는 햇빛이 안 들어오잖아
27:35대나무 때문에
27:36어
27:39뭐야 이거 뭐
27:41폐가 같은 게 있네요
27:42그전에 아버님이
27:44여기다가 소를 미기 있었어
27:47네?
27:47소를 여기다가도 미기 있었다고
27:49아
27:49소 먹이던 곳이에요?
27:50어
27:51아
27:51네
27:53소를 부려서 밭을 갈던 그 시절
27:55아버지께도 소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귀한 거였죠
27:59여기에 보면은
28:01아버님이 쓰시던 소금도 여기 있어
28:04지금 지금까지 50년 전 소금이
28:06아직도 소금이 있어요?
28:08응
28:09전기 없는 오지에서는 소금을 넉넉하게 챙겨놔야 했었는데요
28:12아버지는 이 소금으로 된장과 김치를 담그고
28:16또 어쩌다가 고등어라도 좀 사오시는 날에는
28:19소금독에 딱 넣어서 보관하고 하셨으니까요
28:22어이구 어이구 어이구 들어가시는 거 아니에요?
28:28어
28:29이렇게
28:31응
28:31왜 이렇게 젖어있던 게 근데
28:33응
28:34젖어
28:34간추가 빠져가지고
28:35아 짜네 소금 맞네
28:42응
28:42근데 그렇게 많이 안 짜네요
28:44가수가 빠지니까 이제 많이 안 짜지
28:46어
28:47그리고 또 오래 묵었잖아 또
28:48응
28:49아니 50년 묵었으니까
28:51야 그래도 50년이 되도록 그냥 멀쩡하네 그대로네요
28:54그럼 여기는 소금을 드시는 거예요? 지금도?
28:57여기 있는 거는 먹는 거는 안 먹고
29:00여기 저
29:01김장 배추 절일 때
29:03포다가 그것 그것만 사용하는 거예요 절일 때만
29:05아 김장 할 때만?
29:06응 김장
29:08곳곳에 아버님의 흔적이 남아있네요
29:10아직까지는 남아있지
29:11응
29:11그래서 더 더 여기를 못 떠나고 못 버리는 거야
29:16내가
29:16그쵸
29:19아버지께서 남긴 흔적마다
29:21잊히지 않은 추억이 섞여 있으니까
29:23이곳에 더 애정을 갖는 거겠죠
29:26가자고
29:30어?
29:32가만있어 봐
29:32이거 저기 아니에요? 오디 아닌가요? 오디?
29:36오디야
29:37그죠?
29:38응
29:38오
29:39오
29:39뽕나무 열매죠
29:40제철 맞은 오디가 한창 많이 열렸는데
29:43특히나 이 계절에는 자연인이 사는 이곳은 아주 뭐 먹을 게 넘쳐나죠
29:48맛을 볼까요?
29:49응 맛을 봐봐
29:50달콤할걸?
29:53달콤하지?
29:54오 엄청 맛있는데요?
29:55응
29:55음
29:57엄청 맛있다
29:59하나 좀 따가지고 가자고
30:00네
30:01이렇게 맛있다니
30:02응
30:03좀 따야 돼
30:04이거 뭐 세우는 거 힘들었는데
30:08좀 따가지고 가자고
30:09예예예
30:10아 이게 일한 후라서 그 맛이 더 달콤할 것 같은데
30:14아우 오디 따는 손이 멈출 줄 모르네요
30:17이것도 심어놓은 거예요?
30:20옛날에 여기 아버님이 심어놓은, 심어놓은, 심어놓은 소리예요
30:24음
30:24오이가 뭐 원래 맛있지만
30:26이 정도로 단 오디는 진짜 없었던 것 같아요
30:29달콤한 거 좋더라고
30:30네
30:30여름으로 우리가 먹게끔 해놓고 가셔가지고
30:34좋은 점도 많아
30:36하하하
30:37어우 많다
30:38계절에 따라 바가지에 담기는 맛이 저절로 달라지니까
30:45그것만으로도 이곳에서 살아갈 이유는 충분합니다
30:47자 여기에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까지 누릴 수 있으니까
30:51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습니까?
30:56아유 좋다
30:57시원하지?
31:00여기가 천국이네요
31:01응
31:01여기가 천국이야
31:02누워서 떡 먹기가 아니라 누워서 오디 먹기네
31:05누워서 먹으니까 더 맛있네
31:13이렇게 쉬는 것도 괜찮지?
31:14네
31:15아 지금 너무 편해요
31:17너무 좋아
31:17이렇게 쉬는 것도 좋은 거야
31:19여름은 너무 뜨겁고
31:20여름에는 진짜 이렇게 낮에는 이렇게 쉬어야 될 것 같아
31:23너무 더울 때는
31:24일도 일이지만은
31:26일도 쉬엄쉬엄 해야지
31:28그쵸
31:29더위 먹으면 큰일 나
31:31아유 눈이 저절로 납니다
31:34한숨 푹 자
31:39잠들기 전에 오디 하나 더 먹고
31:42충전이 되죠
31:45살랑이는 바람에 스르륵 눈이 감기고
31:49여름날의 낮잠 까맣게 익은 오디만큼이나 달디달죠
31:53네
31:54이때 문득 떠오른 아련한 기억에
31:57자연이는 쉽게 잠에 들지 못합니다
32:00그때 아버지랑 지내던 그 모습이네
32:03여름에 이제 일하다가 도우면 들어와서 쉬고
32:08아 그래요? 지금 이렇게 누워있는 거?
32:10어
32:11나이를 먹을수록 옛 기억이 선명해진다고 하던가요?
32:20호스카 외딴 집 이곳에서 살아갈수록 그는 추억 속에서 지난 인생을 치유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2:28아 여기가 어딘지 사실 되게 궁금했거든요 이 공간이
32:34아
32:35아
32:37지금은 창고로 쓰시네요
32:39지금은 이제 창고가 됐는데
32:41근데 여기 공간이 꽤 넓네요
32:43음 넓어
32:45이 안에는 지금은 보기 힘든 옛 물건들이 가득한데요
32:49모두 아버지의 손때 묻은 소중한 것들이죠
32:53뻥튀기 아니에요? 뻥튀기 이게?
32:55뻥튀기 뻥튀기
32:56아버님이 사용하시던 거예요
32:57아 여기서 직접 뻥튀기 해서 드셨던 거예요?
33:00응
33:01와 이거 진짜 오랜만에 본다 이거 뻥튀기
33:04야 농사 지은 옥수수로 한 뻥튀기
33:07이 긴 겨울을 견딜 주전부리가 되곤 했었죠
33:10그래서 간식으로 우리 뻥튀기 사다 준 거구나
33:13그렇지
33:14그 예전에 그 뒷석 기억이 있어서
33:15어 생글나서
33:16아
33:18소를 키우던 외양간도 그 모습 그대로인데요
33:21오래된 물건을 버리거나 추억을 없애지 않은 덕분에
33:24이곳이 좀 더 정겨운 것 같습니다
33:28오 대박 나 지금 또 봐봤어
33:31야 이거 진짜 오래된 지겐데 이거 그죠?
33:34이건 아버님께서 직접 만든
33:36아버지가 쓰시는 건 다 부서졌고
33:38이건 내가 이제 들어와서 새로 걸은 거지
33:41이 지게도 한 30년 됐어 지금
33:43아 근데 진짜 잘 만드셨다 이거
33:46할 일 있어서 그러니까 이거 좀 챙기자고
33:48아 이거요?
33:49지게
33:50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33:51올드 지게를 한번 내볼까요?
33:57역시
33:58작대기
33:59역시 옛날 스타일이 좋아
34:01착감기네
34:03역시
34:04지게 잘 어울려요
34:07자
34:08앞마당이나 다름없는 물가에서
34:10매일같이 시간 날 때마다 하는 일이 있는데요
34:12나무도 좀 주워가지고 올라가야 되겠는데
34:17나무?
34:18장마통에 다 떠들고 나무거든?
34:19네
34:20지저분하니까
34:21네
34:22조금만 가지고 올라가자고
34:23알겠습니다
34:25또 젖어서 무겁네
34:26또 젖어서 무겁네
34:27물..
34:28물 먹어가지고
34:29물 먹어서 무겁네
34:35물가 정리도 하고
34:37뗄감도 챙길 수 있어서
34:38이게 또 아주 좋은데요
34:40사실 물가에 내려오면 나무보다도
34:42떠내려온 다른 것들을 줍느라 바쁩니다
34:45여기 쓰레기가 많으니까
34:48가면서 쓰레기 좀 줍자고
34:51누가 언제 어디서 버렸는지도 모를 쓰레기들이
34:54이곳까지 흘러왔는데요
34:56아니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아요 여기
34:58낚시하는 사람들도 버리고
35:01장마차로 다 떠다니고
35:04아니 낚시하는 건 좋은데
35:05이게 이르면 되겠냐고
35:06이게 진짜
35:09아..
35:10이게 비닐봉지 비닐봉지
35:11이거 썩지도 않은 건데
35:12이거
35:13땜에 한참 부를 때는
35:15물 한참 부를 때는
35:16여기 쓰레기가 말도 못해 지금
35:19이게 물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물인데
35:21이게 다
35:22그전에는 배 타고 나면서 이물 먹었다고
35:25지금 먹지도 못해 지금은
35:27아버지 물건도 추억도 그대로인데
35:30정작 이 땅은
35:31예전 같지 않아 마음이 아프죠
35:37여기 실어놓을게요
35:38어 실어놔
35:39신어놔
35:42이게 어떻게 보면 이게
35:44아버님 때부터 이렇게 쭉 사시던 곳인데
35:47그래서 더 이렇게 좀 특별하실 것 같아요
35:49더 더 열심히 해야 돼
35:51열심히 우리가 주우면 뭐
35:53나중엔 끝이 보이겠지
35:54아 그렇죠
35:56예 그럼요
35:57예전처럼 떼묻지 않은 그때로 돌아가긴 힘들겠지만
35:59자연이는 계속해서 이 땅을 지켜나갈 겁니다
36:03그게 그가 자연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이니까요
36:07승용 씨
36:08네
36:09우리 이거 가지고
36:10낚시 미끼를 하자고 이걸로
36:12아 이걸 드시는 게 아니라
36:14이걸 미끼로 쓴다고요?
36:15이건 미끼를 쓰는 거야
36:17뭘 잡는데 이걸 미끼로 써요?
36:19내가
36:20내가 지금 보면 알지 뭐
36:22그거는 그렇죠
36:24내일 먹을 걸 미리 준비하시는 거 같은데
36:27볼까요?
36:28주낭이 있는 거 봤어?
36:32아니 못 봤어요
36:34약간 뭐 줄낚시 뭐 이런 거에
36:37이런 뜻인가 봐라
36:38그렇지
36:39줄이 있으니까
36:40줄에다가 줄낚시가 다른 거
36:42호스카 외딴 집에 살면 좋은 점
36:44조금만 나오면은 물고기를 딱 건질 수 있다는 거겠죠
36:48미꾸라지는 미끄럽잖아
36:50모래가 들어가면 안 미끄럽지
36:52아 그래서 모래를 가져오신 거예요?
36:53모래를 가져온 거야
36:55에 24년째 물 위에서 살다 보니까
36:57주낭을 놓을 때도
37:00자연인만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37:02이게 바늘이 여기 들어가서 엄청 힘들어
37:05순서대로 무조건 해야 되겠네요
37:07제가 여기서 이걸 하면 안 되는 거죠?
37:09안 되지
37:14순서대로 해야 되는 거예요
37:17그래서 중간중간에 돌을 달아서 내리는 거죠
37:21이게 바닥에 달아갈 때
37:24단순한 일처럼 보여도
37:25여기에 또 한 번 꼬이면 일이 더 많아지거든요
37:28또 중간중간 돌도 묶어야 하니까
37:31이게 서렁서렁할 수가 없습니다
37:35고기를 잡을 때는 굉장히 진지해지시네요
37:39고기 잡을 때는 되게 진지해지셔
37:42응
37:44순식투표 해 먹어
37:45이거 해 먹어
37:47이거 집중력이 필요한 거잖아요
37:50소박한 끼니조차 몸소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이곳에서
37:54그면 오늘도 한 끼의 행복을 찾아서 아주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37:58아 고생했네
38:02아 이게 된 거예요 이제?
38:04아 이렇게 놔두면 되는 거예요?
38:05어
38:07자 내일 어떤 물고기가 올라올지 한 번 기다려보죠
38:10미꾸라지
38:13근데 저희는 그러면 뭘 먹죠?
38:16미꾸라지는 남은 거 이거니까
38:19이거 가지고 어떻게 해 먹든지
38:22이렇게 한 번 연구를 짜보자고
38:24아 좋습니다
38:25아 미꾸라지는 좋죠
38:27아 그러면 저기 미끼를 좀만 낄 걸 그랬네
38:29이거 집어 먹을 줄 알았으면
38:31그렇지 말이야
38:33나도 뭐 그 생각을 못했지
38:35미안하는 게 돼
38:36미꾸라지가 남아서 다행이죠
38:41자 집에 가서 얼른 저녁 준비해볼까요?
38:45오 그거
38:4750년 된 소금 맞죠?
38:57승희씨가 미꾸라지를 해감시켜서 씻는 사이에
39:00자 갑작스러운 메뉴 결정에 자연인의 마음이 좀 바빠지기 시작했어요
39:07서둘러 뒤틀에 올라서 뭔가를 챙기시는데
39:10초탕에 넣고 고사리
39:13고사리 끓는 거예요 고사리
39:15이거 안 따면 다 버려 이제
39:17그렇죠 고사리도 끝물이잖아요
39:19지금 아니면은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니까
39:22먹을 수 있을 때 딱 먹어야죠
39:24아 자연에 살면서 주변에 있는 흔한 재료들
39:27그냥 팍팍 넣은 것보다 더 좋은 음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39:30손님은 왔는데
39:35이게 내가 준비를 한 게 없어가지고
39:37아이고 원래 그냥 있는대로 드시면 되지
39:39뭘 준비돼요
39:41이것도 너무 감사하지
39:42너무 미안한데 이거
39:44저 고사리 되게 좋아해요
39:46어 그래?
39:48이거 미꾸라지도 되게 좋아하고
39:50우리 형님도 좋아하고
39:52나도 좋아하고
39:54저도 좋아요
39:56초탕 덕분에 아주 분위기가 훈훈해졌습니다
39:57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는데요
39:58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는데요
40:03고소하지 그럼
40:05고소하지 그럼
40:06네
40:07와
40:09아 이 정도면 뭐 되잖아
40:10네
40:12고추장 들어가야 되고
40:14고춧가루 들어가야 되고
40:15네
40:17네
40:19어우 이거
40:20와 이게 심상치 않은데
40:22색깔 자체가 진하게 우러나는 게 엄청 맛있을 것 같아요
40:27볶으면 할 거야
40:28네
40:30여기는 메가 Zion
40:31고사리 추어탕
40:32고추탕이네 고추탕
40:34끝났수지?
40:36어
40:37그 재피가 들어가면 더 맛있을 텐데
40:39그렇지
40:42critical
40:45이제 있어야지
40:47quéupa
40:48이제 안조금 푹 끓이면 될 것 같습니다.
40:52뭐 들어간 재료는 간단하지만 정성만큼은 가득 넣었습니다.
40:56떨어진 기력을 채우고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릴 여름낙이 보양식이죠.
41:02고살이 추웠다. 기대됩니다.
41:05맛이 있으려나 없으려나.
41:08잘 먹겠습니다.
41:09감사히 먹겠습니다.
41:11감사히 먹겠습니다.
41:18끝내줘? 짜지?
41:21기가 막힌 게야.
41:24맛있어, 맛있어.
41:26야, 고사리가 들어가니까 고사리 맛이 또 나네.
41:32궁합이 맞는 것 같으네.
41:35미꾸라지 맛이랑 고사리 맛이랑 잘 어울려요.
41:43고사리 향이 이렇게 딱 풍기잖아요, 먹으니까.
41:46확실히 이렇게 정성과 그 마음이 들어가니까 음식이 맛있어지네요.
41:53맛있다니까 다행이네.
41:54아, 진짜 맛있어.
41:56좋았다고 생각도 안 했는데.
41:59아니, 약간 걱정하시는 게 보이더라고.
42:02이게 맛없을까 봐.
42:03나도 걱정해서 너처럼 왔는데
42:05뭐를 해야 될지
42:07암담했는데
42:10진짜 다행이네.
42:12해주셔가지고 제가 감사한 마음으로 맑게 오버하는 게 아니라
42:17정말 맛있는 초로탕이야.
42:20너무 태우는 거 아닌가?
42:22응.
42:25말아가지고.
42:27크, 좋다.
42:29맥기니 마주하는 소소한
42:30이런 귀한 밥상이
42:32호수가 외딴 집에서 보내는 이 모든 날이
42:35마치 인생의 덤 같다는 자연인.
42:37그는 오늘도 별일 없이 이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42:42예전에 뭐 진짜
42:43거의 죽을 고비를 넘기다시피
42:46크게 다치신 거잖아요.
42:483층에서 떨어져가지고.
42:49사실 한쪽 눈도
42:50안 좋은 상태고.
42:53당시에 가족분들이
42:55진짜 엄청 놀라셨을 것 같아요.
42:57많이 놀랐지.
42:59식구들 하며
42:59자식들 하며 다 놀래가지고
43:02나 하나 잘못될까 봐 걱정도 많이 했지.
43:06어쨌든 간에 이제
43:08아버님 살던 곳으로
43:09이제 들어오신 거잖아요.
43:11혼자서.
43:12좀 가족들 반대는
43:13없었어요.
43:15없었고.
43:17자식들도 내가 좋아하는 길로 가니까
43:19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니까
43:21자기 지도도 좋아했고.
43:26자주 이렇게 좀 왔다 갔다 하시나요?
43:29부인 같은 경우에는.
43:30부인은 이제
43:31어쩌다가 한 번 들어오는데
43:33거동을 크게 못 해야지.
43:36지금이요?
43:37허리를 수술해가지고
43:39다리도 안 좋고 해가지고
43:40지폐기 짓고 다니는데
43:42나가서 보고 오면
43:44안 됐어.
43:46진짜로.
43:47다음에 만약에 부인이 여기 오시면
43:49이거 한 번 꼭 해드리세요.
43:52고마워.
43:53네.
43:53진짜?
43:53나도 그렇게 해주고 싶어.
43:54네.
43:55직접 요리를 해주신 적은 없잖아요.
43:58없지.
43:59이거 한 번 해드리면
44:00깜짝 놀라실 것 같아.
44:03고마워.
44:04걱정도 덜 하실 것 같고.
44:06고마워.
44:06요새 잘 해먹고 있구나.
44:08잘 살고 있구나.
44:10어떻게든 고마워.
44:12그런 마음까지 써주니까.
44:18따뜻한 마음이 오고 가는 밤
44:20하늘의 달도
44:21아주 유난히 밝게 빛납니다.
44:36자.
44:37다음날 아침마다
44:39자연인이 하는 일이 있는데요.
44:40발전기를 왜 끓였어요?
44:52저거 저거 수돗물 나오게 하려고.
44:54아 수돗물이요?
44:55응.
44:56물 나오게 하려고.
44:57아침마다 항상 저거 저거 물 틀어놓고
44:59씻어야 되니까.
45:02아침이면 발전기를 돌려서
45:11하루 동안 쓸 물을 받아놓는데요.
45:13그리고 요즘 같은 날씨에는
45:14씻기 전에 주어진 숙제부터 해결합니다.
45:18손빨래 하시는 거예요?
45:19응. 손빨래.
45:21매일 빨아야 돼.
45:22이거 매일.
45:23그때그때 입어야 되니까
45:25자주 가라 입기.
45:26여름에는.
45:27땀이 많이 차니까.
45:28항상 귀찮아도 어떻게 해.
45:32냄새 나는 것보다 낫지.
45:35아 그렇죠.
45:35세탁기는 당연히 없고
45:36물 한 방울을 쓸래도
45:38발전기를 돌려야 하니까
45:39빨래가 쌓이는 날엔
45:40뭐 이거 뭐 정말 큰일이죠.
45:42그런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게
45:44매일 이렇게 꾸준히 빨래를 하는 거죠.
45:54남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45:57뭐 불편한 생활이지만
45:58오랜 세월 그 불편함이 익숙해진 자연인에게는
46:01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입니다.
46:10이건 전날에 하신 거예요?
46:13이건 전날.
46:14어제.
46:14빨래도 마쳤으니까
46:21좀 홀가분한 마음으로
46:23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어요.
46:30형 씨 여기 풀 좀 비자고.
46:32아 네.
46:33여기요 여기요?
46:34음 여기.
46:35어휴 풀이 많이 자랐네.
46:37많이 자랐어.
46:38여기다 이제 이거 풀 피고
46:40들깨 심을 거거든.
46:41음 다 벼버려?
46:44다 벼버려야지.
46:45이거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거야 이거.
46:46알겠습니다.
46:48네.
46:48아버지 어깨 너머로 본 것과
46:50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46:51농사 계획을 세우는데요.
46:54승용 씨.
46:55네.
46:56이거가 뭔지 알아?
46:57그거 뭐예요?
46:58장록이라는 거야 이거.
47:00장록?
47:00어.
47:01이거 갈아가지고
47:02육무츠랑 같이 먹으면
47:04사약이 되는 거야.
47:05사약?
47:06어.
47:07아 이거 뭐
47:08사약으로 쓰는 건
47:09천남성만 알았는데
47:10이것도 사약으로
47:11이것도 사약으로 쓰는 거예요?
47:13이것도 사약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47:14오.
47:15아 이것도 쓰이는구나.
47:17응.
47:18아 그러니까요.
47:19이게 새로운 걸 알게 됐네요.
47:21묵나물도 좋아.
47:22삶아서 너렀다가
47:23겨울에 묵나물 좋아.
47:26울컥가지고
47:27그대로 말리면 돼.
47:29양지에다가
47:29독을 빼고
47:30독을 빼고
47:31그럼 먹을 수 있는 거예요.
47:32응.
47:32그것도 다 잘한 건 안 되고요.
47:35꼭 어린 순이어야 한다는 거
47:37이거 좀 기억해둬야겠어요.
47:39자 여기 있는 풀
47:40다 벼려면
47:40쉽지 않겠는데
47:42그래도
47:42힘내서 열심히.
47:45어이.
47:45왜 왜
47:46지금 뭘 본 거예요?
47:48낫을 좀 세게 던지신 것 같은데?
47:49낫 던지고 어디 가시는 거예요?
47:52야 이게 진짜
47:53할 일이 많습니다.
47:56이게 자연에서
47:56뭔 소리야.
47:59오토바이스를 가요.
48:02뭐 자유님 화나신 거 아니죠?
48:05괜찮아요?
48:07뭔 소리야.
48:10오토바이스를 가요.
48:16아 재촉이가 있었네.
48:21아 이거 재촉이가 있었네요.
48:24재촉이가 있었어.
48:25어 재촉이 있었어.
48:27저도 모르고
48:31이쪽 할게요.
48:32이쪽.
48:35아 재촉이
48:36재촉이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48:38일이 조금은 쉬워지겠어요.
48:40아이 걱정했네요.
48:42한 번씩
48:42아버지를 도와서 했던 일을
48:44이번엔 승윤 씨의 도움을 받아서
48:45아주 척척 해나갑니다.
48:51승윤 씨.
48:51고마워줬어.
48:52그만해.
48:53여기까지 해가지고.
48:54아 그래요?
48:54여기까지 하자고.
48:55어 나는.
48:56너무 많이 했어.
48:57오.
48:58응.
48:58많이 했어.
48:59되게 많이 했네?
49:00어.
49:01어.
49:02아 슬금 많이 했네.
49:04아이고.
49:05오랜만에 또 이게
49:06값진 땀을 흘렸네요.
49:09아 덥다.
49:10그러게요.
49:12여기 들깨시면
49:13아주 잘 자랄 것 같습니다.
49:14잘 될 거야.
49:16네.
49:16아 잠깐만 기다리세요.
49:17잠깐만요.
49:18금방 올게요.
49:18아 이거
49:21그 산생활 하실 때
49:24필요한 물품들
49:26여기 싹 모아놓은 거거든요.
49:27아 여기 뭐
49:29후레쉬도 있고
49:30뭐 건전지도 있고
49:31레디오도 있고
49:32그리고 뭐 이렇게
49:34비상약품
49:35그런 거 이렇게 다
49:36이렇게 있거든요.
49:36고마워.
49:37예.
49:37여기 다 들어있거든요.
49:38네.
49:38여기 뭐 이렇게 다
49:39다 들어있거든요.
49:40아이고 고마워.
49:41이거 쓰시면 좋을 것 같아.
49:42아 나는 해줄 것도 없는데
49:43아이고 별말씀을
49:45이거 쓰시면 됩니다.
49:46아이고 고마워.
49:47잘 쓰겠습니다.
49:48감사합니다.
49:51아이고
49:51그래도 이거
49:51풀 다 이렇게 밀고 나니까
49:53뿌듯하네요.
49:54보고 있으니까
49:54와가지고 고생만 하고
49:56아이고 별말씀
49:57해주는 것도 없는데
49:58아이고
49:59아니 수민씨 이미 많이 받았는걸요 수민씨가
50:02도시를 벗어나
50:03이런 자연 속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50:05힐링이니까요.
50:11거둔가?
50:13네?
50:14아 어제 넣어놓은
50:15주낙을
50:16거둬드릴 겁니다.
50:17마연
50:19잡혔을 것인가
50:21왔다 왔다 왔다 왔다
50:24왔다
50:25가봅시다
50:26늦고가 있는 거랑 다 있고
50:32뭔가 뜯어 먹긴 뜯어 먹은 것 같지 그죠?
50:36그러네
50:37뭐 어쩌나 먹었네
50:39끊어졌네
50:41너무 실망한 표정 듣지 마요
50:45집에 가는 거예요 이제?
50:50여기 있어 앉아 있어
50:51끊어졌잖아
50:52여기서 끊어졌으니까
50:53아 저쪽에도 하나 더 있는 거죠?
50:56아직 한 발 남았다
50:57한 발 남았어요
50:58아직 한 발 남았어
50:59줄이 끊어져가지고
51:01지금 저쪽에 있는데
51:02뭐 하나 잡혔어?
51:13아니야 돌
51:14돌이 돌이네
51:16없어
51:18없어
51:20가땅 쳐서
51:21아니 이게 한 마리도 안 잡힐 때도 있는 거죠 원래?
51:24그럼
51:24끝난 거죠 이제?
51:27예
51:27안 잡힌 거죠?
51:28예
51:28예
51:29어떻게
51:30쏘가리 먹고 싶어 했잖아
51:32이거
51:33어?
51:35어 끊어진 줄이 더 있나 본데?
51:41어 아직 희망 있는 거죠 그러면?
51:44아 그래도 막상 아무래도 안 걸리니까 좀 아쉽긴 하네요
51:47아쉽긴 하지
51:48예
51:48한 마리 정도는 걸릴 법한데 그래도
51:51어?
51:55어?
51:56네게 머리가 없다
51:57걸렸어
51:57저기 뚫채 가죠
51:58뚫채 뚫채
51:58뚫채 저 우회에 있죠 여기
51:59뚫채 뚫채
52:00뭐 걸렸어요?
52:01맥이
52:02맥이
52:02맥
52:03어?
52:03천천히
52:04맥이
52:05맥이 걸렸어
52:06맥이 걸렸어
52:07맥이 걸렸어?
52:10맥이 아니라 저거다
52:12베스
52:12베스
52:13와 크다
52:15엄청 큰데?
52:17베스 이거 먹이는 거 아닌가요?
52:19먹이는 거지
52:20그죠?
52:21이것들이 참고 좋아
52:21와
52:22베스
52:24이야 크다
52:28기다리던 뭐 쏘가리나 맥이는 아니지만 꽤 큰 녀석이 잡혔잖아요
52:31두 분이서 드시기 부족하지 않겠는데요?
52:34어휴 몇 자짜리야?
52:36잠시만 써봐
52:37하나 둘 셋 넷
52:39이야
52:39아
52:41다행이네 그래도
52:42다행이다 다행이야
52:44그래도 한 마리 건졌네
52:45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52:56그런데 자연이는 물고기 한 마리로는 좀 성이 안 차나 봐요
53:02아
53:05핵감자 내주시려고요?
53:09좋죠
53:09승윤씨도 뭐야 해줘야 되고 잡긴 잡아야 되는데 잡지도 못했지
53:17감자 배우려고 해도 해줘야지
53:18그래서 베스 한 마리 잡힌 게 어디예요?
53:21그렇지 안 잡힌 거면 낫지
53:23그럼요 작은 먹을 거리라도 하나 더 내어주려는 살뜰한 마음씨는 자연의 넉넉함을 닮은 거겠죠?
53:31아 감자네요?
53:33응
53:33승윤씨가 이 감자 손질하고 있어
53:35아 알겠습니다
53:36내가 물고기 손질할게
53:38아 네네네
53:39껍질 다 까놓고 있을게요
53:41잘 까지네
53:45생선 손질은 더 같지?
53:50그렇지?
53:52베스나 뭐 감을 치나 다 똑같아
53:56산에서 딴 나물이나 텃밭에서 캔 채소만큼이나 물에서 건진 물고기도 자주 즐겨 드시니까요
54:04아
54:05우와
54:07저는 베스 처음 먹어봐요
54:10처음이지?
54:11한 번도 안 먹어봤어요
54:13먹으면 할게
54:14감자 다 까놨습니다
54:16응
54:17밥에 감자를 그냥 통째로 올리는 거예요?
54:19썰지도 않고?
54:20그럼
54:22입고 와서 그냥 이제 들으면 돼요 그냥
54:25아 그렇죠
54:27더 크게
54:27자인의 방식대로 감자밥을 딱 안치고요
54:30맛있는 냄새 나는데요?
54:37맛있는 냄새 나죠
54:38아 양념장 만드시는 거예요?
54:43응 양념장 해가지고
54:44밥에다 비빔먹자고 맛있게
54:46아 좋습니다
54:47맛이 있으려나 없으려나 모르지만
54:49맛있게 해야지
54:51뭐 사실 뛰어난 요리 실력도 남다른 레시피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54:56그럼요
54:56집 앞에서 얻은 신선한 재료 그 자체만으로도
54:59이미 맛은 보장돼 있으니까요
55:01밥은 뭐야
55:04잘 안 됐는데
55:06좀 질어요
55:07맛있게 드세요
55:10알겠습니다
55:11저 진밥 좋아합니다
55:13사사삭 비벼서
55:17사삭 비벼서
55:17사삭 비벼서
55:18해다 보니까
55:19음
55:22어때?
55:24네, 줄어요.
55:29그래도 감자가 있으니까 좋네.
55:32이거 먹어봐야죠, 이거.
55:35이거 드셔보세요.
55:40이게 살이 푸석푸석하지 않고 되게 쫄깃쫄깃하구나.
55:44탱탱하네, 이게.
55:46어때요?
55:48쫄깃쫄깃하고 좋으네.
55:49어, 이 살이...
55:50맛있네.
55:51기존에 먹었던 그 물고기랑은 진짜 다르네요.
56:04약간 맥이랑 비슷하네, 맥이.
56:06맥이하고 비슷하지.
56:08맥이도 고기 잡아먹고 살고 이것도 고기 잡아먹고 살거든요.
56:11아, 육식이라서요.
56:13육식이라서.
56:15특별할 것 없는 수수한 밥상에도
56:17크게 만족하면서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56:22계산하지 않는 순수함과 따스한 정을 잃지 않고
56:25자연인은 계속 이곳에서의 삶을 아껴가고 있습니다.
56:30어떻게 보면 저는 처음에 왔을 때
56:32이렇게 전기도 없이 냉장고도 없이
56:34어떻게 여기서 지내시지?
56:36많이 불편하지 않을까?
56:39계속 그런 생각만 했거든요.
56:40그런데 이제 조금은 이해가 돼요.
56:43제가 많이 배우고 가는 것 같아요.
56:46고맙고.
56:48이제 앞으로도 나도 여기서 있으면서
56:50아버님 살아오신 대로 그대로 살고 싶어.
56:56인간은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가는 게 인간 돈이고
56:59있는 그대로 이제 지켜가면서
57:03그렇게 살고 싶어.
57:05그냥.
57:05삶의 무게를 지고 치열하게 살아낸 인생
57:10그 책임을 다하고 힘을 갖고 싶었습니다.
57:13시끄럽거나 좀 신경 쓸 일 없고
57:16좀만 부지런하면 넉넉히 얻을 수 있는 데다가
57:19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곳
57:21이 호수 위에서 말이죠.
57:24살수록 이곳이 참 마음에 듭니다.
57:26넓고 푸른 호수처럼
57:27그 잔잔한 물결처럼
57:29그는 오늘도 평온한 하루를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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