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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제가 사는 골짜기는 바람이 많은 곳입니다.
00:27문을 열면 초록빛이 두 팔을 벌리고 달려 드는 곳 꽃밭엔 자격이 한창이고 꽃장부가 마구를 맺고 있습니다.
00:42열심히 눈에 담지 않으면 어느새 이슬처럼 사라지고 말죠.
00:48이 화사한 봄날 아내는 하루 종일 꽃밭에서 삽니다.
00:55손톱에 낀 새까만 때는 아내의 매니큐어죠.
01:02찰나처럼 스쳐가는 젊은 날을 붙들어 두려고 저리도 부지런히 꽃을 가꾸나 봅니다.
01:10여기는 모래 동작굴입니다.
01:17오늘, while the blossoms still cling to the vine,
01:26저는 내 재밌들과 소원을 먹으며,
01:54골짜기가 깊어 옛날에는 독을 짓는 가마터가 있었답니다.
02:04그래서 독작골이었다가 지금은 동작골이 됐죠.
02:13이곳은 사람보다 돌이 흔한 곳입니다.
02:17집터를 다질 때부터 애를 먹었습니다.
02:20명색이 DJ이지만 산골에선 음악보다 돌덩이를 전할 일이 많습니다.
02:50이걸 알뜰하게 굴리는 건 아내 민서씨의 몫이죠.
03:01이 돌 저 돌을 괴어 꽃밭의 경계를 세우고 낮은 담을 쌓기도 합니다.
03:07노래 라는 이름의 이 잘생긴 녀석도 제법 흉내를 냅니다.
03:17그렇게 하나하나 일구다 보니 이렇게 어여쁜 정원이 되더랍니다.
03:43요거는 삼비탈리아라는 꽃인데
03:551년생인데
03:57그래도 너무 이뻐서 심었어요.
04:04음 잘 살아라.
04:06일급수 물 먹고
04:08부부의 집이자 영업장
04:20들어서면 도서관에서 날법한 먼지 냄새
04:23커피향이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04:26한 장 한 장마다 한 시대의 풍경이 그 시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04:49공사판 같은 데 가서 전선 도막 떨어진 거였으면 그런 거 주워가지고서
04:57불에 태워서 구리만 빼가지고 팔고
05:01그렇게 해서 돈 모아가지고 음반 사고 그랬었죠.
05:05언제요?
05:06중학교 때 그렇게 했었죠.
05:08학교 언제 끝나고 하면 뭐 그런 것도 하고 신문 파는 것도 했었고
05:15대책 없이 음악에 빠진 소년은 차곡차곡 꿈을 키웠고
05:22라디오에서 혹은 음악다방에서 평생 DJ로 살아왔습니다.
05:28삼척 시내에서 30분이 넘게 걸리는데
05:40그래도 손님이 오기는 옵니다.
05:43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05:45저기 오늘 어버이날이라 우리 같이 다 나눠 먹자고
05:49제가 케이크 하나 가져왔어요 같이 나눠 먹자요
05:54집 주변이 온통 산나물밭이라 멀리 갈 것 없이 재료를 준비합니다.
06:02지금 큰 쇼핑을 하시는 거야
06:07마당에서 쇼핑이 끝나는 거야
06:10한 번 다녀간 분들이 다른 손님들을 주렁주렁 모시고 왔습니다.
06:16저 LP판을 보는 순간 그냥 너무 마음이 행복해졌고
06:24그리고 앉았는데 저한테 얘기도 없이 저를 위한 방송을 하시는 게
06:29제 생애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06:32방금 꺾은 산나물이 요모조모 다른 음식이 됩니다.
06:38오래 묵힌 장과 식초로 양념했을 뿐
06:44그냥 산과 들이 식탁에 오른 것이랄까요
06:50요리를 따로 배운 적이 없어서 낼 때마다 부끄럽다고 하지만
07:06도시 손님들에겐 이게 다 별미입니다.
07:11공치는 날이 일수인데 놀랍게도 오늘은 만석입니다.
07:35손님이 있을 때만 시작되는 동작골 음악방송
07:46바늘을 톡 하고 올리면 세월에 쌓인 잡음까지 들리는 것이
07:51LP의 맛이겠죠?
07:54김상아의 오래된 라디오
08:06박수는 요럴때 치시는거죠
08:12오늘 첫 곡을 논두렁 밭두렁의 노래 다락방을 준비했습니다.
08:19아까 다락방 구경하고 싶다고 그러셔서 그래서 요노래 준비합니다.
08:29우리집의 제일 높은 곳
08:34조금만 다락방
08:38넓고 큰 방법이지만
08:42난 그곳이 좋아요
08:46노래가 끊기기 전에 얼른 다음 신청곡을 적습니다.
08:54버튼만 누르면 음악이 쏟아지는 시대에
08:57이런 낭만 참 오랜만입니다.
09:03참 이 노래도 아주 꾸준하게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는 노래입니다.
09:09세월이 가면 어느 분이 신청하셨나요? 세월이 가면
09:13여기 오신 분들한테 우선 인사 한번 이렇게 하시고
09:19네 박수
09:23하루는 해가 뉘엿뉘여지는데
09:26박윤환 시인이 담배 종이를 담배값 종이를 이렇게 펼쳐가지고
09:34거기다가 시일을 이제 끄적끄적 하고 있더라고요.
09:36그래서 그때 이제 이진섭 선정이 와서 보고서
09:40즉석에서 곡을 붙였다고 그럽니다.
09:43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건
09:53여름날의 오숫과 가을의 공원
09:59그 벤치 위에 남은 잎은 떨어지고
10:07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10:16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10:30민서씨는 뭐든 뚝딱 해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10:345년 전 이곳에 자리 잡은 것도
10:39배짱 좋은 아내가 밀어붙인 덕입니다.
10:47평생 도시에 살았던 상하씨로선
10:49큰 모험이었죠.
10:52아니 그때는 뭐 좀 더 새로운 데 썼지
10:55꼭 음악 틀어놓고 밥 먹고
10:58지금은 왜
11:00잘다보니
11:03여기서는
11:06뭐 벌이가 많지 않으니까
11:09아껴 써야 되잖아요.
11:11음악 틀려면
11:13앰프로 세대를 켜야 되니까
11:15저 LP처럼 평생 사랑하겠다
11:18그래놓고는 전기세가 아까워서
11:20음악을 안 틀면
11:21내가 틀면 된다.
11:24음악으로 취향을 나누던 상하씨와 민서씨는
11:32애틋하고 조심스럽게 연애를 했습니다.
11:36마음이 감당할 수 없이 터져나올 때
11:42상하씨는 시와 편지를 써서 밤새 기다리곤 했답니다.
11:48야 당신 이거 해가지고 이제 못으로 썼잖아
11:54그쵸? 맞지?
11:56여기 이렇게 했잖아. 색칠해가지고
11:58안에다가 색칠해가지고
12:00못으로 이렇게 쓰고 그림을 그렸거든요.
12:04한 송이 꽃 태양기에
12:06내 내음 말듯
12:08당신이 취할 수 있다면
12:10한 마디말에 감사의 마음을 담을 수만 있다면
12:14종일인들
12:15바물샘들
12:17마다하겠습니까?
12:19아휴
12:21이런데 내가 안 넘어가면 사람이 아니지 이거
12:25그치? 어복
12:27아휴
12:29아휴 부끄럽게
12:31그걸 두드리 크게
12:32말없이 건네주고
12:38수줍게 돌아선 그때처럼
12:40아내 앞에서 상하씨는
12:43여전히 문학 청년입니다.
12:45사람 구경하기 힘든 산골에 음악다방을 열고
12:57손님이 많을 거라고는 애초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13:12바람처럼 다녀간 사람들도 있지만
13:14질긴 인연으로 남은 손님들이 더 많습니다.
13:18그 쑥떡이
13:22아이고
13:24그 쑥떡이잖아
13:26아 그래
13:28떡이 생각이 나니 그렇지 뭐
13:30잘하셨어 사모님
13:31그렇더니
13:32두 분이 굉장히 친하신가 봐
13:34친해
13:36왜 그렇게 친하지?
13:38아이고
13:40그래서 또 진정에 다녀오셨으니까 얼굴이 헌해졌네
13:46은퇴하고 단골 손님이 된 부부
13:50우리 저 사모님도 이제 오랜만에 오셨으니까
13:54노래 한 번 들이셔야지
13:56사모님 노래 좋아하시죠
13:58하하하하
14:00하하하하
14:02하하하하
14:04오늘 첫 곡은 우리 김순도 여사께서
14:08가장 아끼시는 노래
14:10아유 벌써 표정이 밝아지시네
14:12하하하하
14:14아유
14:16그리구
14:18그럴때로
14:22김원중의
14:24바위섬을 같이 듣도록 하겠습니다.
14:26바위섬
14:28부서지는 바위서 인정없던 이곳에
14:38바위서 먼 데랑 이거도 난 너를 너무 사랑해
14:53여차하면 놓칠까 한마디 한마디를 정성껏 부릅니다
14:59노래 좋아하세요?
15:07요즘은 여자들이 그런 것도 다들 좋아해요
15:18그렇구나 한 2년 전부터 인지상에 오더니
15:26작년에 등급을 받았어요
15:29지금 알츠하이마오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15:38근데 여기 오면 이제 노래를 듣고
15:41또 손님하고 얘기도 나오고
15:43또 여기 환경도 좋으니까
15:45본인이 오고 싶어요
15:49최병건 난 정말 몰랐었네
15:57반길을 떨리려도
16:04기억은 사라지고 있어도
16:06옛 노래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죠
16:09신나게 노래를 부를 때
16:21순덕씨 얼굴에는 반짝 햇살이 앉습니다
16:27화장품 공장도 다녔고
16:29그 다음에 어린이 이유식 공장에도 다녔고
16:33열심히 살았어요
16:35그래서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16:37그때는 몰랐지만
16:39지금은
16:41나이들은 생각하니까
16:43좀 더 이렇게 체계해 줬으면 좋았을 걸
16:47그런
16:51노래 신청곡 하나 쓰려고
16:53노래를
16:55노래 신청곡
16:57자꾸 멀어지려는
17:01아내를 붙잡으려고
17:03한자 한자
17:07진심을 담습니다
17:095월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17:155월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17:17햇빛은 눈부시게 반짝이고
17:19나뭇잎은 산들 바람에
17:21나붓깁니다
17:23인생은 매 순간 헤어짐의
17:25연속이라지만
17:27아내의 기억은 점점
17:29멀어서
17:31현실에 막혀버리고 말았습니다
17:33아내가 주는 따뜻한 밥 한 끼
17:37특히 다정스러운 대화
17:40포근한 잠자리와 헤어진 지도
17:43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17:46결혼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17:48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7:50충만한 감정을 노래하는
17:54사랑하는 그대에게
17:56간절한 마음으로 신청합니다
18:00아내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18:07사랑하는 날
18:10사랑하는 날
18:11한마디 못하지만
18:15그대를 사랑하오
18:22그대 위에 기도하진 못하지만
18:29그대를 사랑하오
18:39다시는 또 나오지 않는가 해도
18:44그대를 사랑하오
18:46그대를 사랑하오
18:48그대를 사랑하오
18:49사랑하오
18:50사랑하미라
18:52사랑하올
18:54사랑하올
18:56얼마나
18:59참하약한지
19:03사랑하는 사람에게 잊혀진다는 건
19:27그걸 지켜본다는 건
19:32얼마나 힘든 것일까요?
19:37내 모습 그대에게 비춰져
19:44그대를 살아났나오
19:50꼭꼭 되뇌는 노랫말이 서로를 향한 마음이겠죠
19:55그대에게 지켜본다는 건
20:25부모님 갔다가 또 만나요.
20:28뭐라도 해주고 싶고 더 주고 싶어서
20:32보내는 손이 늘 미안합니다.
20:37그럴 땐 꼭 안아주는 수밖에요.
20:43잘 가세요.
20:50부디 시간이 천천히 흘러
20:53다음에도 여전한 모습이길 바랄 뿐입니다.
21:07마음이 흔들리고 가라앉을 때
21:09민서씨가 향하는 곳이 있습니다.
21:19여기가 우리 딸 나무랍니다.
21:23이제 갓 사람 키를 넘긴
21:27어린 벚나무
21:29저희 딸이 하늘에 가는 날
21:35그 달에
21:383월 26일 날 떠났거든요.
21:41그때
21:433월 31일 날
21:45이 나무를 심어서
21:47지금 7년이 돼가고 있어요.
21:49둘째 성은이는
21:5319살에
21:55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2:00처음에는
22:00이 나무 가지치기를 못했어요.
22:07이 몸 하나하나가 너무
22:09자르기 미안해서
22:11살아있다면
22:15얼마나 푸르게 뻗어갔을까요?
22:17뻗어갔을까요?
22:20포대기로 업고는
22:21그렇게 노래를
22:24제가 불러줬었어요.
22:27저희 친정아버지가
22:28저한테 해주신 것처럼
22:29그렇게
22:30업고서 걸으면서
22:33노래를 많이 불러줬었어요.
22:35닳고 넓은
22:39바닷가에
22:42오막살이
22:45집 한 채
22:46고기 잡는
22:49아버지와
22:52절 모르는
22:54딸 있길
22:56내 사랑아
22:59내 사랑아
23:01나의 사랑
23:04성은아
23:06천년 만년
23:08엄마 품에
23:11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23:20이젠
23:21생사를 파고드는
23:23고통이 됐습니다.
23:24끝내
23:33작별할 수 없는
23:34마음
23:35민서씨는
23:38나무를 심고
23:39그 곁에
23:41정원을
23:41읽었습니다.
23:44아 성은아
23:44이건 선물
23:45선물 선물
23:50선물
23:50바람이 불 때마다
23:53아이의 살갗을
23:54느끼고
23:55벌써 자라서
23:57이제 엄마한테
23:57위로가 되니
23:59꽃이 피었다 지면
24:06딸이 다녀간 거라고
24:08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24:24오늘은 비가 내리는 까닭에
24:41손님들이 안 오셔서
24:43그동안 꽃 가꾸려
24:47음식 하려
24:49음식 하려
24:49바느질 하려
24:52허리가 휘도록
24:55일만한
24:56우리
24:58마나님을 위한
24:59시간을
25:00마련하겠습니다.
25:04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25:06우리는 우산이 두 개여도
25:09하나는 접어서 손에 들고
25:12우산 하나만 쓰고서
25:15둘이 바짝 붙어서
25:17함께 걸었죠.
25:20그때가 그립습니다.
25:23김정우
25:23빗속을 둘이서
25:25너의 마음 깊은 곳에
25:32하고 싶은 말 있으면
25:39고개들은 나를 보고
25:46살며시 얘기하려
25:53정녕말을 못하리라
26:01마음 깊이 새겼다면
26:08오고 가는 눈빛을
26:16나에게 전해주렴
26:23또 당신의 위안곡 하나
26:27더 준비합니다.
26:30당신은 이 노래로
26:32힘을 얻었다고 했었죠.
26:33서영은의
26:35혼자가 아닌 나
26:36남편은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27:04딸이 좋아해서
27:06함께 부르던 곡이죠.
27:21아픈 마음이 노래에 기대
27:23잠시 쉬어갑니다.
27:34어둠이 떨어지기 전에
27:41일찌감치
27:42장사를 접습니다.
27:48엘피판을 모셔두고 살자니
27:51가게 한구석
27:53이 작은 공간이
27:54부부의 침실입니다.
27:55꼭 필요한 세간만 넣었는데
28:02오고 갈 때마다
28:03몸이 부딪힐 정도로
28:05좁습니다.
28:08살림하는 입장에선
28:10불만이 있을 수도 있죠.
28:12좀 편하게
28:17있을 수 있는
28:18그런 공간이
28:19있었으면 좋겠다
28:21자꾸 생각이 드는 거예요.
28:24나중에 하나 좀
28:25만들어 보려고요.
28:28가게에 뭐
28:29주방 따로 있겠다
28:31앉을 공간이 있겠다
28:32그게 뭐가 필요해요?
28:34그냥 가정집이라면
28:35또 여기는 달라지지.
28:36나 못살아
28:37나도 소파도 놓고
28:42아무리 줘봐도
28:43우리 가가지고서
28:45등만 높이면 된다 그러더니
28:47이제 와서
28:49세월이 지났지 않소
28:50세월이 지나도
28:51마음이란 게
28:53그렇게 자꾸 바뀌면 안 되지
28:54마음이 지났지 않소
28:56엘피판에 밀려
29:01셋방살이 중이지만
29:03그 덕에
29:04꼭 붙어 지내는 밤입니다.
29:17습기 가득한 새벽
29:19상아씨는 벌써
29:21비탈밭에 섰습니다.
29:23땅에서 힘차게 솟아난
29:25봄
29:25고사리를 꺾는 중입니다.
29:34손이 거칠면
29:37엘피판에 상처난다고
29:39그렇게나 손을 아꼈었는데
29:41이렇게 양식도 구하고
29:54때론 공공근로도 하며
29:56모자란 생활비를 법니다.
30:03남편이 꺾어온 고사리는
30:05잘 삶아서
30:07햇볕에 얼어놓습니다.
30:08계절마다 할 일이 있어
30:12시간이 빠르게 지나는 것 같습니다.
30:21다시 정원에 앉은
30:23민서씨
30:24돌을 고르고
30:26잡초를 뽑고
30:27다시 또 심고
30:29좀처럼 쉬질 않습니다.
30:31그냥 저를 살린 곳이 이곳이라
30:38보답
30:42보답
30:43정원이 살렸어요?
30:47그렇죠
30:47힘든 거 이런 거 다
30:50여기에서 잊을 수 있었고
30:52나도 모르게
30:53여기서 내가 치유되는 거를
30:56느꼈으니까
30:57바람 많고 거친 땅이라
31:03야생화를 주로 심었습니다.
31:06기다리면 찾아오는 것만으로
31:08대견하고
31:10사랑스럽습니다.
31:13제가 늘 생각하는 게 그거예요.
31:16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31:18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31:21마음이 아픈 사람들
31:34그저 얘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31:38그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31:41그런 일일 것 같아요.
31:44반가운 얼굴들이 찾아왔습니다.
31:54이거 상추 우리 심은 거예요.
31:56아
31:56이번에 처음 땄어.
31:58상추만 땄어
31:58옆집 거 다 쌓아야지.
32:00점심이나 먹자고 와서
32:01국수까지 손수 비벼주는
32:04다정한 이웃들.
32:06음
32:07맛이 괜찮아요?
32:10아니
32:10두면 짭짭
32:12원면 꽤 가이돈
32:13주말마다 오는 예비 귀농 부부와
32:22이웃에 사는 민숙 아주머니입니다.
32:30다들 노래를 좋아해서
32:32종종 이곳을 아지트 삼아 놉니다.
32:35어디 놨다고
32:36그런 일이 있었어요.
32:38노래가 너무 듣고 싶은데
32:40우리 집에 손님이 있으니까
32:42저 길가에
32:43길가에 이렇게 앉아가지고
32:45노래 듣다 내려가고
32:46그러셨어요.
32:51그치?
32:51조용라면 딜라일라
32:53어떤 노래 좋아하시는데요?
32:57좋아하시는 노래 뭐예요?
32:58다 좋아하죠 노래.
33:01특히 이제 좋아하는 건 조용라면
33:03딜라 그거 좋아하고
33:06딜라 그거
33:07아빠가 그 노래를 잘 불렀거든
33:11그 노래
33:12우리는 나이 먹었어도
33:15이은혜 됐거든
33:16그래갖고 이제
33:18그런 노래를 많이 불러주고
33:20그랬지
33:21신청곡이 들어왔으니
33:25DJ가 출동합니다.
33:27모든 손님의 취향은 소중하니까요.
33:30같은 노래라도 추억에 따라
33:40다른 의미가 되죠.
33:43이 노래 딜라일라
33:44이 노래처럼
33:46자주 이곳에 딜라 걸으시면서
33:49서방님을
33:51노래를 통해서
33:52만나시기 바라겠습니다.
33:54자 조용라면 노래 준비했습니다.
33:59딜라일라
34:00어두운 골목길
34:06그대 창문 앞 지날 때
34:09창문에 비치는
34:12희미한 두 그림자
34:16그대 내 여인
34:24날 두고 누구와
34:27사랑을 속삭이나
34:28오 나의 딜라일라
34:37왜 날 빨이 나요
34:45기억 저편에 묻어둔 이야기가
34:50노래를 타고 흘러나옵니다.
34:52복수에 불타는 마음만 가득 찼네
34:57지금 돌아갈 때
35:0240년대
35:05내가 아홉이
35:08살아서
35:0929년
35:10돌아가셨습니다.
35:1229살
35:13애들 셋 먹고
35:17수염 먹고
35:18같이
35:19홀로 자식 셋을 키우며
35:25손톱이 닳도록 살아온 인생
35:28민숙 씨는
35:343분짜리 짧은 위안으로
35:36고된 하루하루를
35:38버텨왔습니다.
35:41내가 위로 되는 건
35:42노래밖에 없어.
35:48그 속삭하면 자다가도
35:53음악 듣는 게
35:54춤이
35:55그냥 누구 음악이라도 들여야 돼.
36:00그러면 걱정이 하나도 없어.
36:02세상에
36:03편이 막
36:04푸르게 달려가는 골짜기의 봄
36:17부부의 정원이 조용히 분주합니다.
36:23아끼던 장비들이
36:31오랜만에 햇빛 구경을 하고
36:33민서 씨의 야외 주방엔
36:40고소한 냄새가
36:42솔솔 풍겨 나옵니다.
36:44먹기 편한
36:49연잎밥도
36:50넉넉하게 준비합니다.
36:52아궁이가 들뜬 걸 보면
36:59잔치라도 치르는 것 같죠?
37:01엘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37:06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37:08그래서 야외에서
37:08엘피를 듣는다는 거는
37:10참 귀한 일이니까
37:12그래서 그렇게 한번 해보자고
37:14시사관계에
37:15벌써 사회적이네.
37:16마이크로폰 테스팅.
37:18여름이 다가오기 전
37:20꽃들이 가장 예쁜 때를 골라
37:23손님을 초대했습니다.
37:25아우, 맛있어서 고맙습니다.
37:28너무너무 오고 싶었는데.
37:30아우, 어떡해.
37:33손님으로 와서 절친이 된
37:35소중한 인연들입니다.
37:37저 작년부터 기다렸어요.
37:40작년에 왔을 때 너무 좋아서
37:42작년부터 지금 1년 기다리고 있어요.
37:45작년에 제가 많이 힘들었거든요.
37:47힘든 시기에 어떻게 우연히
37:49여기를 찾게 됐는데
37:51그 이후에 굉장히 많은 힐링을 받고
37:54매년 이렇게 음악회마다 와요.
37:58모든 것이 적당한 봄날의 오후.
38:01따뜻한 음식을 나누며
38:04소풍 온 기분을 냅니다.
38:06자, 가는 이 봄이 아쉬워
38:21여러분과 함께
38:22이 봄을 잠시라도 더
38:24붙들어 놓으려 합니다.
38:27자, 오늘 첫 곡입니다.
38:30이 노래 모르면 간첩이라고 그랬죠?
38:33자니엘 분
38:34뷰티풀 썬데이
38:48분위기가 살랑살랑
38:50봄바람처럼 들썩입니다.
38:52이번에는요, 참 아주 기막힌 사연을 보내주시고
39:02그래서 제가 직접 사연을 읽으시라고
39:06모셨습니다. 이 자리에.
39:08이틀 전 미숙 씨의 생일을
39:11본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39:13그런데 선물해 줄 게 없네요.
39:16가진 게 전부 다 미숙 씨 거래죠?
39:21몸뚱이만 내 거니까
39:23그거라도 받아주시면
39:27바치리다.
39:29사랑합니다.
39:46당신을 위한 노래 한 곡.
39:49어떤 선물보다 귀한 마음입니다.
39:56네, 어서 오십시오.
39:59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40:02무대에 오릅니다.
40:06작년 설 다가운 날 새벽쯤에
40:10아빠의 소촌을 알리는 전화 한 통.
40:14믿을 수 없이 황망히 떠나보내고
40:17지옥 같은 일년이 훌쩍 지났네요.
40:2120년 전 그날 아버지의 첫 연주곡이었던
40:24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는
40:27오늘 이곳에서 아빠를 대신해
40:29딸이 엄마께 전해봅니다.
40:31가슴 깊이 아빠를 추억하며 듣습니다.
40:35아빠, 사랑합니다.
40:37고맙고
40:39가슴 길이게 당신이 그리워요.
40:42눈물 흘려서 죄송합니다.
40:50젖은 소리처럼 살면서 잡아본 순간
41:04노래 안에서 고요히 숨을 고르고
41:07지친 어깨와 버텨낸 발끝을 내려놓습니다.
41:12안타까웠어
41:18이제 민서씨의 무대입니다.
41:29자신을 다독이려 불렀던 노래가
41:52지금은 누군가를 위로해줍니다.
42:00지친 어깨와 버텨낸 발끝을 내려놓습니다.
42:03저희가 처음 여기 만남부터
42:06눈물바다였거든요. 처음부터.
42:08오늘도 역시 또
42:10음악 들으면서 또 힐링하고 가요.
42:12오실 때마다 자꾸 우시면 어때요?
42:14그러게요. 다음번에 안 온다고
42:15사장님하고 약속하고 가요.
42:17결국 살아가는 그런 모습들이
42:20그냥 비슷하고 이런 감정들을 같이 느낄 수 있어서
42:25너무 좋다.
42:27그런 의미에서 힐링을 받고 가는 것 같아요.
42:29위로를 받고.
42:31다시 딸의 정원에 섰습니다.
42:41부서지고 흩어지고 튀어오르고
42:44먼지같은 물방울이 꽃들을 눈부시게 합니다.
42:59바깥 소식은 다 반갑지만 택배는 더 고맙습니다.
43:09음악회에 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지인이 선물을 보냈습니다.
43:17글을 쓰라는 격려와 함께 곱게 넣어준 행운 한 입.
43:28상처난 마음이 상처를 더 잘 알아보는 법이죠.
43:32노래를 들으며 함께 울고 웃었던 손님입니다.
43:38동작골 깊숙이 자리한 그곳은 제겐 위로의 샘같은 곳입니다.
43:50사고로 길에서 투병으로 병실에서 가족 여럿을 몇 회 사이에 한꺼번에 보내고
44:00아픔과 그리움이 진흙처럼 진득하게 가슴 깊이 가라앉아 있었지만
44:06그곳에서 두 분들로부터 제가 큰 위력을 얻었습니다.
44:13함께 듣던 노래를 신청해 듣고 함께 나누던 음악을 다시 들으며
44:18시간의 비밀이 열리듯 흥얼거릴 수도 있었습니다.
44:24순간순간 그곳이 깊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44:29아침에 마당에서 발견한 그저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들려줬을 뿐인데
44:35이렇게 돌아와 다시 위로가 됩니다.
44:41감동이네 감동
44:50살면서 힘들고 어려웠어도 그 노래 한 곡이
44:58그들에게 다시 크진 않아도 작은 힘이 돼서
45:08여기서 느꼈던 바람처럼 그 바람을 가슴에 안고 또 살 수 있는
45:15그런 힘이 될 거라 생각해요.
45:23우리의 삶에는 상처가 늘 따라오지만
45:27계절을 따라 피고 지는 꽃처럼
45:30아픔도 그렇게 흘러가는 거겠죠?
45:38요즘 같은 시기에
45:40시청자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노래가 있으면
45:43좀 선곡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45:45음...
45:46아
45:50견딜 수 없는 현실이 내 앞에 놓일 때
45:54당신 곁에 닿기를 바라는 한 곡의 노래
46:01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고난과 역경이 있게 마련이죠.
46:12우리가 힘들고 지쳤을 때
46:14그리고 외로울 때
46:16우리를 위로해 주는 노래가 있습니다.
46:19윤보기
46:22윤보기
46:23여러분
46:24윤보기
46:25윤보기
46:26윤보기
46:27여러분
46:28윤보기
46:32윤보기
46:33네가 만약
46:35괴로울 때
46:39내가
46:44윤보기
46:47내가
46:48윤보기
46:50윤보기
46:51네가 만약 살아올 때
47:01내가 눈물이 되리
47:13어둔 밤 험한 길 걸을 때
47:25내가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47:35호전하고 술술할 때
47:45내가 너의 벗다리를
47:53나는 너의 영원한 친구야
48:03나는 너의 영재야
48:13나는 너의 영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