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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과학자 도장 깨기
00:01안녕하세요. 궤도입니다.
00:17과학자 도장 깨기
00:18오늘의 과학자는 누구일까요?
00:21여러분 숨 한번 크게 쉬어보시겠어요?
00:30방금 저는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었습니다.
00:34우리는 산소로 호흡하지 않으면 죽죠.
00:37전 국민이 아는 사실입니다.
00:39그런데 약 250년 전만 해도 인류는 이 당연한 사실을 몰랐습니다.
00:45그냥 공기라는 게 있다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00:49공기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숨을 쉬는 원리가 뭔지는 몰랐던 겁니다.
00:54그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산소는 과연 누가 발견한 걸까요?
00:58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01:161990년대 후반 강남에는 특이한 카페가 유행했습니다.
01:20바로 산소카페라는 건데요.
01:23카페 벽에는 산소공급기가 달려있었고요.
01:26손님들은 헤드셋, 마이크 같은 걸 쓰고 산소를 마시면서 대화를 했습니다.
01:32비싼 돈을 주고 산소를 마셨던 거예요.
01:36그 당시에 대기오염 문제가 생겨나던 때라 사람들이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했거든요.
01:43좀 희한한 풍경이긴 한데요.
01:44요즘도 미세문제가 심각하니까 한편으로는 이해해도 되죠.
01:48그런데 18세기부터 산소를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좋은 공기라고 생각한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01:57그분의 이름은 바로 조지프 프리스틀리입니다.
02:00조지프 프리스틀리
02:10처음 들어보시는 분들 많으시죠?
02:12사실 엄청난 분입니다.
02:151733년 영국에서 태어났는데요.
02:17기체라는 말이 존재하지도 않던 시대에 10가지 종류의 기체를 발견한 분이거든요.
02:23암모니아랑 웃음가스라고 불리는 아사나질소 이런 걸 밝혀내서 기체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02:31이렇게 과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분인데 사실 과학은 이분한테 부업이었어요.
02:38왜냐하면 목사님이었거든요.
02:41요새는 과학이랑 종교가 서로 되게 다른 분야이지만요.
02:45그 당시엔 똑똑한 사람들이 자연현상도 연구하고 신학도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02:51뉴턴이랑 케플러도 마찬가지였죠.
02:56프리스틀리도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젊을 때부터 유명한 과학자들의 과학 강연을 열심히 들으러 다녔습니다.
03:04그러다 만나게 된 사람이 벤저민 프랭클린이에요.
03:07벤저민 프랭클린
03:08다이어리 아시죠?
03:10자기관리의 끝판왕으로 유명하잖아요.
03:14시간이 돈이다 라는 명언도 남기셨는데요.
03:17그분이 미국 정치인이지만 과학자이기도 했습니다.
03:21벤저민 프랭클린은 영국의 과학 강연을 하러 왔다가 프리스틀리를 만났는데요.
03:27어느 날 프리스틀리가 프랭클린을 붙잡고 자기가 전기에 대해서 실험했던 걸 이야기합니다.
03:33프랭클린은 그 이야기를 듣고
03:35어? 그거 책으로 내보지 그래?
03:38해서 프리스틀리가 진짜 책을 내요.
03:41그게 바로 전기학의 역사와 현황이라는 꽤 두꺼운 책입니다.
03:47이 책으로 학자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어서 프리스틀리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의 모임인
03:53영국 왕립학회 회원이 됩니다.
03:56이렇게 본격적으로 과학자로 인정받기 시작한 프리스틀리는
04:001767년의 재미있는 업적을 하나 남깁니다.
04:04지금 우리가 마시는 탄산수 있죠?
04:07탄산수를 발명한 것도 바로 프리스틀리입니다.
04:11탄산수가 뭡니까?
04:12이산화탄소가 녹아있는 물입니다.
04:15톡톡 쏘는 맛이 나는 것도 이산화탄소 때문이에요.
04:18사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산소가 이산화탄소보다 왠지 더 중요할 것 같은데요.
04:24의외로 산소가 발견되기도 전에 이산화탄소가 먼저 발견됐습니다.
04:29그때는 이산화탄소라고 부르지 않고 고정공기, 픽스에어라고 불렀어요.
04:40그럼 프리스틀리는 탄산수를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04:46프리스틀리는 그때 양조장, 그러니까 맥주 만드는 공장 근처에 살고 있었어요.
04:52맥주 공장 발효탱크 위에는 항상 냄새나는 가스 덩어리가 떠 있었는데
04:57그게 고정공기, 이산화탄소였습니다.
05:01호기심이 많았던 프리스틀리는 공장에 가서 이걸 관찰해봅니다.
05:05이 고정공기가 물에 잘 녹는지 실험을 해봤는데요.
05:09고정공기가 물에 녹아서 물 위에 약간의 거품이 뜨는 거예요.
05:13프리스틀리는 겁도 없이 이 물을 마셔봅니다.
05:18그랬더니 어라?
05:19톡 쏘는 맛이 나는 게 천연 샘물에서 나오는 탄산수랑 비슷한 거예요.
05:23그 당시 유럽에서는 천연 탄산수가 비싸고 인기도 많았거든요.
05:28프리스틀리는 이러면 탄산수 집에서도 만들 수 있겠는데?
05:33하고 생각합니다.
05:35그런데 여러분, 집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산화탄소를 모아요?
05:39우리도 지금 하기 어렵잖아요.
05:42그런데 프리스틀리는 그 옛날에 직접 장치를 만들어서 해냅니다.
05:47재미있는 건 동물의 방광을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거예요.
05:51이렇게 생겼는데요.
05:54한쪽에는 수조에 병이 뒤집힌 채로 들어가 있고요.
05:57그 병에는 고무관이 연결돼 있어요.
06:00고무관은 동물의 방광과 연결돼 있고
06:02방광은 작은 물병과 연결돼 있습니다.
06:06프리스틀리는 이 작은 물병 안에 분필, 즉 석회석을 넣어놓고 황산을 부었습니다.
06:13그러면 거기서 고정공기, 이산화탄소가 부글부글 끓어올라요.
06:18그럼 그 병에 연결된 방광이 마치 공기펑프 같은 역할을 해서
06:23이산화탄소를 수조에 있는 병으로 옮깁니다.
06:27그러면 이산화탄소가 병에 든 물이랑 섞이겠죠?
06:31프리스틀리는 이렇게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인공탄산수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06:38그렇게 유럽에 탄산수 광풍이 불었어요.
06:41콜라, 사이다, 탄산수 이렇게 시작된 거예요.
06:44결국 프리스틀리는 왕리파크의 최고 영예인 코플리 메달을 받게 됩니다.
06:51왕리파크 회원들이 이걸 보고 아주 깜짝 놀랐거든요.
06:55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프리스틀리를 부루의 과학자로 만들어준 건 산소를 발견했다는 겁니다.
07:02어? 아닌데?
07:04교과서에서는 산소는 라부아지에가 발견했다고 배웠는데?
07:07네, 맞습니다.
07:10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프리스틀리가 산소를 먼저 발견하긴 했는데요.
07:15이걸 좀 이상하게 해석을 합니다.
07:19프리스틀리가 살았던 18세기는 화학이 태동하는 시기였습니다.
07:23지금하고는 화학현상을 보는 시각이 좀 많이 달랐어요.
07:27그때 사람들이 믿었던 건 플로지스톤 설이었는데요.
07:30플로지스톤은 그리스어로 타다라는 뜻인데요.
07:34쉽게 말해서 불에 잘 타게 하는 입자라고 보시면 돼요.
07:39그 당시의 사람들은 물질 속에 플로지스톤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생각했어요.
07:45이 플로지스톤이 밖으로 나가면 우리가 아는 연소 과정이 일어난다는 거죠.
07:51이 플로지스톤 가설에 기반하면요.
07:54나무처럼 불이 잘 붙는 건 나무에 플로지스톤이 많아서 그런 거고요.
07:59돌처럼 불이 잘 안 붙는 건 돌에 플로지스톤이 적어서 그런 겁니다.
08:04당연히 지금은 아무도 믿지 않는 이야기죠.
08:08그런데 그 당시에도 이 가설에는 앞뒤가 안 맞는 게 있었어요.
08:13무언가가 불타서 이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면 어떻게 됩니까?
08:18질량이 줄어들어야 되잖아요.
08:20그런데 금속을 태우고 남은 재의 질량을 재보면 오히려 질량이 늘어나 있어요.
08:26그런데 고정관념이 참 무서운 게 당시 과학자들은 플로지스톤 설을 지켜낼 방법을 찾습니다.
08:35뭐냐? 플로지스톤에는 질량이 플러스인 게 있고 마이너스인 게 있다.
08:41금속 같은 건 질량이 마이너스인 플로지스톤이 들어있어서 불에 태우면 질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거다.
08:48왜 마이너스 질량이 사라져버렸으니까? 이렇게 해석한 겁니다.
08:53기가 막히죠?
08:54예, 뭐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데 절대 이분들이 무식해서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09:00플로지스톤으로 설명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거의 100년을 이어져오던 거거든요.
09:06프리스틸리 역시 플로지스톤 설을 지지했습니다.
09:09그래서 산소를 발견하고도 산소를 산소라 부르지 못하고 탈플로지스톤 공기라고 불렀습니다.
09:19산소에 왜 이런 이름을 붙였던 걸까요?
09:23프리스틸리는 이론을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실험을 잘하는 사람이에요.
09:281774년 8월 프리스틸리가 평소처럼 실험을 합니다.
09:33수은을 태워서 얻은 붉은색을 띠는 수은체.
09:37요새는 이걸 산화수은이라고 하는데요.
09:40프리스틸리는 이 산화수은의 돋보기 렌즈로 햇빛을 비춥니다.
09:46가요라는 거죠.
09:47그랬더니 신기하게 다시 은백색 수은으로 돌아가면서 어떤 기체가 발생하는 겁니다.
09:53프리스틸리는 이 신기한 기체를 여러 개의 병에 모아서 실험을 해보는데요.
09:58이 기체가 차있는 병에 촛불을 넣었더니 촛불이 더 활활 타올랐습니다.
10:06또 생쥐를 넣어봤는데요.
10:08이 기체가 들어있는 병에서 쥐가 4배나 더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10:14불도도 잘 타게 하고 생쥐를 더 오래 숨 쉴 수 있게 하는 이 성능 좋은 기체.
10:20프리스틸리는 여기다 산소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탈플로지스톤 공기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10:27이 기체 안에는 플로지스톤이 아예 없거나 너무 적어서 다른 물질에 있는 플로지스톤을 더 잘 빨아들인다고 생각한 거예요.
10:37촛불이 잘 타는 이유는 이 기체가 촛불에 있는 플로지스톤을 활발하게 이끌어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거죠.
10:43그리고 탈플로지스톤 공기에 대한 논문을 1775년에 발표합니다.
10:49그런데 말입니다.
10:52사실은 프리스틸리보다 2년 정도 전에 산소를 발견한 사람이 또 있어요.
10:59스웨덴의 칼비렐름 셀레라는 화학자 겸 약사인데요.
11:03셀레는 자신이 발견한 산소를 불의 공기라고 불렀습니다.
11:08셀레도 산소가 있으면 불이 더 잘 탄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
11:13하지만 논문을 프리스틸리보다 늦은 1777년에 출판합니다.
11:19왜냐?
11:20인쇄소에 논문을 맡기고 여행을 갔다 왔는데 인쇄소 실수로 그동안 논문이 출판되지 않았던 거예요.
11:27이야... 기가 막혔겠죠?
11:30이렇게 과학사에는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발견이 앞다퉈 일어나는 경우가 사실 꽤 있습니다.
11:36지난 시간에 뉴턴과 그 경쟁자들도 그랬었잖아요?
11:39하지만 프리스틸리와 셀레 둘 다 산소 발견의 공로를 뺏기는 일이 생겨버립니다.
11:471779년 프랑스의 한 부유한 과학자가 불의 공기, 탈플로지스톤 공기에 산소라는 이름을 붙여버렸기 때문이죠.
11:58여러분도 이름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12:01질량 보존의 법칙을 만든 사람,
12:03기체산소, 이산화탄소 같은 현대적인 이름을 갖게 해준 화학의 아버지.
12:09누굴까요?
12:11오늘의 두 번째 주인공,
12:12앙투안 라부아지에입니다.
12:22프리스틸리보다 10살 어린 라부아지에는
12:24프리스틸리와 달리 평생 유복하게 살았습니다.
12:28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파리에서 성공한 법률가였거든요.
12:33거기다 엄마도 부자여서 상당한 유산을 물려받기까지 했습니다.
12:38라부아지에는 나중에 부모님의 뒤를 이어서 법학으로 학유를 받았는데요.
12:42사실은 법학보다는 과학을 좋아했습니다.
12:4525살에는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최연소 회원이 됩니다.
12:49그리고 하는 일마다 화학사에 중요한 획을 긋게 되는데요.
12:54젊을 때부터 전도 유망하고 잘 먹고 잘 살았던 라부아지에는
12:58돈도 많고 나랏 일도 많이 했기 때문에
13:01본인이 하고 싶은 실험을 거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었는데요.
13:071772년에 다이아몬드,
13:09무려 3캐로짜리 다이아를 루브르 광장 한복판에서 태우는 실험을 합니다.
13:15실험은 이런 식으로 진행됐는데요.
13:17다이아몬드를 밀폐된 병에 넣고
13:19아주 거대한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서 태웠습니다.
13:24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13:28다이아몬드는 완전히 타서 사라졌습니다.
13:32그 당시에는 다이아몬드가 지금보다 더 비쌌습니다.
13:363캐럿이면 지금도 수천만 원에서 억단이까지 가죠.
13:40라부아지에가 얼마나 부자였는지 아마 짐작이 가실 겁니다.
13:44라부아지에는 다이아몬드를 태우면 이산화탄소 기체로 변한다는 걸 알아냅니다.
13:50다이아몬드는 탄소로 이루어진 물질이었던 거죠.
13:54또 신기한 건 다이아몬드를 담고 있던 병의 무게가 그대로였다는 건데요.
13:59다이아몬드가 사라져도 병의 무게가 같다?
14:02화학 반응 전과 후에 물질의 질량이 같다는 거.
14:06바로 질량 보존의 법칙이죠.
14:09라부아지에는 이 실험을 연소현상에 관심이 있어서 한 거였지만
14:13나중에 질량 보존 법칙의 근거 중 하나가 됩니다.
14:19여기서 중요한 점은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발견한 라부아지에가
14:23플로지스톤 가설에 의문을 품게 됐다는 겁니다.
14:26플로지스톤 가설에 따르면 물질이 불에 탄 이후에 질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뭐죠?
14:33마이너스 질량을 가지는 종류의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죠.
14:37그런데 라부아지에는 이걸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14:41어? 아니? 질량이 늘어났으면 뭔가가 추가됐다는 거 아니야?
14:45그게 논리적으로 맞지. 왜 뭐가 빠져나갔다고 해?
14:48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죠.
14:51라부아지에는 당시 사람들이 사실을 근거로 주장하는 게 아니라
14:55플로지스톤 가설에 모든 걸 끼워 맞추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15:00그래서 여러 가지 다양한 물질을 밀폐된 플라스크 안에 넣고 태워보는 실험을 합니다.
15:06이때 라부아지에 질량을 너무 사랑하는 질량 덕후입니다.
15:11태우기 전과 후로 물질의 무게를 정확하게 쟀어요.
15:16그랬더니 태우고 나면 물질의 무게가 늘어나는데
15:19물질의 무게가 늘어난 만큼 공기의 무게가 줄어들었던 겁니다.
15:23여기서 라부아지에는 물질을 태우면
15:27그 물질이 공기 중에 어떤 성분을 흡수한다는 걸 알아냅니다.
15:32물질에서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다. 이거예요.
15:37하지만 이때까지 라부아지에는 물질이 공기 중에 어떤 성분과 결합하는지
15:41그러니까 산소의 존재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어요.
15:46이것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를 누군가로부터 얻게 되는데요.
15:49누굴까요? 바로 프리스틀리입니다.
15:531774년 가을에 라부아지에가 만찬을 열어 과학자들을 초대했는데요.
16:00여기에 당시 파리를 방문했던 프리스틀리도 참석을 했습니다.
16:04근데 프리스틀리도 산소, 즉 플로지스톤이 없는 공기를
16:08발견해낸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논문을 발표하기 전이었어요.
16:13라부아지에는 자기가 하는 연구에 대해서 함구했지만
16:16프리스틀리는 정보 공기에 개방적이었습니다.
16:20그래서 본인이 수은을 태운 제를 가열해서
16:23플로지스톤이 없는 공기를 발견해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요.
16:28라부아지에는 이 공기가 불을 더 잘 타게 한다는 얘기를 듣고
16:32실험에 실마리를 얻습니다.
16:35라부아지에도 바로 수은을 태우는 실험을 해보는데요.
16:38이번에도 태우기 전후로 수은의 질량을 정확하게 재봅니다.
16:43그랬더니 역시나 수은의 질량이 늘어난 만큼
16:47공기의 질량이 줄어들었는데요.
16:50밀폐된 용기 안에 있던 공기 중
16:52정확히 20%의 공기가 줄어들었습니다.
16:57그러니까 이 말은 뭐냐?
16:59이 20%의 공기가 수은을 태우는 데 쓰였다는 거죠.
17:04이게 무슨 말이냐?
17:05이 20%의 공기가 나머지 80%의 공기와는
17:10다른 성분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17:121779년 라부아지에는 이 공기에
17:16산을 만든다라는 뜻을 가진 이름
17:19옥시젠을 붙입니다.
17:21산화 현상을 일으킨다고 해서 산소라고 부른 겁니다.
17:26라부아지에는 산소를 제외한 나머지 80%의 공기에도
17:29이름을 붙였어요.
17:31아조트라고 하는데요.
17:32생명이 없다는 뜻입니다.
17:34이건 오늘날 질소라고 부릅니다.
17:37현대인들은 공기 중에 산소가 약 21%고요.
17:41질소가 78% 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17:46라부아지에가 그 당시 상당히 근사값으로 알아냈죠.
17:50자, 여기서 보면 셜레, 프리스틀리, 라부아지에
17:55이 셋이 공기에서 산소를 분리해냈다는 건 똑같은데요.
18:00라부아지에는 나머지 둘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18:05뭘까요?
18:07제가 계속 말씀드렸던 내용인데요.
18:09라부아지에는 산소를 플로지스톤 설에 가두지 않았습니다.
18:13이야, 이게 큰 차이에요.
18:17라부아지에는 산소가 공기를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18:23산소를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기체로 인식을 한 겁니다.
18:28더 나아가서 라부아지에는 불에 타는 현상도 새롭게 설명합니다.
18:33기존의 플로지스톤 설에서는 물질에서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서 불에 타는 거다라고 설명했다면
18:41라부아지에는 외부에 있던 산소가 물질에 결합해서 불에 타는 거다 하고 주장했어요.
18:49그러면 물질이 불에 타고 나서 오히려 질량이 증가하는 것도 깔끔하게 설명이 되죠.
18:54라부아지에는 1775년 9월 파리에서 열린 과학회의에서
19:00자신이 산소에 대해 알아낸 사실들을 발표합니다.
19:05프리스틀리에게 실험 이야기를 들은 지 1년 만이었습니다.
19:10라부아지에는 프리스틀리의 실험 결과를 참고했을 텐데
19:13프리스틀리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어요.
19:18산소 발견의 공을 전부 자기가 가져간 거죠.
19:22프리스틀리는 라부아지에를 비난하지 않았어요.
19:26프리스틀리한테는 누가 공로를 인정받냐보다는
19:29그 발견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거든요.
19:36그래도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19:37라부아지에가 현대적인 관점에서 산소 그리고 산소의 화학 반응을
19:42가장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19:46라부아지에는 연소에 이어서 호흡이론까지 새로 정립해내는데요.
19:51기존의 플로지스톤 설에선 숨을 내쉬는 것도 우리 몸속에 있는 플로지스톤
19:56즉 불의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는 거라고 설명했어요.
19:59그런데 라부아지에는 호흡에서도 플로지스톤을 아웃시켜버립니다.
20:04호흡은 음식 속의 탄소가 우리가 들이마시는 산소와 결합해서
20:09이산화탄소가 되는 과정이고
20:11이때 발생한 열로 우리가 체온을 유지한다.
20:14이런 이론을 펼친 거죠.
20:16드디어 현대적인 의미의 호흡과 가까운 이론이 나온 겁니다.
20:22그렇게 100년간 유럽을 지배했던 플로지스톤 설은
20:261790년대 초에 폐기가 됐는데요.
20:30거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단연 라부아지에였습니다.
20:35그런데 여러분 라부아지에가 이렇게 여러 가지 발견을 하고
20:39이론을 내놓는데 유리했던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20:43바로 실험 장비입니다.
20:45프리스틀리를 생각해보면
20:47프리스틀리는 집에서 실험을 많이 했고요.
20:50생활용품이나 주방에 있는 도구로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20:53그런데 라부아지에는 어떻습니까?
20:55항상 최첨단 실험 장비를 사용했어요.
20:59라부아지에는 여러 가지 나란 일을 많이 했습니다.
21:02화약 제조 감독관 같은 일도 해서
21:05무기 공장에 있는 최첨단 실험 장비를 다 쓸 수가 있었어요.
21:08본인 돈으로 산 비싼 기계도 있었습니다.
21:11조수도 여러 명 있었고요.
21:13구경꾼들이 실험을 관람할 수 있는 관람실까지 있었습니다.
21:18무엇보다 중요한 건
21:20물질의 무게를 0.0005g까지 잴 수 있는
21:24아주 정밀한 저울이 있었다는 겁니다.
21:27그 덕분에 기체의 아주 미묘한 진량 차이를 정확하게 잴 수 있었어요.
21:34화학 실험에서 정확한 측정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거든요.
21:39라부아지에가 진량 보존의 법칙을 발견한 것도
21:42비슷한 발견을 했던 다른 과학자들을 앞설 수 있었던 것도
21:47장비빠바를 무시할 수 없는 거예요.
21:51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21:54그래서 기초과학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21:59과학엔 열정만 필요한 게 아니거든요.
22:01열정은 기본입니다.
22:03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겁니다.
22:06아시겠죠?
22:06여러분의 애정과 응원만이
22:10지금도 프리스틸리처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22:12라부아지에 같은 그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22:16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22:19그리고 라부아지에가 프리스틸리보다 유리했던 점이 또 있습니다.
22:24사실 라부아지에에게는 강력한 교력자가 있었거든요.
22:28바로 라부아지에의 아내, 말이 아닙니다.
22:32라부아지에는 젊을 때 세금 징수원으로도 일을 했는데요.
22:36당시 상사의 딸인 마리안이랑 결혼한 겁니다.
22:39마리는 교육 수준이 높고 여러 외국어에도 능통했어요.
22:44영어, 불어, 독일어, 라틴어까지 가능했습니다.
22:48그리고 라부아지에를 도우려고 화학 교육도 받았고요.
22:52유명한 화가에게 그림도 배웠습니다.
22:55마리가 라부아지에를 어떻게 도왔냐.
22:57우선 논문 번역을 했습니다.
23:00플로지스톤에 대한 논문들과 프리스틸리나
23:02헨리 캐번디씨의 논문을 번역해준 덕분에
23:05산소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었죠.
23:07또 라부아지에가 실험을 할 때면
23:10옆에서 데이터를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23:14라부아지에가 책을 낼 때면
23:16실험 과정이나 장비에 대한 삽화를 마리가 그려서 넣었죠.
23:21마리는 라부아지의 연구 결과도
23:23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23:25영어랑 라틴으로 번역해서 출판해줬습니다.
23:28사실상 마리도 과학자나 마찬가지였지만
23:32안타깝게도 그 시대에는 여성이 조명받지 못할 때라
23:36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거죠.
23:39지금 와서는 라부아지에가 화학의 아버지라면
23:43마리는 화학의 어머니가 아닐까
23:46이렇게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3:49그저 남편과 함께 실험하는 그림 정도만 남아있는 마리
23:54하지만 라부아지에가 유명해진 데에는
23:57이렇게 숨은 공신이 있었다는 거
24:00기억해 주시면 좋겠죠.
24:02이렇게 보면 라부아지에가
24:04우여곡절도 없이 승승장구한 것 같은데
24:07사실 라부아지에의 새로운 이론이
24:09한 번에 받아들여진 건 아니었습니다.
24:13원로 화학자들 사이에선 반대도 있었어요.
24:16하지만 라부아지에 쫄지 않죠.
24:19라부아지에는 아예 이번엔 자신의 이론에 맞춘
24:23새로운 화학 언어를 쓰기로 결심합니다.
24:27그렇게 현대화학의 기초가 된
24:30화학명명법 탄생했는데요.
24:34그 전까지 화합물의 이름은
24:36대부분 연금술사들이 이름을 만들어놔서
24:38어렵고 복잡했어요.
24:40예를 들면 황산은 독한 기름
24:43황산칼륨은 안티모네 버터
24:46붕산은 훈베르크를 진정시키는 염
24:49뭐야 이거?
24:50이런 식이었습니다.
24:52거의 호그와트 아닙니까 이거?
24:54드래곤의 발톱에 붙은 이끼
24:57뭐 이런 거잖아요.
24:58라부아지에는 뚜렷한 기준을 세워서
25:00이름들을 새로 정리했습니다.
25:02우선 산소, 수소, 황산
25:05이렇게 원소들의 이름을 정하고요.
25:07그리고 화합물은 예를 들어 산소와 질소가 결합됐다?
25:12그러면 산화질소!
25:13산소랑 철이 결합했다?
25:15산화철!
25:16이렇게 규칙성 있게 이름을 붙인 겁니다.
25:19우리한테도 익숙한 표기법이죠.
25:22이 덕분에 어떤 화학자든
25:24자기가 발견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
25:27훨씬 용이해집니다.
25:31이런 화학명명법이 담겨있는 책이
25:33라부아지의 역작
25:34화학원론입니다.
25:36이 책은 화학의 역사에서
25:39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책인데요.
25:42새로운 연소이론
25:4333종의 원소 목록
25:45질량보존의 법칙이 기록돼 있고요.
25:48방정식을 도입해서
25:50화학 반응을 표기했습니다.
25:53뉴턴이 프린키피아로 과학혁명을 일으켰다면
25:56라부아지에는 이 책으로
25:59화학혁명을 일으킨 겁니다.
26:02이 책은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돼서
26:05최초의 화학 교과서로 쓰였습니다.
26:08자 그런데요.
26:10여러분
26:10화학원론이 출판된 1789년
26:14이때 프랑스의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붑니다.
26:19뭐죠?
26:20바로
26:20민중의 대혁명
26:22프랑스 혁명이 시작된 거죠.
26:24극심한 빈부격차로 일어난 이 혁명에서
26:28부유층이었던 라부아지에가 무사할 수 있었을까요?
26:32당연히 아니었습니다.
26:34특히나 라부아지에는
26:35세금 징수 조합의 간부였어요.
26:39당시에는 왕을 대신해서
26:41세금 징수 조합이 세금을 거뒀습니다.
26:44그런데 귀족한테서는 안 걷고
26:47서민한테서만 왕창 걷어서
26:50자기들 이윤도 남겼죠.
26:52라부아지에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26:55세금 징수 조합장의 딸이랑 결혼했습니다.
26:58게다가 조합의 지분을
27:003분의 1이나 갖고 있는 대주주였어요.
27:04결국 혁명이 시작되고
27:065년 후인 1794년
27:08부패의 상징이었던
27:10전직 세금 징수원 28명에게
27:13사형이 선고됩니다.
27:16그리고 재판 당일
27:17사형을 당하는데요.
27:20세 번째 처형자는
27:21라부아지에의 장인어른이었고요.
27:23네 번째 처형자가
27:25바로 라부아지에였습니다.
27:28라부아지에는
27:28자신은 그저 과학자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27:31재판장은
27:32공화국은 과학자를
27:34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을
27:37남겼습니다.
27:39그렇게 50세의 라부아지에는
27:41단두대 이슬로 사라지고 마는데요.
27:44당시 수학자 라그랑주는
27:46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27:48그의 머리를 베는 건
27:50한순간이지만
27:51저런 똑똑한 머리를 만드는 건
27:53100년이 걸려도 불가능하다.
27:57너무 맞는 말이죠.
27:57같은 시대를 살았던
28:00조지프 프리스틀리의 인생도
28:02드라마틱했습니다.
28:04특히 만련은 똑같이 비극적이었는데요.
28:081791년엔 시민이
28:10폭도가 되어
28:10프리스틀리의 집을 다 부수고
28:12태워버립니다.
28:14뭐 때문이었을까요?
28:17우선 프리스틀리는
28:18프랑스 혁명을 지지하는
28:20영국인이었습니다.
28:21권력이 국민에게
28:22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28:24그러다 보니
28:25왕이 있었던 영국에선
28:26적이 많았습니다.
28:29그래서 영국 왕을
28:30추종하는 사람들로부터
28:32교회와 집을 공격당한 거죠.
28:35며칠 후 프리스틀리는
28:36폭동 주동자에게
28:37이런 편지를 보냅니다.
28:40당신들은 가장 가치있고 유용한
28:43철학적 실험 도구를 파괴했습니다.
28:46그러나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28:47내 연구 결과가 담긴
28:50원고를 파괴했다는 겁니다.
28:52그것은 나 자신도
28:54다시는 복구하지 못합니다.
28:57결국 프리스틀리는
28:5860대였던
28:591794년에
29:01미국으로 망명합니다.
29:03미국은 영국과의
29:04독립전쟁을 치른 후라
29:05프리스틀리를 크게 환영했죠.
29:08하지만 미국에 정착한 지
29:092년이 채 되지 않아
29:10아들이 병으로 떠나고
29:12아내마저도 차례로
29:13세상을 떠납니다.
29:15그 후 프리스틀리는 죽기 전까지도
29:18플로지스톤 가설을 붙들고 있었는데요.
29:22끝내 플로지스톤의 원리를 확립하지 못했습니다.
29:26그리고 71세의 타양에서
29:28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29:31참 안타까운 점은
29:32프리스틀리가
29:33플로지스톤에 대한 믿음 때문에
29:35자신이 발견한 산소의 가치를
29:37알아보지 못했다는 건데요.
29:38그래서 프리스틀리를
29:40딸을 인정하지 않은
29:42현대화학의
29:44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29:46하지만 누가 뭐라고 부르든 간에
29:49프리스틀리는
29:50평생 책을
29:51100권이 넘게 펴냈고요.
29:53과학에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29:56특히나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지 않은
29:58겸허하고 청빈한 태도를 지닌 사람이었죠.
30:02끝으로
30:02여러분께 한 가지 더
30:04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30:05과연 라부아지에가 승자이고
30:08프리스틀리가 폐쇄였을까요?
30:11결론부터 말하면
30:12그렇지 않았습니다.
30:15라부아지의 이론도
30:16오류가 많았어요.
30:18그 중에 결정적인 오류는
30:19산소가 산성을 만든다라는 겁니다.
30:24산 중에는
30:24산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도 많거든요.
30:28우리가 잘 아는 산인
30:29염산만 봐도
30:30산소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30:33
30:33플로지스톤 가설도
30:35폐기되긴 했지만
30:36상당히 쓸모있는 가설이었습니다.
30:38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30:40장하석 석자 교수님은
30:42책에서 이렇게 쓰셨어요.
30:45플로지스톤 가설이 살아남았다면
30:47전자나 화학 포텐셜이라는 개념이
30:50훨씬 빨리 발견됐을 수도 있다.
30:54전자는 산소가 발견되고
30:56100년도 더 넘게 지나서 발견되는데요.
30:59실제로 플로지스톤은
31:00이 전자가 가진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31:03폐기된 이론에서도 배울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31:08자, 오늘은 조지프 프리스틀리와
31:11앙투안 라부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31:14출신도 경제력도 외모도
31:17너무 달랐던 두 사람.
31:20이 두 사람에게서
31:21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31:23누가 진짜 산소의 발견자냐가 아닙니다.
31:28과학에선 발견을 먼저 했다가 아니라
31:30그걸 어떻게 해석했느냐
31:33이게 더 중요하다는 거
31:35이걸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31:39뭐 꼭 과학만이 아니라
31:40우리의 인생과 세상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31:44진짜 발견은
31:46눈앞에 있던 걸 다르게 보는 순간
31:48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31:52그럼 다음 시간엔
31:53진화의 현재와 미래
31:55찰스 다윈과
31:56유전자 가위를 발명한
31:58과학자들로 찾아오겠습니다.
32:00지금까지 궤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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