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탈을 쓴 성추행 파렴치범…징역 7년 선고

  • 3년 전
목사의 탈을 쓴 성추행 파렴치범…징역 7년 선고

[앵커]

한 교회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던 지역센터 아동들에게 성추행을 한 사실이 10년 만에 밝혀져 처벌을 받았습니다.

목사라는 직위와 아이들의 불우한 가정환경을 악용해 파렴치한 범죄를 일삼았는데, 피해자 중에는 가정폭력을 피해 센터를 찾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상현 기자입니다.

[기자]

20대 A씨는 10여 년 전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이 떨려옵니다.

학창 시절 춘천의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지역 아동센터를 다녔는데 그곳에서 받은 건 보살핌이 아니라 너무나 깊은 상처였습니다.

미성년자였던 2008년, A씨는 센터장인 B목사로부터 입맞춤과 강제 신체 접촉 등의 추행을 당했습니다.

2년 가까이 수십 차례 이어졌지만 주변에 알릴 수 없었습니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반찬으로 조부모의 끼니를 챙겨야 했고 그곳이 아버지의 가정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아버지는 나를 학대하지만 이 아버지(목사)는 나를 사랑해 줄 거라는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결국 견디다 못해 2009년 센터를 떠났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10년을 살아왔지만 우연히 B목사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공포가 되살아났습니다.

이젠 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센터를 함께 다녔던 언니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고소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언니도 유사 성행위 피해를 당했고 또래 아이들과 친구의 어머니까지 비슷한 피해를 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올해 71살이 된 목사는 범죄 사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추행 방법과 당시 느낀 감정 등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을 받아들여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목사는 센터에 다니는 11살 아이를 추행한 혐의로 2017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습니다.

목사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그 가족들도 사과는 없이, 교회 간판을 떼는 등 흔적 지우기에만 급급한 모습입니다.

피해자들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죗값을 치르게 돼 다행이라는 입장입니다.

"내가 오히려 떳떳해져서 이걸 다시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저와 같은 사람들도 다 모두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idealty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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