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일제 철로 끊어낸 '독립운동 성지' 복원 첫발

  • 3년 전
80년 만에 일제 철로 끊어낸 '독립운동 성지' 복원 첫발

[앵커]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임청각은 광복 이후에도 일제가 깔아놓은 철로에 허리가 잘린 아픔을 간직한 곳입니다.

독립운동의 성지인 이곳의 복원 사업이 마침내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정지훈 기자입니다.

[기자]

일제에 짓눌린 역사의 울분이 담긴 망치가 힘껏 벽을 내리칩니다.

무너진 벽 너머로 80년 회한의 역사를 간직한 철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한독립운동의 성지, 임청각을 짓누르던 철로 해체가 마침내 시작됐습니다.

"이제 임청각은 진정한 독립의 첫걸음을 시작하는 길이고요. 이제 복원이 되고 나서 임청각도 독립운동의 성지로 태어날 것입니다."

임청각은 이곳에서 태어난 석주 이상룡 선생뿐만 아니라 처가와 사돈 등 일가를 합하면 40여 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해낸 독립운동의 성지입니다.

대한민국 초대 국무령 이상룡 선생은 1910년, 가문을 지켜야 할 종손이었지만 조상의 위패마저 땅에다 묻고 전 재산을 처분했습니다.

종택인 임청각까지 팔아 만주로 망명한 선생은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는 등 한 조국의 독립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일제는 1942년, 임청각의 정기를 끊겠다며 종택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냈고 99칸의 대저택은 훼손돼 반 토막이 됐습니다.

이후 나라는 되찾았지만 지난 80년 동안 철로에 허리가 잘려 나간 임청각은 그대로 방치돼 왔습니다.

해방 이후 어려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후손들은 철거되는 철로를 보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특히 7살, 어린 시절 집 앞에서 철도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딸은 이제 사진으로 밖엔 기억할 수 없는 아버지가, 석주 할아버지가 곁에 있는 듯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없이 네 식구가 살기에는 너무나 어둡고 우울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마음속으로 '아버지 살다 보니 이런 일이 있네요'(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첫발을 내디딘 임청각 복원과 보전에 온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항일 운동과 관련된 문화유산은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미래와 시대를 비추는 하나의 거울입니다."

"이 공간을 독립운동 상징 공간으로 만들어서 우리 후손들이 관광을 통해서 민족정신을 고취하는 그런 장으로 만들겠습니다."

임청각 복원사업은 철로 철거를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연합뉴스TV 정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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