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분담에 건물주만 예외?…'임대료 인하 요구'도 권리

  • 4년 전
◀ 앵커 ▶

여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아예 영업을 못하게 된 가게가 있습니다.

문을 닫았으니까 전기, 수도 요금은 덜 낼 테고 직원들 인건비도 어떻게든 줄겠죠.

하지만 변함없이 내야 하는 거 바로, 임대료입니다.

착한 건물주가 먼저 깎아 주지 않는 한 따박 따박 내야 합니다.

그런데 '경제 사정이 바뀌어서' 임대료가 너무 버거워졌을 때 건물주한테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있다는 걸 아십니까.

법은 있지만 잘 알지도 못하고 제 구실도 못하는 사정을 노경진 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 리포트 ▶

역사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일제강점기, 1930년대요. 당시는 우리나라 주 산업이 농업이었습니다.

지주와 소작농 관계를 법 제도화한 이 제정됐는데요.

물론 일제가 수탈을 목적으로 만든 법이었지만, 거기에 이런 조항도 들어갔습니다.

바로,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여기 보면, 불가항력. 즉, 사람의 힘으로 피할 수 없는 태풍이나 가뭄 같은 재해가 났을 때 소작농이 지주에게 소작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제화해놨습니다.

실제 이 법령에 따라 감면이 이뤄졌고요.

이 법령을 근거로 농민들이 감면해달라고 제기했던 소작 쟁의, 즉 분쟁조정신청도 4년간 6천8백건이나 됐습니다.

그렇다면 100년 뒤 지금, 2020년 상황을 볼까요?

## 광고 ##안경 수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유석 씨.

코로나19로 해외 수출길이 막힌데다 내수까지 침체되면서, 매출은 거의 제로가 됐습니다.

한 때 4명이었던 직원은 1명으로 줄었고, 이 1명에게도 휴직을 권고해, 최근까지 김씨 혼자 일해왔습니다.

온갖 비용을 줄이며 사무실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임대료만큼은 어찌할 재간이 없었습니다.

[김유석/안경 수출업체 대표]
"사무실 유지비(임대료) 같은 경우는 제가 한번 여기가 110만원을 내고 있거든요, 한 달에. 부가세 별도로 그래가지고 아 이거라도 아껴야겠다. 이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결국 더 저렴한 사무실로 옮기기로 하고 중개업소에 알렸더니, 그제야 월세를 20만원 깎을 수 있었습니다.

[김유석/안경 수출업체 대표]
"네이버부동산이나 그런 걸 보다 보니까 주변 시세가 확 내려갔더라고요. 이 사무실 자체가. 공실도 많고…"

하지만 김 씨처럼 임대료를 깎은 사례는 극히 일부입니다.

소상공인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는 '자신의 건물주는 임대료를 깎아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창민/인쇄업소 운영]
"여러 차례 얘기도 좀 했었고 그랬지만…여기(다른 가게)는 또 월세를 잘 내고 있고 그러다보니, 이제 좀 건물주 입장에서도 여기는 잘 되는데 여기는 왜 안 되지? 너네가 잘못하고 있는 거 아닐까?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코로나 사태 6개월여.

손님이 다 끊기고, 거리두기와 행정명령으로 문까지 닫아 매출이 0에 가까운데도 임대료는 똑같이 꼬박꼬박 내야 하는 겁니다.

아무리 지출을 줄이고 세금까지 감면받아도 임대료가 그대로이다보니, '소상공인들은, 가게 운영에 가장 부담되는 게 뭐냔 질문에 임대료를 꼽은 답이 5월엔 40%였는데, 코로나 재확산 뒤인 이달 초엔 70%로 압도적으로 늘었습니다.'

[목진성/인쇄업소 운영]
"하루에 (고객) 전화 한 통이 안 오니까. 다 올스톱 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러니까 사실 임대료 내는 것도 참 버겁죠.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예요, 동일해. 들어가 보면 아시겠지만 문 닫은 데도 많고 어려워서 그냥 다…"

100년 전에도 소작료를 깎아주는 법이 있었는데 그럼 지금 우리 법엔 이런 제도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11조를 보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등 부담이 늘었거나 이 발생할 경우 임차인은 차임 즉 임대료 인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이 '경제사정의 변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쟁을 제외하곤 코로나 사태 이상의 변동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바로 지금이 이 법 규정이 적용돼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100년 전 표현대로라면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는 거죠.

[김남근/변호사]
"코로나19 상황이 오래 되면서 매출액이 전혀 나오지 않거나 절반 이하로 감액된 상가 임차인들이 많은데요. 바로 이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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