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싼 걸로 써" 순정품 '갑질'…결국 소비자 피해

  • 5년 전

◀ 앵커 ▶

완성차를 만드는 대기업들이 이른바 순정 부품 사용을 강요하고, 부품 공급 가격도 마음대로 정하는 사실상의 갑질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가 실태 조사까지 나섰다는데 왜 이런 구조가 됐는지, 이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자동차 정비 업체입니다.

창고에 쌓인 부품마다 '순정'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원래 자동차에 들어간 부품과 같은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자동차 부품은 생산 업체가 만들어 일단 완성차 대기업에 납품하면 대리점을 거쳐 각 정비 업소로 가는데, 같은 공장에서 만든 같은 부품이라도 순정 스티커만 붙으면 최대 80% 더 비쌉니다.

그러나 정비 업체는 비싸도 순정 부품만 팔아야 합니다.

심지어 재고가 남아 필요가 없는데, 구입을 강요당하기도 한다고 정비 업체들은 말합니다.

[A 정비 업체 사장]
"밀어내기 같은 거죠. '매출 목표가 얼만데, 좀 사 줘라'… 대놓고 거부를 못 하죠."

부품 공급 가격도 대기업 마음대로입니다.

한 자동차 회사 브레이크 패드는 본사가 직영 정비 사업소에 넘기는 가격이 3만 5천원인데, 대리점에는 6만 1천원에 합니다.

그리고 개인 정비업체에는 가장 비싼 7만 8천원을 받고 팝니다.

개인 정비 업체가 공장에서 직접 사오면 싼데, 대기업 눈치를 보느라 쉽지 않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내는 정비 요금만 오르는 셈입니다.

특히 외국계 회사인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정비 업체들은 법적으로 가맹점이 아닌 개인 사업자인데도 부품 구입에서 본사 통제를 받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김운영/르노삼성 정비사업자연합회장]
"지금은 힘의 불균형이죠. 모든 영업 구조라든지 단가 구조에서는 본사가 정하는, 그런 구조로밖에 갈 수 없는 일방적인 구조가 가장 큰 문제고요."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정비 업체들을 상대로 순정품 강요 등 피해 사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 다음 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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