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최고령 고교 졸업 김은성 할아버지…"배움에 때는 없어요"

  • 4개월 전
90세 최고령 고교 졸업 김은성 할아버지…"배움에 때는 없어요"

[앵커]

구순의 나이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있습니다.

김은성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인데요.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김 할아버지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습니다.

고교 졸업장을 받아 든 할아버지를 김수빈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올해로 아흔 살인 김은성 할아버지.

오늘은 할아버지에게 특별한 날이지만 여느 때처럼 아침부터 가방을 메고 분주히 길을 나섭니다.

"일산역에서 내려가지고 학교 버스가 나와있는 차를 타고 학교까지 등교하고 있습니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약 두 시간 끝에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2년 간의 학업을 마치고 전국 고등학교 최고령으로 70여 년을 돌아 졸업장을 손에 쥐었습니다.

"최고령인데 나도 그런 줄 몰랐어요. 많은 노인네들도 배우고 해서 제 나이가 높은 줄 몰랐는데 감개무량하죠."

1934년생인 할아버지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코로나19 확진 때를 빼곤 단 하루도 결석하지 않았습니다.

늦깍이 고등학생들은 물론이고 손주뻘 학생들과도 잘 어울린 탓에 학교에선 '젊은 오빠'로 불렸습니다.

"(별명이) 젊은 오빠요. 항상 건강하시고 익살스러운 얘기도 잘 해주시고 그래요."

할아버지는 졸업식이 시작하기 전까지도 일본어가 적힌 종이를 들여다보며 학업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유독 언어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할아버지는 대학 입학를 권유받기도 했습니다.

"언어에 굉장히 재능이 많으세요. 일본어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가시면 얼마든지 기량을 발휘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김 할아버지의 학업은 한국전쟁으로 중단됐습니다.

전쟁 전 파주에서 중학교에 다니다가 한학을 배워야 한다는 주변의 말에 서당으로 옮겨 공부하는 중 전쟁이 터진 겁니다.

이후 생활전선에 뛰어들며 가족 건사에 배움을 놓친 김 할아버지.

경험과 나이는 교사와 다른 학생들 간 소통 수단이 됐습니다.

"한국 전쟁으로 학업을 그만두시고 살아있는 역사책 같은 그런 분이셔서 배울 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이…."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만학도 할아버지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수빈입니다. (soup@yna.co.kr)

[영상취재 기자 함정태]

#고양송암고등학교 #최고령 #졸업식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