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했을 뿐인데 '가해자'?…정당방위 인정 논란

  • 10개월 전
방어했을 뿐인데 '가해자'?…정당방위 인정 논란

[앵커]

잇따르는 묻지마식 범죄에 호신용품 구매나 호신술을 연마해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오히려 폭행이나 상해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어 정당방위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채희 기자입니다.

[기자]

잇단 흉기 난동 사건에 불티나게 팔리는 호신용품.

하지만 호신용품이 피해자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수사당국과 재판부가 인정하는 정당방위 요건이 엄격해섭니다.

40대 남성 A씨는 흉기를 휘두른 친구를 맨손으로 제압했지만, 재판부는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흉기를 떨어뜨린 이후에도 A씨가 폭행을 이어가 '과잉방위'였다는 겁니다.

가해자는 과잉방위로 35일간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A씨는 흉기 난동으로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성범죄와 가정폭력 피해자들도 법적 잣대의 문턱을 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59년 전, 성폭행 시도에 맞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던 최말자씨는 중상해죄로 기소돼 성폭력범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았습니다.

"징역 10개월 집행유예가 나왔어요. 그 당시 열여덟 살 나이에 뭘 알겠습니까…법 용어 자체도 모르는데, 시키는 대로 살았습니다."

형법상 정당방위 요건을 살펴보면, 정당방위를 통해 보호받아야 할 법익이 커야 하고, 가해자가 범행을 멈출 때는 곧바로 방위 행위도 중단해야 인정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정당방위를 과잉 행사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당방위권이 남용된 역사가 없기 때문에 (요건을) 완화해서 피해자 권리 구제에 도움이 돼야 하지 않나."

과잉 방어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법적 기준은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방위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한채희입니다. (1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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