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둥지 튼 쇠백로떼…진객 아닌 불청객 전락

  • 작년
도심에 둥지 튼 쇠백로떼…진객 아닌 불청객 전락

[앵커]

해마다 이맘때면 광주 도심을 찾는 여름 철새가 있습니다.

멸종위기등급상 '관심 대상'으로까지 분류돼 있는데요, 어찌 된 영문인지 주민들에게는 골칫거리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김경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로수 위에 하얀 깃의 새 50여마리가 무리 지어 앉아 있습니다.

머리 뒤로 긴 깃 장식이 특징인 여름 철새 '쇠백로'입니다.

쇠백로가 매년 여름 광주 도심 한복판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건 10여년 전부터입니다.

보금자리를 만들 때마다 주민 민원으로 쫓겨나면서 계속 서식지를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쇠백로가 주민들에게는 불청객일 뿐입니다.

일대를 뒤덮은 새들의 배설물과 죽은 물고기의 악취 때문입니다.

"새들이 둥지를 튼 가로수 아래 인도 바닥에는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배설물이 가득 쌓여 있는데요, 악취까지 진동하고 있습니다."

실제 인근을 지나는 주민들이 '새똥 테러'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 보세요. 가다가도 똥을 옷에 맞을 수도 있고. 한여름에는 깔아놓으면 냄새가 말도 못 해요."

"불편하긴 불편하지. 새들이 (물)고기 같은 것도 물어다가 놔둬서… 냄새가 나요."

광주 서구청은 임시방편으로 가림막을 설치하고, 둥지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내쫓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새는 자연하고 관계(있고)… 불편해도 할 수 없죠. 나무를 잘라서 못 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

환경단체는 주민과 새들의 공존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녹지 공간을 확보하고 거기에 큰 나무 같은 것들을 이식해서 심거나 큰 나무가 있는 공간을 나름대로 서식지로 좀 조성해서 유지하는 방법 말고는…"

새로운 서식지가 마련되지 않는 한 불편한 동거는 해마다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ki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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