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권 일시 중단 지지"…우리도 백신 생산?

  • 3년 전
◀ 앵커 ▶

미국 정부가 마침내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미국 제약사의 백신 제조, 특허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하는 방안에 찬성했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어떤 나라든 이 백신을 직접 생산해서 접종할 수 있다는 건지, 당장 궁금해지는데요.

워싱턴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여홍규 특파원, 미국이 그동안 반대하는 입장이 강했단 말이죠.

입장을 바꾼 배경부터 볼까요?

◀ 기자 ▶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0개 넘는 나라들은 지난해 말부터 백신 지식재산권을 면제해달라고 WTO에 줄곧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주요 백신 개발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진전이 없었는데, 이번에 미국이 입장을 바꾼 겁니다.

들어보시죠.

[젠 사키/미국 백악관 대변인]
"우리는 역사에 남을만한 세계적 대유행 속에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창의적 해법을 요구합니다. 그런 관점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의 백신 부족이 심각한데 미국 등 일부 부자 나라들만 백신 물량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지식재산권 면제를 주도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인도가 중국 견제를 위한 4개국 협의체인 '쿼드' 회원국이란 점도 감안한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 ▶

미국 정부가 특허권 면제에 찬성한다고 해서 특허권이 곧바로 정지되는 건 아닌 거죠?

◀ 기자 ▶

한마디로 '산 넘어 산'입니다.

일단 WTO 합의부터 만만치 많습니다.

결정 방식이 164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반대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연합과 영국, 스위스 등도 지식재산권 면제에 반대해왔기 때문에 이들도 설득해야 합니다.

## 광고 ##더 큰 문제는 기술을 쥐고 있는 제약사들의 반발입니다.

당장 주요 제작사들이 속한 국제제약협회연맹은 곧바로 반발했습니다.

성명을 내고 "지식재산권 면제는 백신 생산을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만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WTO에서 지식재산권 면제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제약사들이 법적인 소송까지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 앵커 ▶

그러면 이른바 복제 백신을 생산해서 접종하는 게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닌 거네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지식재산권 면제는 제약사들이 복제 백신을 생산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지, 기술을 이전하거나 공유해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따라서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제약사들이 백신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생산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백신을 만드는 원료 수급도 걸림돌입니다.

결국 이 모든 난관들을 넘기려면 미국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해야 하는데요.

따라서 미국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입장표명은 '생색내기용'에 그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영상취재: 임상기(워싱턴) / 영상편집: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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