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팔러 나간 할머니…치매 남편 홀로 숨졌다

  • 3년 전
◀ 앵커 ▶

서울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 80대 할아버지가 숨졌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폐지를 팔러 나가면서 평소 치매를 앓던 할아버지를 걱정해서 문을 잠가 버렸는데 그 바람에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겁니다.

남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송파구의 한 다세대주택.

2층 창문 틈으로 연기가 새어나옵니다.

불은 20분만에 진화됐고, 집 내부도 심하게 타지는 않았습니다.

## 광고 ##그을은 바닥에 소방관들이 불빛을 비추며 수색을 합니다.

거실에서 84살 신 모 씨가 발견됐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3년 전 치매에 걸려 거동이 불편했던 할아버지는 혼자 있다 참변을 당했습니다.

[이웃 주민]
"할아버지가 치매가 있어서 (밖에) 나가면 집을 못 찾아오셨대. 동네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사고는 79살인 아내가 외출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일어났습니다.

할머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모아둔 폐지와 고물을 팔러 나간 상태였습니다.

[이웃 주민]
"(할머니가) 옷도 모으고 폐지도 모으고 상자도 모으고 그래요. 아침에 마대자루에 담더라고, 그거 팔러갔었다 그러대…"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남편이 집 밖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일이 반복되자 집을 나서면서 현관문을 잠갔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수십 년간 인근 시장에서 마늘을 팔던 노부부는 3년여 전 할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된 후 일을 그만 뒀습니다.

할머니는 이후 폐지와 고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는데,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신 모 씨 /큰딸]
"(엄마가) 아직까지 내가 움직일 수가 있으니까 나름대로 살아보시겠다고… (아빠가) 얼마나 뜨거웠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너무…"

경찰은 불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조사 중입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김재현 / 영상편집: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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