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공항 피서' 어르신들 만나보니 "사람이 그리워서"

  • 5년 전
◀ 앵커 ▶

올여름 성수기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공항이 붐비는 건 단지 여행객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불볕더위를 피해 여름 내내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도 많다고 하는데요.

고하연 리포터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여객기가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마다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앉아 있습니다.

말없이 홀로 먼 곳을 응시하거나 꾸벅꾸벅 조는 사람도 여럿 눈에 띕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공항청사 여기저기 구경 삼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공캉스- 이른바 공항 피서객들인데요.

공항 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공항 직원]
"지금 어르신들은 다 피서 겸 오신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지금 바깥온도는 32도를 웃돌지만 이곳 청사 안 실내 온도는 25도 안팎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어르신들에겐 더 없는 휴식처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윤기범]
"더위 피할 자리는 여기밖에 없으니까. 전철비 안 들고 여기 와서 돈 달라고 누가 안 하고."

오지 말라고 막는 사람 없고 이곳저곳 다니며 볼거리도 많아 소풍 삼아 공항 나들이를 택한 겁니다.

공항을 피서지 삼는 노인들에게 숨은 명당으로 꼽힌다는 제2여객터미널 옆 교통센터로 가 봤습니다.

아예 의자에 자리 펴고 누운 노부부에 말없이 TV나 신문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제법 많습니다.

점심때가 되면 홀로 도시락을 꺼내 먹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합니다.

어딜 놀러 가자니 돈 쓸 걱정이 앞서는 어르신들.

"영화관은 그냥 보여주나요? 돈 줘야 하지. 전철 아니면 갈 데가 없어요."

휠체어를 탄 아내와 함께 하기에도 땀 흘릴 일 없는 공항 만한 곳은 없습니다.

[김웅창]
"(휠체어 탄 지) 7년 차 되는데요. 혼자 놔둘 수가 없으니까.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증 걸리고 그러니까."

술을 마시거나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눕는 이들이 없진 않지만,

[유현상/공항 환경미화원]
"저희가 더 힘들죠, 그러니까. 우리 미화원들이 그걸 또 깨끗이 (청소)해야 하니까."

노인들 사이에서도 다른 여행객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인식이 퍼지면서 눈살 찌푸릴 일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의 공항 나들이가 계속되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여기서 만난 사람이에요. (만난 지 이제 이틀인가…이틀, 삼일?)"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라는 답이 많았습니다.

"나이 먹으면 친구들이 없어요. 내가 84세인데 다 가고 친구들이 없다고."

"요양병원에 있고 또 아픈 사람은 병원에 있고 힘들어 못 나오고."

공항철도에 따르면 이번 달 인천공항을 찾은 65세 이상 이용객은 5만여 명으로, 하루 평균 약 2천500명 안팎의 어르신들이 공항을 찾았습니다.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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