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노병 "잣골전투서 철수령 거부하고 55일 버텼죠"

  • 작년
벨기에 노병 "잣골전투서 철수령 거부하고 55일 버텼죠"

[앵커]

한국전쟁 당시 벨기에-룩셈부르크 대대는 55일간 강원 김화 잣골에서 중공군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처음엔 철수하는 게 좋겠다는 권유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정빛나 특파원이 잣골전투에서 생존한 벨기에 참전용사를 만났습니다.

[기자]

한국전쟁 당시 무려 55일간 계속된 '잣골 전투'.

벨기에, 룩셈부르크 대대는 격전 끝에 중공군을 저지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희망적이었던 건 아닙니다.

"미군 대령이 방문해 벨기에군이 잣골에서 퇴각해야 한다고 했죠. 하지만 우리 지휘관은 '우리는 여기 쉬러 온 게 아니다'라고 거부했습니다. 탄약만 더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우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계속 있겠다고…."

군사학교를 다니다 만 19세에 참전한 베르 씨는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그땐 몰랐지만, 전쟁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벨기에 역시 독일제국 등 열강의 침략을 끊임없이 받았던 나라입니다.

"우리는 한국인들을 도우러 간 것입니다. 우리는 점령하러 간 것이 아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군인들이 한국인들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정말 중요했고, 만약 잘못을 하면 처벌해야 하는 거죠."

70년이 지났지만, 길거리의 어린이들에게 전투식량을 나눠준 기억도 생생합니다.

"영등포 아시죠? 영등포에 갔어요. 거기 어린 아이들이 있었어요. 부모를 잃은…. 벨기에 군목과 합류해서, 전투식량을 나눠주면 아이들이 손을 이렇게 싹싹 빌면서 정말 좋아했죠."

그는 벨기에 복귀 뒤에도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10년 넘게 참전협회장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 한국에 가서 우정을 쌓았고, 한국인들을 도왔고, 아이들에게 음식도 주고, 또 한국인들의 친절함이죠."

건강 문제로 더 이상 한국 방문이 어려운 베르 씨는 다음 달 이곳에서 열리는 참전기념행사에서 마지막 연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합뉴스 정빛나입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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