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들의 빌라 싹쓸이‥서울시장 선거 치른 4월에 가장 많이 샀다

  • 2년 전
◀ 앵커 ▶

서울시의 재개발 규제완화를 틈타, 투기꾼들이 낡은 빌라들을 싹쓸이해 값을 폭등시킨 현장을 지난주 고발했는데요.

저희가 주택 매매 통계를 분석했더니, 투기꾼들이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지난 4월에 빌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홍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5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개발 규제를 풀면서, 투기를 막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오세훈 / 서울시장 (5월 26일)]
"실소유자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의 조치를‥"

하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은 달랐습니다.

강북구 번동에서는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이던 빌라들이 몇 달 만에 두 세 배씩 폭등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
"초반에 거래했던 법인들이 되파는 거에요. 갭투자해서 돈 벌고 그중에 한 두 개 정도만 남겨놓고‥"

번동만 그런 게 아닙니다.

도봉구 방학동에서는 한 법인이 설립한 바로 그날 9천만 원에 빌라를 샀다가, 아홉 달 뒤 다른 법인에 팔아 8천5백만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습니다.

옆 동네 창동에서도 1월에 법인이 8천만 원에 빌라를 샀다, 다섯 달 만에 두 배 넘는 1억 6천만 원에 팔고 나갔습니다.

이 동네들은 모두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을 신청한 곳들입니다.

[권대중 /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재개발 사업이 추진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투자가 들어올 겁니다. 그런데 이게 순수한 투자냐? 거의 투기 세력이라고 봐야 됩니다."

## 광고 ##MBC가 서울 전 지역의 법인 주택 매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월평균 1천2백 건이던 법인 주택 매수는 작년 7월 이후 절반 정도로 뚝 떨어졌습니다.

다주택자들과 법인 투기를 막기 위해 취득세를 최고 12%까지 올린 7.10 부동산 대책이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독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주택 매수는 줄지 않았습니다.

규제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작년 9월 28건에 불과하던 1억 원 미만 주택 매수는 가파르게 증가해, 특히 올해 4월에 315건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시장이 새로 뽑힌 바로 그달입니다.

법인들은 그 뒤에도 매달 1백 채 넘게 사들였습니다.

가장 많이 사들인 곳은 강북구, 도봉구, 강서구 순이었습니다.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의 낡은 빌라들이 많은 곳들입니다.

낡은 빌라 값이 이렇게 폭등하면 후유증이 큽니다.

만약 집값이 다시 떨어지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속출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
"깡통 전세가 나중에 대두돼요. (법인들은) 투자금을 전세금으로 올려서 회수를 해 버리는 거에요. 2~3년 후에 그 금액으로 전세가 안 들어오게 되면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법인들의 투기는 확인된 게 없다고 했던 서울시는, 뒤늦게 강북구와 도봉구에서 법인들의 이상 거래가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투기 근절을 위해 단속을 강화하겠지만, 근본적 해법은 법인들의 단기 양도차익을 환수하도록 국회가 법을 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영상 취재 : 남현택 / 영상 편잡 : 김진우영상 취재 : 남현택 / 영상 편잡 : 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