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90곳서 5년 입원한 보험 사기꾼‥"나도 조희팔 피해자"

  • 3년 전
◀ 앵커 ▶

지난 10년 동안 190개가 넘는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무려 5년 반 동안을 입원하며, 보험금을 가로챈 보험사기꾼이 붙잡혔는데, 자신이 과거 조희팔 다 단계 사기 사건의 피해자라고 진술했습니다.

사기 피해로 전재산을 날린 뒤, 이번엔 사기꾼이 되서 돈을 가로채 오다가 결국 병원 대신 철창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임명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서울 가락동의 한 통증 전문 의원.

50대 남성 박모씨는 무릎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4번이나 반복해 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병원 관계자]
"차트를 쭉 봤더니 처음에는 무릎이 아프셔가지고 입원을 하셨고요. 네 번째는 계단에서 넘어져서 입원하셨고…"

입원할 만큼 크게 다친 것도 아니었습니다.

자전거 타다 넘어졌다, 계단에서 굴렀다며, 통원치료로 충분한데도 굳이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이 병원만이 아니었습니다.

박씨는 수도권은 물론 강원도까지, 무려 190개 넘는 병원을 전전했습니다.

한 곳에 2주에서 길게는 2-3달씩 입원해, 집도 없이 병원을 옮겨다니며 살아왔습니다.

지난 10년간 입원일수는 2천일, 무려 5년 6개월을 병원에서 지낸 겁니다.

## 광고 ##박씨의 생계수단은 바로 보험금.

입원하면 하루 5만원에서 10만원씩 '입원일당비'를 주는 보장성 보험을 23개나 가입해, 돌아가며 보험금을 받아챙겼습니다.

받은 보험금 중 일부를 다시 보험료로 내서, 23개 보험을 유지했는데, 매달 내는 보험료만 1백만원이 넘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보험사 15곳에서 10년간 5억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보험사 관계자]
"같은 병원이면 발각이 쉽게 되는데 이렇게 (병원을) 옮기는 경우에는 찾아내기가 쉽진 않죠. 청구되는 게 일 년에 수천만 건인데…"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과거 조희팔의 다단계 사기에 속아 전재산을 날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기 피해자가 사기 범죄자로 돌변한 건데, 보험사기로 입원생활을 하면서 화장품 다단계 영업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박 씨를 보험사기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피해를 본 15개 보험사들은 박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임명찬 입니다.

영상취재:장영근/영상편집:박혜린영상취재:장영근/영상편집:박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