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도 못한 성폭행범…23년 만에 국가배상 책임 인정

  • 3년 전
◀ 앵커 ▶

23년 전, 한 여대생이 트럭에 치여 숨진 채로 발견된 사건을 당시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는데 15년이 지나서야 사실은 성폭행을 당한 뒤 숨졌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려서 범인을 처벌할 수도 없었습니다.

유족이 엉터리 수사를 문제 삼아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법원이 오늘 승소 판결 했습니다.

김정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구 구마고속도로에서 대학생 정모양이, 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라고 결론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경찰 결론대로라면 18살 대학생이, 집과는 정반대 방향, 그것도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했다 사고를 당했다는 겁니다.

## 광고 ##더구나 경찰은 사고 현장에 떨어져있던 피해자의 유품조차 챙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정씨는 속옷이 없는 상태였고, 정씨의 친구들이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이 속옷을 찾아 갖다줬는데도, 경찰은 분석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엉터리 수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그제야 경찰은 정씨의 속옷에서 뒤늦게 남성의 DNA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 DNA와 일치하는 스리랑카인 성폭행범을 잡은 건 15년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이 스리랑카인은 공범 2명과 함께 정씨를 납치해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뒤였습니다.

[정현조/피해자 아버지]
"지금 힘없는 부모가 무슨 얘기를 하겠어. 미안하다 소리 밖에 더 못하지 법대로 공소시효가 지나서 벌을 못주면, 벌을 못주는건 좋다 이거야. 그 대신 누군가 (수사를)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됐다는건 밝혀달라는 겁니다..."

법원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1억 3천만원을 배상하라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경찰이 현장조사는 물론 증거조차 수집하지 않았다"며 "극히 부실한 초동수사로, 경찰 의무를 위반한 위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손해배상 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에 대해선, 법원은 "경찰의 부실 수사로 진범을 못 잡고 시간이 흐른 것"이라며 "정의와 공평의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정현조/피해자 아버지]
"솔직한 심경은, 이제 잘못된 건‥ 그 수사관들이 잘못한 것, 국가가 잘못한 건 인정하는구나 진짜 고맙다 싶죠."

MBC뉴스 김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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