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화재 초기 진압 '보이는 소화기'…없어지고 망가지고

  • 6년 전

◀ 앵커 ▶

투데이 현장입니다.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들거나 소화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주택가에는 주민들이 화재에 신속히 대비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공용 소화기를 비치해뒀습니다.

그런데, 이 공용 소화기가 도난되거나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수산 리포터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중구의 다세대 주택가.

좁은 골목길 벽, 어른 눈높이쯤에 빨간색 소화기가 2대나 4대씩 걸려 있습니다.

소방차가 들어가기 힘든 지역에 설치된 '보이는 소화기'입니다.

화재 발생 시 누구나 초기 진압을 할 수 있도록 소방당국이 4년 전부터 비치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서울 시내에만 2만대가 있습니다.

[김순자/주민]
"좋지. 든든한 게 좋지. 남자들은 거의 다 (소화기 조작을) 할 줄 알잖아. 그러니까 좋지."

실제로, 지난 4월 한 주택가에서 차량 화재가 났을 때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가던 주민이 공용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끝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치된 2만 대 모두가 서민의 안전을 위해 잘 버티고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서울의 한 주택가.

이처럼 케이스 안에 보관되어 있어야 할 보이는 소화기가 종종 도난당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당국의 집계 결과, 지난 3년간 없어진 소화기는 50대가 넘고 망가진 것도 80대 정도 됐습니다.

[전형돈/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시민들이 자기 집 소화기가 없어서 가져간 사례로 생각하고 저희들이 항상 채워 넣고 있습니다."

쉽게 떼갈 수 있는 점을 악용해 누군가 갖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벽면에 설치된 소화기가 미관을 해친다며 주민이 훼손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일선 소방서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공용 소화기가 설치된 곳을 일일이 돌며 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표지신/서울 은평소방서]
"저희 같은 경우는 이걸 빼가는 경우도 한, 두 번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점검을 하러 다니거든요."

집이 망가진다면서 소화기 설치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도 있습니다.

[주민]
"(벽에) 금이 갈 수도 있고, 비 올 때 물이 벽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이정식/서울 중부소방서]
"일단은 자기 집에 구멍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이거를 설치하는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경향도 있습니다."

소방 당국은 내년부터 공용 소화기 2만 대를 순차적으로 더 설치할 예정인데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