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침출수 터져 구역질…살처분의 역습

  • 6년 전


구제역 등 전염병으로 살처분 된 가축들을 전국 곳곳의 매몰지에 묻은 지 7,8년이 다 돼 갑니다.

하지만 침출수가 터져 나오고, 토양이 심하게 부식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폭염까지 겹쳐서 인근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받고 있는데요.

사실상 방치된 매몰지의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도대체가 무슨 냄새가 이렇게 독하냐고 와보니까 침출수가 나온 거예요. 동네가 발칵 뒤집혀 가지고."

"묻은 사람이나 지역 사람이나 알지. 그냥 그 안에 있어. 돼지를 거기 묻은 거라고."

"아니 파나 마나 지금 다 오염된 거야."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는 오래된 돼지 축사.

썪은 물이 괸 웅덩이에 유충과 날파리가 꼬이고, 사방에 악취가 진동합니다.

[현장음]
"어휴, 여기 냄새가."

최근 돼지축사를 개보수했는데 구제역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터져 나온 탓입니다.

[주민]
"동네 사람들이 다 구역질을 하고 쫓아와서 확인을 해보니까 저기서 터져 나온 거예요. 밤에 더운데도 문을 못 열어 놓고 자요."

코앞에 있는 우물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은 주민들은 애가 탑니다.

[주민]
"수질검사를 했는데 먹지는 못해도 농장에는 사용할 수 있다. 이제 그렇게 (군청에서) 얘기는 하는데… "

군청은 이제서야 매몰지 소멸작업에 나섰는데, 파헤쳐진 매몰지 안은 땅속 깊은 곳까지 새까맣게 오염된 모습입니다.

군청 측은 현행법상 3년의 관리 기간 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관리대상에서 해제할 수 있다고 해명합니다.

[군청 관계자]
"2014년 4월 7일 날 모든 게 관리 해제가 됐어요. 쉽게 이야기해서 관리가 이제 저희 선에서 다 끝난 거예요. 일반지죠 그냥."



쌀 생산지로 유명한 경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주민]
"뭐 그거 개판이지 뭐. 지금도 여기 땅속에 묻은 거 안 파낸 거 있어. (옆 돼지 농장) 이 집 것만 파낸 거 같아."

매몰지에는 들깨밭이 조성됐습니다.

[땅 주인]
"그대로 묻혀있지." (몇 마리요?) "700~800마리."
"우리가 흙을 부은 거예요. 자꾸 눈에 보이니까 거슬리더라고. 그래서 그냥 생흙을 갖다가 (부었지)."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살처분된 소와 돼지는 약 350만 마리.

이후 살처분된 가축 등은 전국 4천500여 곳에 매몰됐습니다.

그나마 맨땅에 생매장하는 방식 대신 플라스틱 저장조나 원형 탱크에 묻고 있지만 관리는 엉망입니다.



2년 전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 된 돼지가 매몰된 원형 탱크 위에 돼지 한 마리가 버려져 있습니다.

폭염으로 폐사한 돼지인데 3년 동안 봉인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매몰탱크의 뚜껑을 연 겁니다.

[배재근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전염병이잖아요. 오랫동안 시간이 지나면 구제역의 바이러스가 사멸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또 다른 어떤 전염병원균들이 여기서 기생할 수가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게 뭐냐면 완전 밀폐에요. 완전 밀폐."

침출수 문제 등 토양오염 문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정부는 부랴부랴 47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관리 기간이 끝난 매몰지 소멸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복원지침은 없습니다.

[권순원 / 전 **시 환경보호과장]
"제가 매몰지 관리를 7년간 했어요. 지자체마다 (복원)기준이 다른 거죠. 어디는 파내서 사체만 처리하는 경우도 있고 흙은 그대로 땅속에 묻는 경우도 있고. 어디는 토양까지 처리를 해서 농지로 바꾸는 경우도 있는데."

올해 소멸 작업을 한 매몰지를 찾았습니다.

[정하니 기자]
"제 오른쪽으로 보이는 곳이 지난 2010년 구제역이 발생한 돈사입니다. 당시 돼지 수백 마리가 이곳에 매몰됐는데요. 현재는 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돼지가 매몰된 곳만 벼가 웃자라 있습니다."

오염된 토양을 복원했다고는 하지만 주변 땅과 같은 상태로 돌려놓지 못한 탓입니다.

[배재근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웃자라 있고 질소 과잉으로 인해서 색깔이 진해지고. 어느 정도 복원을 시켰지만, 아직도 사체의 영양원들, 질소 인들이 많이 표면에 집적 돼 있어서 그게 식물에 이제 영향을 주는."

이제라도 매몰지 소멸과 복원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해 보입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