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유명세만 믿었다가…위기의 셀럽마케팅

  • 5년 전


인지도가 높은 작가나 연예인을 사업에 활용할 때 우리는 셀럽 마케팅이라 부릅니다.

기업도 그렇지만 지방정부도 적극적인데요.

호시절엔 괜찮은데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면 한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전혜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9년 전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와 함께 밀양연극촌을 만든 김경수 감독.

동료 연출가가 미투 사건에 연루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김경수 / 밀양연극촌 무대감독]
"(미투 사건이) 딱 터지고 1년 동안 그냥 술만 먹고, 울고 다녔고. 답이 없으니까. 내 손으로 다 만들어 놓은 건데, 그게 사라질 판이니까…"

관광안내소는 인적이 끊긴 지 오래. 관객 20만 명을 맞이했던 공연장도 망가진 채 방치돼 있고 폐 조명 등 쓰레기도 여기저기 널렸습니다.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의 명성을 업고 10여 년 동안 열렸던 축제는 중단됐습니다.

[김경수 / 밀양연극촌 무대감독]
"하루에 움직이는 좌석이 3천 석 정도 됐거든요. 여기에 납품하는 쪽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지."

유명인을 활용해 지역 명소를 만드는 셀럽 마케팅.

하지만 유명인이 구설에 휘말리면 지자체 이미지도 동반하락하는 역효과가 적지 않습니다.

양측의 갈등에 휘말려 사업에 차질이 빚어진 곳도 있습니다.

7년 전 개그맨 전유성 씨가 만든 청도의 철가방 극장.

[현장음]
"(코미디시장?) 그렇지, 코미디시장. 똑똑해~ (고맙습니다.)"

청도는 이후 코미디의 고장이 됐지만, 정작 철가방 극장은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전 씨와 청도군이 코미디축제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겪은 탓입니다.

[전유성 / 개그맨]
"거기(청도)에 대한 애정은 있는데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세월이 좀 지난 다음에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전혜정 기자]
"극장 건물 뒤편에는 축제 때마다 사용됐던 소품들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습니다. 다리미나 구두 같은 개인 생활용품부터 감사패까지 이렇게 버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이 극장이 언제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진 미지수입니다."

입소문에 극장을 찾은 관광객들도 당황합니다.

[관광객]
"지나가는 길에 봤는데, 안 한다네요. (문 닫은 줄 모르셨어요?) 네."

청도군은 코미디의 인기가 떨어진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청도군청 관계자]
"그분을 뭐하러 배제 시키겠습니까. (갈등은) 전혀 없어요."

소설가 이외수 씨는 화천군과 법적 소송까지 벌인 사례입니다.

이 씨를 유치해 문학 도시를 꿈꾼 화천군.

그런데 화천군은 최근 5년간의 집필실 사용료, 1천8백만 원을 내라고 이 씨에게 요구했습니다.

[이외수 / 소설가]
"산천어축제 2회부터 제가 홍보대사를 역임하고. 사실 제가 홍보대사를 하고 (관광객 수가) 100만 명이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돈 내고 나가라'고 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술에 취해 군수에게 폭언하면서 관계가 틀어진 게 문제였습니다.

1심 법원은 이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틀어진 관계는 회복이 어려워 보입니다.

[화천군 주민]
"'우리 마을에 옥수수가 있는데 팔아줘' 하고 팔아주면 크지, 그게. 근데 서로 이렇게 멀어지니까… "

대박의 기회가 큰 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은 셀럽 마케팅.

누군가의 명성에 기댈 게 아니라, 지자체 스스로 장기적인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hye@donga.com
연 출 : 송 민
구 성 : 지한결 변아영
그래픽 : 안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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