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갈등 커지는 유네스코 등재

  • 6년 전


전 세계가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유산 지정은 국가적인 자랑거리입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갈등의 현장을 심층취재했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능선을 따라 견고하게 지어진 성곽.

백제의 옛 수도,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공산성입니다.

조선시대까지 성곽 역할을 했던 이곳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됐습니다.

그런데 공주시가 공산성에 인접한 금강교와 나란히 제2금강교 건설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공주시 건설과 관계자]
"현 금강교가 1932년에 준공한 노후 교량입니다. 일방통행하고 있거든요. 지금 사실 폭도 좁고 노후 교량이기 때문에 대체 교량이 필요한 거예요."

주민들은 대체로 환영하지만,

[공주시민]
"생긴다고 발표했잖아요. 온라인 지도에도 나와 있어 제2 금강교. 이거는 무조건 놔야 돼요. 왜냐면요 여기가 아침저녁으로 이 도로가 꽉 막혀요."

금강교를 가운데 두고 이미 백제큰다리와 공주대교, 신공주대교가 있어 추가건설이 필요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주시민]
"다리가 세 개야. 이것(금강교)까지 하면 네 개야. 충분해. 충분하다고 생각해."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는 지난해 공주시의 교량 건설 자문요청에 '부결' 결정을 내렸습니다.

[문화재 위원]
"더 복잡한 건 세계유산이기 때문에 세계유산 협의까지 해야 돼요. 잘못하면 세계유산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세계문화유산 주변 500m까지는 개발이 제한됩니다.

새로 다리를 놓으려면 문화재청의 허가가 있어야 하지만 공주시는 이미 관련 예산 480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전통 가옥들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경주 양동마을입니다.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는데요. 마을 주민들은 어찌 된 일인지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정옥 / 마을주민]
"비 오면 비 새고 하니까 여기 위에는 거처도 안 하고 여기 밑에서 살아요."

지진 때 담벼락이 무너지고, 집 안 기둥은 금이 갔지만 수리는 엄두도 못 냅니다.

실내에는 물이 샌 흔적이 역력합니다.

임시방편으로 지붕 위를 천이나 비닐로 덧씌우기도 했습니다.

[김갑순 / 마을주민]
"비 오면 여기 막 새. 뒤에도 형편없어. 여기 유네스코 되면 좋다고 그랬거든요. 되고 보니까 자유가 없어요."

자부심 하나로 버텼지만 이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석진 / 양동마을 보존위원장]
"유네스코에 등재되고 나니까 더 엄격한 법과 잣대를 들이대고 하다 보니까. 지금은 한계점에 넘어섰죠. 당장에 집 안에 비가 새고 먹고 살 것이 없는데. 양반도 좋고 자존심도 좋지만은."

2천 년 전, 삼한시대 축조물로 알려진 의림지.

충북 제천시는 작년부터 유네스코 잠재목록 등재를 추진했지만 주민반대에 부딪혀 전면 보류했습니다.

[제천시 인터뷰]
"주민분들한테 멱살 잡힐 뻔했다고요. 추진이 안 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주민들도 도와줘야 가능한 거거든요."

주민들이 결사반대하는 주요원인은 재산권 침해 때문입니다.

[주민 인터뷰]
"지금도 문화재보호법에 걸려서 제재가 많은데 그거까지 하면 더더구나 집도 한 칸 못 짓고 살아야 되잖아요. 좋긴 개똥이 좋아."

[채경진 /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 정책연구팀장]
"지역 주민들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인해 계속 제한을 받아왔는데 유네스코 기준까지 또 따라야 되는 어떻게 보면 이중규제가 되는 거죠."

현재 국내에 등재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13곳.

추진 예정지역도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서남해안 갯벌 등 16곳이나 됩니다.

인류 전체를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과 자연.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 생활편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광표 / 서원대 교수 (문화유산학)]
"결국은 주민들, 국민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문화재는 잘 지켜나갈 수 없어요. 문화재 보존과 활용의 정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들과 함께 가야 (합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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