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노인요양시설 보호사 '잠복 결핵' 집단 감염

  • 6년 전

◀ 앵커 ▶

투데이 현장입니다.

서울의 한 노인요양보호시설에서 요양보호사들이 결핵균에 집단으로 감염됐습니다.

그런데 언제 어디에서 결핵균이 옮겼는지 감염 경로조차 알 수 없어, 지금도 불안에 떨고 있다는데요.

김수산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서울 도봉구가 민간 업체에 위탁 운영 중인 노인요양보호시설.

이곳에선 지난 3월 중순, 3층에 입원해 있던 한 노인이 기침 발열 등의 증세를 보이다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어 4월 초에도 또 다른 노인이 결핵으로 확진돼 퇴소 조치됐습니다.

한 달 사이 잇따라 결핵이 발생하자 보건당국은 3층에 입원했던 노인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했는데요.

혈액 검사 결과 요양보호사 3명이 잠복 결핵 양성으로 판정됐습니다.

[요양보호사]
"어르신들한테 옮겨서. 요양보호사가 케어(보호)를 하다 보니까 옮겨간 거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2일에도 2층에 입원 중이던 한 노인에게 결핵균이 발견돼 잠복 결핵 판정이 나온 건데요.

2층에서 근무했던 직원 22명을 검사한 결과 요양보호사 13명이 잠복 결핵 양성으로 확인됐습니다.

[요양보호사]
"제가 지금 잠복 결핵균을 갖고 있는데 어르신들을 계속 케어(보호)해야 되잖아요."

잠복 결핵은 몸속에 결핵균을 가진 보균 상태를 말합니다.

결핵 환자가 기침을 하며 내뱉은 미세한 침방울이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들어가면서, 결핵균에 감염되는 건데요.

아직 보균 상태라 결핵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면역력이 약해지면 몸속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하는데, 보균자 10명 중 1명꼴로 결핵 환자가 됩니다.

[이재석/요양보호시설 원장]
"요양원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잠복 결핵 보균자가 많은 거고, 그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아무래도 그런 잠복 결핵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 요양시설엔 노인 119명이 입원해 있고,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직원 80여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설에 입원 중인 노인과 근무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는 아직 실시되지 않았습니다.

[요양보호사]
"(입원 중인) 어르신들은 한 분도 (결핵) 검사를 안 받으셨어요. 간호사들도 있고 사회복지사 선생님들도 계시는데 그분들은 하나도 받지를 않고…"

[주홍선/서울 도봉구 보건소 결핵담당 주무관]
"사회복지시설은 이런 시설은 잠복 결핵 검사는 의무사항은 아니고요. 1년에 한 번 엑스레이 찍는 걸로…"

이 요양시설에선 작년 2월에도 80대 노인이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환자와 접촉했던 요양보호사 3명이 잠복 결핵 양성으로 나왔는데요.

근무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 요양보호사들이 파업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핵에 노출된 불안한 환경은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