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마다 빈대 자국…더 심각한 쪽방촌

  • 8개월 전
[앵커]
최근 빈대가 서울로도 확산됐단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쪽방촌, 또 고시원에 취재진이 찾아가봤더니,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이준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노숙자들의 숙소로 활용되는 서울 중구의 한 고시원.

천장과 벽, 문 틈 이곳 저곳을 빈대들이 기어다닙니다.

방 한 쪽 벽 면은 빈대를 잡느라 생긴 핏자국으로 잔뜩 얼룩졌습니다.

이곳이 빈대가 출몰한 방인데요.

한번 생긴 빈대가 없어지지 않아 수개월 째 이렇게 방치돼 있습니다.

살충제 수십개에 농약과 연막탄까지 써봤지만 효과가 없었고, 결국 방 5곳을 폐쇄한 상황입니다.

서울 용산구 쪽방촌도 사정은 마찬가지.

방 구석에 놓인 쌀 포대 위로 빈대가 기어다니고, 시커먼 빈대 배설물이 뒤덮여 있습니다.

한 주민이 오늘 오전 자신의 방에서 잡은 빈대가 아홉 마리입니다.

한 번 물리면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긁어도 가려움증이 가시지 않습니다.

[쪽방촌 주민]
"조금 있으면 또 간지러워요. 그럼 또 그렇게 긁고 그러다 그냥…. 포기 상태로 약간은 '같이 살자'하는 거죠. 잡으면 뭐해요 죽질 않는데…"

빈대가 열에 약한 만큼 고온의 스팀 방역이 필요하지만, 방역 비용이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A 씨 / 고시원 원장]
"(업체는) 빈대가 우리나라에서 없어진 지 오래돼서 방역을 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거나), 100% 장담은 못 하지만 방 하나에 100만원씩 3500만원이란 견적이…."

서울 용산구와 중구는 취약계층에게는 방역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구청들은 "빈대가 해충으로 지정되지 않아 지원할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준성입니다

영상취재 : 강철규
영상편집 : 김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