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평생 못 쉬고 번 돈인데”…서민 울리는 ‘곗돈 사기’

  • 작년


[앵커]
철썩같이 믿고 맏긴 곗돈을 계주가 들고 도망가 사기당하는 일. 

아직도 적지 않습니다.

코로나 때 거리두기를 악용하기도 하는데요.
 
곗돈 사기 현장으로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7년 전, 70대 계주가 14억 원의 곗돈을 떼먹어 75명이 피해를 입은 서울 은평구의 전통시장.

30년 가까이 시장에서 채소를 팔아온 74살 이삼례 할머니는 6천만 원을 날렸습니다.

장애인 아들과 아픈 남편의 치료비로 쓰기 위해 쉬지 않고 번 돈이었습니다.

[이삼례 / 피해 상인]
"매일 술 먹고 장사하고 술 먹고 장사하고 그랬지. 괴로우니까. 설 때도 추석 때도 안 쉬고 번 돈이야, 그게."

계주는 징역 5년 6개월 형을 선고 받고 출소했지만, 피해자들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피해 상인]
"재판에서 이겨도 (명의를) 지 앞으로 안 해놨으니까 못 받지. 남편 명의로 다 돌려놓고 갔지. 교도소 들어가기 전에."

최근엔 경주 감포읍의 어촌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지난달 20일 60대 여성인 계주가 곗돈 20억과 함께 잠적했기 때문입니다.

계주가 운영하던 금은방입니다.

지금은 셔터가 내려진 채 굳게 닫혀있습니다.

피해자 40명 중 대다수가 60대 이상의 노인과 영세 상인들입니다.

[피해 해녀]
"바다에서 일하지, 육지에서 고기 말려서 팔지. 촌에서 여자 혼자 벌어서 3천만 원 계 하려면 힘들거든."

마을에서 나고 자란 계주는 피해자들과 수십 년간 친구처럼 지내며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최말선 / 피해 횟집 주인]
"아들을 어렸을 때 내가 바쁘게 살다 보니까 자기가 2년 동안 키워줬어. 그 정으로 진짜로 나는 믿고 형제처럼 지냈어."

최근들어 큰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지인들은 의심도 못했습니다.

[계주 실제 통화 음성]
"한 달만 좀 빌려주소. 내가 진짜로 약속할게요. 20일까지라도 되면 드릴게요. 진짜 약속 지킬게요."

돈을 갚겠다고 약속한 지난달 20일, 계주는 아들이 있는 베트남으로 도주했습니다. 

한국에 남아있는 계주의 남편과 연락해봤습니다.

[계주 남편]
"(지금 마을에 계세요?) 아닌데요. 드릴 말씀도 없고 며칠 있으면 다 결정 나니까 그냥 좀 가만히 살도록 놔주세요. (아내분이랑은 연락하고 지내시는 거예요?) 그 사람 내가 뭐 좋아 전화받겠는교."

곗돈 지급이 늦어지며 의심스런 정황도 있었지만, 코로나로 계원들이 모이지 못하다보니 피해가 커졌습니다.

[피해 주민]
"코로나 때문에 그런지 모이는 사람이 없어요. 계원이 누군지도 몰라요 서로가. 아무도. 그래서 혼자서 장구 치고 북 치고 다 하는 거라…"

목돈 마련이라는 서민들의 꿈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곗돈 사기.

인간 관계를 단절시키고, 오랜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강한길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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