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 옆 모텔 빌려 땅굴…30cm 앞두고 덜미

  • 작년


[앵커]
모텔을 통째로 빌려서 땅굴을 파는 이유, 혹시 상상되십니까.

잡고보니 송유관에서 기름 도둑질하려고 그랬다는데요.

딱 30cm 남기고 덜미가 잡혔습니다.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청주에 있는 한 모텔 지하실입니다.

바닥엔 돌덩이와 각종 도구들이 나뒹굴고, 어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땅굴이 보입니다.

나무판자와 쇠기둥으로 촘촘하게 벽과 천장을 세웠습니다.

모텔 인근을 지나는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50대 유모 씨 등 일당 8명이 뚫은 땅굴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자금책과 석유 절취시설 설치, 굴착 작업 등 역할을 나눠 범행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1월 충북 청주의 한 모텔 건물을 통째로 빌리며 범행을 시작했습니다.

건설 인부 숙소로 쓴다고 주인을 속인 뒤,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하실 벽을 뚫고 땅굴을 팠습니다.

[모텔 주인]
"5층 건설팀 받고 2-3층은 이제 손님 받는다고 이렇게 해서 계약이 된 거죠."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삽과 곡괭이만 쓰면서 지난 3월 초까지 9m 길이를 파고 들어갔습니다.

[인근 상인]
"저 앞에 땅을 파서 흙 내보내고 공사를 하더라고요."

하지만 송유관을 불과 30cm 앞두고 범행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국가정보원의 제보를 받은 경찰이 현장을 급습하고 이들을 차례로 검거했습니다.

땅굴 바로 위엔 하루 6만 6천대 차량이 오가는 국도여서 자칫 붕괴나 폭발 사고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에도 충북 옥천에서 주유소를 빌린 뒤 송유관에서 기름 절도를 시도했지만, 땅에서 물이 너무 많이 나와 포기했습니다.

일당 중엔 대한송유관공사에서 기술자로 일했던 전직 직원도 있었는데, 과거에도 또 다른 송유관 절도 범죄에 가담해 사직한 전력이 있습니다.

[김재춘 /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
"기술자가 직접 설계 도면하고 작업을 지시하고 송유관이 어느 정도 땅속에 있는지 탐측기도 사용했습니다."

경찰은 유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4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채널A 뉴스 김태영입니다.

영상취재:박영래
영상편집:김지향


김태영 기자 live@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