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천륜’을 저버린 부모들

  • 2년 전


'천륜'이란 말이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어서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번주, 이 천륜을 저버린 부모들의 얘기가 유난히도 많았습니다.

자신이 에이즈 환자임을 알면서도 미성년자 딸을 성폭행한 아빠,

그리고 갓 태어난 신생아를 산후조리원에 버리고 도주한 30대 부모가 구속됐습니다.

이들에게 양심의 가책이란 건 있었을까요?

Q1. 에이즈 환자라는 걸 알고도 딸을 성폭행했다고요?

2019년 초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36살이었던 남성이 8살짜리 친딸을 3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사건인데, 이 남성은 2012년 6월,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딸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자신의 성적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Q2. 2년 넘게 지난 일인데, 왜 지금에야 알려지게 된 거죠?

피해자인 딸이 최근에야 성폭행 피해사실을 교사에게 털어놓은 겁니다.

바꿔 말하면, 2년 넘는 기간동안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가해자인 아빠와 한집에서 지냈다는 건데, 다행히도 딸은 에이즈 검사결과 음성으로 확인됐습니다만,

성폭행은 물론,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서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부모의 지위를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한 아빠에게 더는 친권을 행사하도록 할 수 없다"면서 친권상실도 청구했는데, 딸을 혼자 키우게 된 엄마는 직업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3.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요?

친딸인 줄 알고 키우던 생후 20개월 여자아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아이스박스에 유기한 의붓아빠, 그리고 딸이 중학생일 때부터 무려 10년 간 200차례 성폭행한 친아빠가 최근 법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어떻게 함께 사는 가족한테 몹쓸짓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드는데, 놀랄 만한 통계가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성폭행 가해자 100명 중 3명 정도가 딸을 비롯해서, 함께 사는 친족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겁니다.

[이윤호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어린이들에 대한 가족 간 성폭행은 훨씬 더 심각한 범죄라고 양형이 더 무거워야 옳아요. 하지만 반대로 가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죠. (가해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면 가족의 생계나 경제적인 문제라든가… 그런 면에서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을 내거나 진정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함께 사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경우에 가정이 깨질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Q4. 신생아를 산후조리원에 버리고 간 부모도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사실혼 관계에 있던 30대 남녀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생후 3일 된 남자아이를 제주의 한 산후조리원에 유기하고 도주한 사건입니다.

9개월 만인 지난 19일 경찰에 붙잡혔는데, 아이를 유기한 이유에 대해서 "생활고에 시달렸고, 당장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Q5.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란 게 뭡니까?

두 사람은 이 아이 뿐 아니라, 지난 2019년 10월에도 첫째 아이를 출산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첫째 아이도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Q6. 뭐가 더 있다는 거예요?

조금 전에 제가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 '법적 부부'가 아닌, '사실혼' 관계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이의 엄마는 사실 아이의 아빠가 아닌 다른 남성과 혼인관계에 있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날 무렵인 지난 3월에야 이혼을 했는데, 우리 민법상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고,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전 남편과의 혼인 중에 다른 남성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출생신고를 할 경우에 전 남편의 자녀가 될 것을 우려해 아이를 방치했다는 겁니다.

경찰은 두 사람을 아동유기와 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요?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