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北 원전' 4월 재보선 앞두고 이슈 돌출…쟁점은

  • 3년 전
[이슈워치] '北 원전' 4월 재보선 앞두고 이슈 돌출…쟁점은


[앵커]

이른바 '북한 원전 건설' 문건으로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월성 1호기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공무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파일들이 삭제된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증폭한 건데요. 논쟁의 핵심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사안이 전개될지 정치부 서혜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서 기자, 일단 논쟁이 증폭한 과정부터 살펴보죠.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청와대가 정면충돌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 문건이 국내 원전은 폐쇄하면서 북한에는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증거라며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죠. 입장문이 보도된 지 2시간 만에 브리핑을 열어 김 위원장의 주장은 '북풍공작'과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앵커]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 구상이 실현되려면 절차가 복잡할 것 같은데요. 원자력 발전이 저비용 고효율 에너지 생산 방식이지만, 발전 과정에서 나온 핵물질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철저히 통제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구상은 국제 핵 비확산 측면에서 보면 당장 추진되기는 어려운 내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우선 관련해 한국이 북측을 지원하려면,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미측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미국이 한국에 이전한 핵물질 등은 한미가 합의할 때만 제3국으로 보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나아가 미국의 원천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미 간에도 원자력 협정이 체결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그런데, 이 협정을 위해선 무수한 '전제'들이 선행돼야 합니다. 우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해야 하고요.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회원국이 되고, 핵사찰을 수용해야 합니다. 즉, '핵비확산'을 위해 짜놓은 국제사회 질서에 편입돼야 한단 거죠. 그런데 이 국제사회 질서에 북한이 편입된단 것은, 즉 북한이 핵무기, 핵물질을 포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니까, 현재로선 구상이 있더라도 유의미한 추진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제 북한에 원전 건설이 추진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북한의 원전 건설이 추진된 적도 있었습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한 '카드'로 이 계획이 활용된 건데요. 1994년이었죠.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북측에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고,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중유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바로 북미 제네바 합의의 내용이죠. 그 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즉 KEDO를 중심으로 경수로 건설 사업을 추진하며 잠시 계획은 순항하는 듯 보였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합의는 깨지고 맙니다. 북한은 NPT에서도 탈퇴했죠. 복기해보면, 당시 이런 합의가 가능했던 건 전력난에 시달리던 북한이 이 당근책을 수용하고 IAEA 사찰 등 국제적 룰을 따르기로 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접근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북한의 핵기술 수준이 당시와는 다르고, 이미 실패한 '협상 모델'이라는 점에서 미측이 이를 시도할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산업부는 왜 이런 문건을 작성한 것일까요.

[기자]

산업부 설명에 따르면,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였다고 합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후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할 경우를 대비해 산업부 부서별로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했다는 건데요. 북한 원전 관련 문서도 이 중 하나로 확인됐다는 겁니다. 다만 서문에 '내부 검토자료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란 점을 명시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검토 없이 그대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죠.

[앵커]

단순한 내부 검토로 종결된 내용이라면, 굳이 왜 이 파일을 삭제했는지도 의문이 듭니다. 야권의 공세 포인트 역시 '은폐를 시도하려고 삭제한 것 아니냐'는 건데요.

[기자]

네, 산업부 공무원들이 왜 이 문건을 삭제했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는데요. 일단, 여권에서는 원전 추진을 은폐하기 위한 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원전 지원 문제 때문에 산자부 직원들이 이것을 삭제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요. 월성 1호기와 관련된 내용이었겠죠. 그런데 예전 문건들을 삭제하다 보니, 다 포함된 것이겠죠."

즉,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월성 1호기 관련 문건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같이 포함됐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라는 게 윤 의원의 설명인 겁니다.

[앵커]

또 다른 쟁점도 있죠. 4.27 남북정상회담 때 북측에 USB가 전달됐는데, 거기에 원전 관련 내용도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이 당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USB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 안에 원전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게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참모들이 나서서 원전 관련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담은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직접 건네줬고, 그 영상 속에 발전소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고 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설명했다는 겁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 역시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당장 협력이 가능한 수력·화력·신재생 에너지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논쟁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기자]

당분간 여야가 팽팽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도 국민의힘은 국회 국정조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다 사실이 규명됐다며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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