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트럼프 vs 해리스’…부통령 유리천장 깨나

  • 4년 전
두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는 대통령 후보보다 부통령 후보가 더 관심사라고 하죠.

민주당 후보인 카머라 해리스 상원의원, 백인이 아닌 첫 여성 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세계를 보다' 황하람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1년 9월 11일 대통령 비상상황센터.

부통령 딕 체니는 9·11 테러가 발생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대신해 국방장관에게 "위협으로 판단되는 항공기는 격추하라"고 지시합니다.

역대 부통령은 이름만 2인자였을 뿐, '가장 하찮은 자리', 대통령을 대신해 행사에나 참석하는 정치인이라는 조롱을 받아왔지만, 딕 체니는 달랐습니다.

[현장음]
"부통령은 앉아서 대통령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게 없어요. 당신이 한 말이잖아요."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의 별명은 '여자 오바마'.

유색인종으로는 처음 주 법무장관에 올랐고 지금도 상원의원 100명 중 유일한 흑인 여성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 미 민주당 부통령 후보]
"제가 다섯살 때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어머니는 저를 혼자 기르셨어요. 아주 강인하고 자긍심 있는 흑인 여성으로 키우셨습니다."

송곳 질문과 토론에 능해 '겁 없는 싸움꾼'으로 불립니다.

[카멀라 해리스 / 미 민주당 부통령 후보]
"트럼프 대통령 당신은 증오, 협박, 공포를 악용했고 실패했거나 약속을 어긴 정책들을 감추기 위해 1만 2천 번의 거짓말을 했습니다."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 지명 하루 만에 308억 원의 후원금을 끌어모으자 트럼프는 곧장 공격에 나섭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 대통령]
"(해리스를) 미친 여자라고 부를게요. 너무 화가 나 있기 때문이죠."

[도널드 트럼프 / 미 대통령]
"매우 심각한 일이에요. 사람들은 그녀가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말하죠."

하지만 인도인 어머니,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

힌두교 색채가 묻어나는 자신의 이름도 당당하게 얘기합니다.

[현장음]
"캐멜라가 아닙니다. 커멀러도 아니에요. 카멜라도요. 카멀라입니다."

서부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동부 펜실베이니아가 고향인 바이든의 지역 기반을 보완하고,

'노회한 백인 신사' 이미지를 젊은 진보 색채로 희석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뱀부니 타툼 / 미국 시민]
"해리스가 부통령으로 지목돼서 기뻐요. 첫 흑인 부통령이 나온다면 새로운 역사를 쓰는 거죠. 멋진 일입니다."

[황하람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지명을 지지한다'는 답변이 54%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다만 이 호감도가 그대로 표심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인데요.

실제 응답자의 69%는 해리스가 대선 때 민주당 후보를 찍는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당선되기도 전부터 4년 뒤엔 해리스가 80대가 되는 바이든을 대신해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

이번 대선이 사실상 트럼프 대 해리스의 대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보수적인 미국 사회는 4년 전 힐러리 클린턴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과연 차차기 대통령으로까지 거론되는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세계를 보다' 황하람입니다.

yellowriver@donga.com
영상편집 : 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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