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골칫거리 대도시 속 유령 마을…해법은?

  • 4년 전
◀ 앵커 ▶

'내 집 마련'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는데, 한 편에선 빈집들이 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 유령 마을처럼 변해버린 곳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정동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천 구도심의 한 주택가.

좁은 골목을 따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오래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지붕이 내려 앉았고, 손으로 만져도 벽은 쉽게 부서집니다.

문패는 떨어져 있고 집 안에선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비디오 가게 간판도 눈에 띕니다.

2000년대 초반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정비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재개발 사업은 좌초됐습니다.

인근의 대학교가 이전을 해버리고 사업자 선정과 계약 해지가 반복돼자 주민들은 마을을 떠났습니다.

[이명순/주민]
"18년 됐습니다. 재개발 한다고 했는데…(아직 안 돼서) 다 집 팔고 나갔죠."

인천의 또다른 주택가.

인근 지역에 개발된 신도시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나오자, 재개발 사업의 기대감은 푹 꺼졌습니다.

주민들간 의견 대립으로 조합 설립이 무산된 채 수년 간 방치돼있다 결국 정비구역에서도 해제됐습니다.

주민이 떠난 빈 집에는 누군가 버린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김석모]
"(주변 환경이) 당연히 안 좋지요. 차 돌아다니기도 복잡하고…"

[인근 주민]
"밤에 무서워요."

빈 집들이 늘면서 범죄와 안전, 위생 문제까지 발생하자 지자체들은 재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일부 빈 집은 청년 임대주택으로 개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조를 현대식으로 바꿔도 불편한 주차장 등 주변 생활 인프라가 그대로여서 청년들마저 떠나는 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지내시다가, 계약한 날짜가 다 되어가지고"

아예 빈 집을 허물고 공영 주차장을 확충하거나, 주민들을 위한 텃밭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업비가 낮아 지자체들이 선호하는 빈집 대책이긴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시큰둥합니다.

[인근 주민]
"(텃밭에서) 벌레랑 구더기하고 막 들어오고 그래 가지고…"

2년 전에 조성된 텃밭입니다. 이렇게 담장이 무너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주민들의 기대와 동떨어진 대책이다보니 지속가능하지 않은 겁니다.

[권대중/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그 지역에 맞는 환경 조건을 갖춰서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을 내놔야 합니다.특히 주민이 원하는 활용 방안이 있어야만 지속적 관리가 가능합니다."

비어 있던 옛 동사무소 건물이 청년 창업시설로 부활했습니다.

3D프린터와 목재 재단 기계 등 고가의 장비도 갖췄습니다.

이곳에 입주한 사회적 기업 '빈집은행'은 어둡고 습한 반지하의 특성을 살려, 반지하 빈집 스무 곳을 버섯 농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또다른 빈 집은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강대원/인천 미추홀구 주무관]
"빈 집이 단순히 방치돼서 사회 문제를 야기하기 보다는 자원화돼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5년 넘게 방치됐던 인쇄소 건물도 멋진 양복점 작업실로 바뀌었습니다.

옛 흔적을 일부러 남겨 둬,개화기 시절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실내를 꾸몄습니다.

청년 사업가의 아이디어가 버려져있던 공간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은 겁니다.

[김주현/양복점 대표]
"건물이 가진 역사적인 측면과 저희가 테일러(맞춤 양복), 마지막 남은 테일러 산업의 명맥을 잇고 있다는 것이 일맥상통한다고…"

15개 정부 부처가 참여한 2기 인구정책 TF에서는 방치된 빈집들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와 이를 재활용할 방안을 이르면 이번 달 발표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