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맨]‘스몸비’보다 위험한 이어폰?

  • 4년 전


무선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분들,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데요.

소음 차단 기능까지 장착되면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무선 이어폰족,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이른바 '스몸비족'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데, 사실인지 따져보겠습니다.

인파 속에서 차도와 인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한 남성.

가까이 다가가서 불러봤습니다.

[A씨]
"(어디에서 왔다고 하는지 들렸나요?)
그런 건 자세히 안들리고….."

[이상근 / 서울 도봉구]
"소리 한번 지르면 쳐다보고. 원래 한 개만 꽂아요. 안들리니까. (두 개 하면?) 아예 아무 것도 안 들려요."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골목길을 걷는 시민은 바로 뒤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합니다.

[이만복 / 개인 택시 운전기사]
"코너길, 횡단보도 건널 때 아무리 빵빵해도 못 알아들어요."

이런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하면서 걸으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걸을 때보다 신호를 지키지 않거나 다른 사람과 부딪치는 사고가 많았다는 건데요.

[조준한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무단횡단 발생이) 2배 이상 높게 빈도가 나타났고요. (타인과 충돌도) 조금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외부 소음 차단 기능이 있는 이어폰을 사용할 경우 일반 이어폰을 꼈을 때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의 소리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배명진 /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
"'노이즈 캔슬링' 기법이 그대로 접목됐기 때문에 주변 소음이 들려도 그 소리는 차단하고, 가까이서 들리는 위험 상황에 대해서 전혀 받아들일 수가 없는거죠."

숭실대 연구팀에 따르면 이어폰 속 음량은 차량 경적음과 같은 70~80dB 수준인데,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훨씬 더 가까이서 들리고 실제 몰입해서 듣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어폰 밖 위험 신호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종합하면 이어폰 착용,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것 못지 않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길을 걸을 때 한쪽에만 이어폰을 끼고, 곳곳에 음향기기 착용을 경고하는 표지판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상 팩트맨이었습니다.

성혜란 기자 saint@donga.com
영상취재:박찬기
연출·편집:황진선 PD
구성:박지연 작가
그래픽:전성철, 박소연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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