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이주 노동자의 '눈물'

  • 4년 전
◀ 앵커 ▶

"우린 죽으러 오지 않았다" UN이 정한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을 기념해 열린 작은 행사의 제목입니다.

단속을 피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국내에서만 한 해 백 명 넘게 숨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호소할 정도인 그들의 참혹한 '코리안 드림'을 이정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해 1월 단속을 피해 창문 밖 난간에 매달렸던 미얀마 미등록 이주노동자 산 소티씨.

결국 8m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지난 9월엔 경남 김해에서도 단속을 피하던 태국인 노동자가 30m 절벽 아래로 추락해 숨졌습니다.

다짜고짜 목을 조르고 수갑부터 채우는 토끼몰이식 과잉 단속.

고용주의 맘에 안들면 언제든 미등록 불법 체류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고용허가제가 만든 현실입니다.

지난 10여년간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하다 모두 11명이 숨지고, 77명이 다쳤습니다.

[정우학 신부/부산 가톨릭노동상담소]
"누군가를 해치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훔치지지도 않았습니다. 외국인은 범죄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쫓기다가 사망을 하여도 당연하다 말할 수 있습니까."

유독 가스로 가득찬 오징어 부산물 탱크를 8년만에 청소하러 들어갔다 참변을 당한 이주노동자 4명에겐, 안전마스크 하나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미얀마인 쇠린 마웅씨가 폭우 속에 수몰됐던 45미터 깊이 빗물펌프장 지하터널엔 통신 장비도 그 흔한 안전 튜브도 없었습니다.

장갑 하나 받는데도 폭행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휴 죽여버릴까, 이 XX XX를"

농기계에 깔려서, 기숙사에 불이 나서 소리 소문도 없이 산업현장에서 죽은 이주노동자들은, 지난해에만 136명, 사흘도 안돼 한 명씩 죽었습니다.

신체 어딘가 잘리고 부러지는 산업재해 부상은 7천2백여 건, 하루 20명씩 다쳤습니다.

[우다야라이/이주노조 위원장]
"사업주의 노예가 돼 가고, 돈 벌어주는 기계 취급을 당하고...한국에 죽기 위해 오지 않았습니다."

8명이 함께 지내는 방 하나, 욕실 하나인 낡은 비닐하우스가 기숙사라며 20만원씩 떼고 주는 월급은 최저임금도 안되기 일쑤입니다.

유학생인데도 이주민이란 이유로 욕설과 구타를 당해야 하는 현실은, 노동탄압을 넘어 인종 차별 수준입니다.

[팻승/미얀마 유학생]
"외국인 다 나가라고, 우즈벡 개XX들, 미얀마 개 XX들 그랬는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 이주민 권리 보장을 위한 10개 사항을 정부에 권고하면서, 특히 국내법에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비슷한 내용의 이주노동자 권리 국제 협약을 UN이 채택한 지 30년이 지나도록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정신입니다.

(영상취재: 장기홍 (부산 )/ 영상편집: 노선숙 / 영상제공: 이주민방송 MW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