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장관 발언 "억장 무너져"

  • 4년 전
◀ 앵커 ▶

경기도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아동 간 성추행 사건에 대해 주무 부처인 복지부 장관이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

피해 부모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윤정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달, 만 5살 A양의 어머니는 집 근처 자전거보관소에서 나오는 딸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행동이 이상했습니다.

[A양 어머니]
"바지를 올리고 추스리면서 나오는 거예요. '너 쉬했어?' 했더니 '아니야, 아니야' 이래요. 그 순간 그 자전거보관소에서 킥보드를 타고 (남자)아이가 쉭 지나가는 거예요."

무슨 일인지 묻자 A양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남자 아이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A양은 신체 주요 부위에 염증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고, 심리 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해 남자 아이의 부모는 사과를 하면서도 성추행은 아니라며 결국 연락까지 끊었습니다.

A양의 부모는 아동간 성폭력에 대해서도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고, 20만명이 동참했습니다.

급기야 국회에서도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대책을 묻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별 일 아닐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그제)]
"어른들이 보는 관점에서의 성폭행 그런 관점에서 봐서는 안 되고, 하나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는데…"

발언 직후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복지부는 곧바로 사과했지만, 피해 아동의 부모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았습니다.

[A양 아버지]
"(가해 아동이) 무언가를 보지 않고서는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관님의 발언은 너무 가해자 중심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하고요."

실제 또래 아동 사이에서 성추행 논란이 벌어질 경우 '애들이 뭘 알겠냐'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라는 인식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경찰은 사실 확인을 위해 내사에 착수했고, 성남시는 관할 어린이집 6백여 곳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CCTV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복지부와 여성가족부도 아동 간 성폭력 발생시 대책과 예방 방안 마련을 위해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윤정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