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맞았다"며 쓰러진 20대男이 구속된 이유…여친 때문?

  • 5년 전
지난 10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에는 사이렌이 울리고 형사 수십명이 뛰어다니며 일대 긴장감이 흘렀다.

괴한에게 흉기로 피습당했다며 "너무 아파 죽을 것 같다"는 한 통의 신고 전화가 별안간 경찰과 소방당국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현장에 급파된 구급대원들은 한 편의점에 쓰러져 신음하던 김모(22)씨를 다급히 근처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같은 시간 경찰은 형사기동대와 순찰차 20여대를 배치하고 일대에 경찰관 50여명을 풀어 괴한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에 실려 온 김씨는 어딘가 이상했다. 술 냄새가 풍겼고 입고 있던 옷에는 손상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흉기에 찔리기는커녕 뾰족한 물체로 여러 차례 그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흉터 정도만 남아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서울 서대문경찰서 소속 형사 이성철 경위가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채근했더니, 김씨는 "술 먹고 더워서 옷을 올리고 있다가 당했다"고 황당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자작극'을 의심한 이 경위가 계속 추궁하자 횡설수설하던 김씨는 결국 "문구용 칼로 본인의 배를 그었다"며 허위로 신고했다고 시인했다.

이어 "얼마 전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해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강도에게 당해 다쳤다고 하면 그녀가 동정심에 마음이 약해져 다시 만나줄 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붙잡아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신고는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누군가의 골든타임을 앗아가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특히 긴급한 신고가 집중되는 심야나 새벽시간대 허위신고는 위험성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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