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Me - 홈런~! 턱돌이의 야구 이야기

  • 5년 전
"안녕? 내 이름은 턱돌이야. 바쁘지 않다면 내 야구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나의 또다른 이름은 길윤호. 올해 서른 살인 나의 어릴 적 꿈은 야구 선수였어. 그래서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군산상고에서 투수로 꿈을 키워오고 있었지. 유명 구단에서 내 프로필을 적어가기도 했어.

그런데 연습도중 손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어. 아니나 다를까 어깨까지 다쳤지. 야구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나버렸기에 너무나 힘들었어.

하지만 야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어. 그래서 무작정 서울 잠실에 있는 야구장에 달려가 경기를 하던 야구 응원단에서 북을 치게 해 달라고 했어. 그런데 마스코트란 일이 너무 하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응원단장님께 마스코트를 하게 해 달라고 졸랐지.

다음 시즌 난 정말 마스코트가 됐어. 그런데 쉬울 줄 알았던 마스코트 일이 너무나 힘들었어. 첫 세 경기 동안엔 세상에 있는 동물이란 동물의 욕은 다 들었던 것 같아. 모두들 나에게 화를 내고 그만두라고 했어.

그 순간 오기가 생겼어. 캠코더를 빌려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른 마스코트들이 어떻게 응원하는가 모니터하기 시작했어. 그들은 악수를 어떻게 하는지. 응원은 어떻게 하는지. 모든 것을 관찰하고 내 것으로 만들었지. 많이 힘들었지만 덕분에 마스코트로 한걸음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어.

그러던 중 넥센 히어로즈 마스코트로 활동할 수 있게 됐어. 처음 본 넥센의 마스코트 캐릭터 '히어로'는 너무나 강렬했어. 다른 구단 마스코트가 귀엽고 편한 이미지라면 히어로의 이미지는 너무 강했지.

그래서 난 조금 더 코믹하게 만들기로 했어. 턱을 조금 더 빼고, 진한 눈썹으로 꾸몄지. 그런 나를 팬들은 '히어로' 대신 '턱돌이'라 부르기 시작했어. 그렇지만 너무 강한 턱돌이 이미지 탓에 사람들에게 미움도 많이 받았어. 아이들은 무섭다고 나를 피하고, 어른들은 못생겼다고 소리치기도 했어.

하지만 나 굴하지 않고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매일같이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였어. 난 특이하게도 홈팬이 아닌 상대팀 팬들에게도 기쁨을 주기 위해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어. 처음엔 구단에서 지적도 많이 받았지만, 두 번째로라도 사랑받는 팀이 되기 위해 그런다고 하니 모두들 이해해 줬어.

가끔은 여성 시구자들에게 변태(?)같은 퍼포먼스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해. 몇몇 열성적인 팬들은 악성 댓글도 서슴지 않지. 하지만 난 괜찮아. 이것도 팬들이 나를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니까.

다만 이 모든 퍼포먼스가 즉흥적인 게 아니란 점만 알아줬으면 해. 내가 직접 여성 시구자를 섭외하고, 함께 퍼포먼스를 짜고, 그리고 경기에서 재미있게 연출하고 있다는 점을 말이야.

우리 모두 승리에 집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야구를 즐기는 분위기가 됐으면 해.
나 턱돌이가 그런 기쁨을 여러분에게 선물해 줄게. 난 마스코트 턱돌이니까. [기획/제작 : 정영혁 박기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