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쓰는 편지]천의 미소, 서산 마애삼존상

  • 5년 전
국보 제84호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천의 미소를 지녔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음영에 따라 변화하는 마애삼존상의 다양한 미소를 990장의 사진으로 연속촬영해 타임랩스로 만들었다.
오전 9시. 마애불은 숲으로 둘러싸인 절벽과 한 몸을 이룬 채 편안한 표정으로 옅은 미소만 보여 줄 뿐이다. 왼쪽 벽으로 햇살이 드는 순간 백제의 미소가 깨어난다.
오전 10시 쯤 해가 중천에 뜨자 또 한번 얼굴에 찬란한 빛이 스며든다. 이제부터 진짜다. 음영에 따라 마애불은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변화무쌍하다. 온화하고, 자비롭고, 근엄하고, 천진난만하고…. 해질 녘 세상은 아직 밝은데, 마애불은 아침에 보았던 그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한국일보 멀티미디어부 왕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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