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법안 2백 개 발의?…'입법왕'의 비밀

  • 5년 전

◀ 앵커 ▶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의무가 법을 만드는 '입법'행위죠.

그런데 일부 국회의원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법안 발의 건수만 늘리고 있다고 합니다.

오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 통신사가 주관한 '대한민국 소비자만족대상' 시상식.

올해 의정 활동을 가장 잘한 의정 부문 대상 수상자로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인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뽑혔습니다.

[황주홍/민주평화당 의원]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입법왕'으로 불리는 황 의원이 올해 제출한 법안만 3백40건.

19대 국회 '입법왕'인 이명수 의원이 4년 동안 제출한 법안(262)보다도 78건이나 많습니다.

날짜를 확인해보니 이달 들어 단 사흘 만에 무려 2백 19개의 법안이 쏟아졌습니다.

성차별을 없애는 '유리천장 위원회'를 공공기관마다 설치하자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공공기관마다 똑같은 법을 복사해서 붙이는 이른바 '복붙 법안'을 만들다 보니, 2백 개 넘는 법안이 나온 겁니다.

"법제처와 협의를 했는데, 개별 공공기관 (법률)마다 하나하나씩 설치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자문을 받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법안 발의 건수를 늘리는 경우는 또 있습니다.

전체 내용 중에 한두 글자만 바꾸는 이른바 '글자갈이' 법안은 본회의마다 빠지지 않고 올라옵니다.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지난 8월)]
"일본식 한자인 '게기(揭記)된'을 '규정된'으로 정비한 내용으로 일반 국민의 법률에 대한 이해 가능성을 높이려는 취지가 타당하다고 보아…"

'당해'를 '해당'으로 수정하는 법안은 올해 발의된 것만 24건, 비슷한 법 개정안이 매년 수백 건 넘게 제출됐습니다.

오죽하면 글자만 고치는 법은 법사위에서 한꺼번에 모아 처리하자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나왔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보다 꼼꼼히 감시하지 않는 한 법안의 질보다 양을 앞세우는 '입법왕'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오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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