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추석 과일 금값…'못난이' 싸게 사세요

  • 6년 전

◀ 앵커 ▶

올여름 최악의 폭염과 태풍 피해로 수확량이 턱없이 적어지면서 추석 대목인데도 과수 농가들이 울상입니다.

공급량이 적다 보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서 소비자들도 차례상에 과일 넉넉히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좀 못생겨도 맛은 좋은 '못난이 과일'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김수산 리포터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장호원의 복숭아 농가에서 분류 작업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최상품 칸엔 복숭아가 몇 개 없고 씨알이 작은 하품 칸은 가득합니다.

나무에 걸린 봉투는 비어 있기 일쑤고, 들어 있는 열매 중엔 벌레 먹어 썩은 것도 많습니다.

[석재인/복숭아 재배 농민]
"봄에 이상 냉해 때문에 이렇게 씨가 두 개 만들어져 썩습니다. (복숭아) 내부부터 썩어나오는 거죠."

경기도 남양주의 먹골배 농장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굵은 배가 200개씩 빼곡히 열렸던 나무는 올해는 듬성듬성.

40, 50개 열리는 게 전부고 씨알도 영 시원찮습니다.

[김영배/배 재배 농민]
"비(상)품 나오는 게 많다고 봐야 해. 아주 그냥 세상이 다 싫어요. 만사가 다 싫어."

봄 냉해에 여름 폭염과 태풍.

올해 작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유통센터 포장라인은 바삐 돌아가기는커녕 두 개 중 한 개가 멈춰 섰습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과수 농가들은 최상품 시장 이외에 다른 판로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이천의 한 복숭아 농가는 상처가 있거나 크기가 작은 B급 복숭아와 이천 쌀을 결합한 식혜를 개발했습니다.

[전윤희/복숭아 재배 농민]
"재구매하시는 분들이 꽤 많아서 (우리가) 맛있구나, 맛있게 만들었구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입소문이 나면서 전체 매출의 20%로 판매량도 늘어 식혜는 농가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김정천/이천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인들의 소득을 좀 올리기 위해서 기술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복숭아 말랭이 곶감으로 만든 게 있고 또 복숭아 식혜, 막걸리, 와인…"

이곳은 최상품 과일뿐만 아니라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생긴 상처나 멍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도 함께 파는 곳입니다.

최상품 복숭아 한 박스 값은 4만 원이지만 상처가 있는 B급은 2만 원대 초반.

[김진현]
"복숭아도 먹어보고, 먹어보니까 저렴하고 맛있더라고요. 겉모양만 그렇지 먹는 건 똑같은 것 같아요."

[박상진/과일 판매상]
"B급, 못난이라고 많이 하시잖아요. 옛말에도 벌레가 맛있는 과일을 알아요. 그래서 벌레 먹은 과일이 더 당도도 잘 나오고 맛있다…"

실속파 소비자가 늘면서 올해 들어 전체 과일 매출의 40%를 B급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박준용/과일 판매점 운영]
"날씨가 점점 더 더워지고 악화하면 산지에서 폐기되는 물량이 많아지는데 B급 과일로서 유통시킬 수 있다면 농가 소득에도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지자체들도 B급 농산물 장터를 마련했고, B급만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몰도 운영되고 있어 추석을 앞둔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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