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애호박' 풍년?…가격 폭락에 폐기처분

  • 6년 전




◀ 앵 커 ▶

그런데 폭염 속에서도 애호박 같은 밭작물은 오히려 풍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풍년이라고 농민들이 좋은 건 아니죠.

애호박 산지가격이 70% 넘게 폭락하면서 농민들이 멀쩡한 애호박을 폐기하고 있습니다.

백승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트럭째 애호박을 싣고 와서 땅에 버립니다.

뒤이어 트랙터가 바퀴로 뭉개고, 잘게 갈아버립니다.

이번 주 8kg 한 상자의 경매 가격이 평균 2,800원으로 폭락하자, 농민들이 정성을 다해 키운 애호박을 폐기하고 있습니다.

[김현철/농민]
"그 심정이야 뭐 진짜…자식 잃어버린 심정하고 똑같죠. 마음이 찢어지죠 진짜…"

밭에도 다자란 애호박이 버려져 있습니다. 한 군데로 모으려 해도 인건비가 들기 때문에 그대로 썩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최근 폭염으로 애호박이 쑥쑥 커 생산량은 늘었는데, 휴가철에 소비가 부쩍 줄면서 도매시장 경매 가격이 지난해보다 70%나 하락했습니다.

취재진이 화천의 한 마트를 찾았습니다.

비닐을 씌워 키운 '인큐 애호박' 하나의 가격이 800원.

현재 화천 농민들이 노지 애호박 하나를 팔면 받는 돈은 평균 140원입니다.

팔면 팔수록 손해라서 농가에서는 애호박을 갈아엎는데, 같은 지역 소비자들은 농민이 받는 돈보다 6배 가까이 더 많은 돈을 내야 애호박 하나를 살 수 있는 이해 할 수 없는 유통 구조인 겁니다.

[한준택/농민]
"1천 원에 한 박스를 출하를 하면 소비자들은 1만 원에 사먹는 그런 상황이라 저희가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자치단체와 정부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 애써 키운 작물을 농민들이 직접 폐기해야 하는 악순환이 해마다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MBC뉴스 백승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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