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지상주의 탈피하자"…'탈 코르셋 운동' 확산

  • 6년 전

◀ 앵커 ▶

'아름다운 여성' 하면 대게 떠올리게 되는 모습, 날씬한 몸매에, 긴 머리, 화장을 곱게 한 얼굴이죠.

이런 고념관념 때문에 아침에 피곤한데도 억지로 화장하고 다이어트하고 머리 기르시는 여성분들, 많으실 겁니다.

요즘 10대, 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는 이른바 '탈 코르셋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유정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머리 말리는데 한 1분?"

머리 손질은 간단히, 얼굴엔 로션만 바르고 안경을 집어듭니다.

컬러렌즈에 짙은 화장, 장신구를 빼놓지 않았던 3개월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대학생 유튜버 차지원 씨.

1시간 이상 걸리던 꾸밈 시간이 30분도 걸리지 않게 줄어든 일상을 소개한 이 영상은 27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차지원/'탈코르셋 운동' 참여자]
"왜 대부분의 여자들은 머리카락이 길까? 하는 호기심이 가장 컸고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까지 (머리카락을) 밀어버렸고…"

고등학교 때부터 긴 생머리에 화장을 했었다는 대학생 김눈송 씨도 최근 짧은 머리와 맨 얼굴을 택했습니다.

옷차림도 짧은 치마 대신 티셔츠와 바지를 입습니다.

[김눈송/'탈코르셋 운동' 참여자]
"나를 나 그대로 보는 시각이 키워지는 것 같아요. 저는 일단 이게 많이 편하더라고요."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모습을 거부한다는 '탈 코르셋 운동'.

상반신을 꽉 조여 날씬하게 만드는 보정속옷 '코르셋'을 여성에게 강요되는 '고정관념'으로 해석해, 여기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대부분 10대와 20대 여성.

초등학교 때부터 화장을 하는데 익숙해진 세대입니다.

이들은 SNS나 방송을 통해 외모 가꾸기에 일찍부터 노출됐습니다.

[김지연/대학교 4학년]
"여성은 예뻐야 한다라는 인식을 계속 주입시키는데 문제는 이런 매스미디어로부터 아이들이 피할 길이 없다는 게…"

[임지수/대학교 4학년]
"(화장을) 안 하면 약간 왕따? 그렇게 되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터넷에는 '눈물 흘리면서 렌즈 끼고 결막염 걸려도 렌즈를 낀다' '쌩얼을 보이느니 자살을 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라는 고백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젠 화장품을 내다 버리고 긴 머리카락을 자르며 앞다퉈 '탈 코르셋' 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윤김지영/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다양한 (여성들의) 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여성이라고 해서 아름답지 않다고 더 심한 인신공격을 받을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도기적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최근 일부 여성들이 상의 탈의 시위를 벌인 것도 여성의 몸에 대한 '시선의 구속'에서 벗어나겠다는 운동의 일환이었습니다.

MBC뉴스 서유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