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임기 채우는 게 공약?…'군수의 무덤' 가보니

  • 6년 전

◀ 앵커 ▶

내일은 선거의 의미를 되새기고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유권자의 날입니다.

그런데 6.1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금 대체 누구를 뽑아야 임기를 잘 마칠 수 있을까, 유권자들이 걱정해 하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김수산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국토의 중앙인 충청북도에서도 중앙에 위치해 고추와 배추, 옥수수 같은 농산물을 키우는 청정한 환경으로 유명한 괴산.

산좋고 물맑은데다 인심도 넉넉한 곳이지만, 마치 금기인 듯 꺼내기 어려운 말이 있다는데요.

바로 선거입니다.

"딴 데 가서 했으면 좋겠네."

지방선거가 한달여 남았는데도 마침 5일장이 서서 북적이는 장터에서마저 선거 얘기에는 손사래 치는 주민이 적지 않았는데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제일]
"지금까지 민선군수가 돼 갖고 정상적으로 퇴임을 하시거나 존경받는 군수님이 없었잖아요. 사실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거는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1995년 처음 국민이 직접 투표로 단체장을 뽑는 민선시대가 열리면서 다음달 지방선거가 벌써 민선 7기, 그런데 민선 1기부터 6기까지 군수 전원이 사법처리된 겁니다.

[김영수]
"당연히 속상하죠. 아니 이게 계속 전통이 되니까 군민들은 다 속상해 하고 있죠."

세 명은 임기도 못 채우고 중도하차해 지역 언론들이 붙인 별칭이 '군수의 무덤'.

[장인숙]
(투표는 하실 계획이세요, 어떠세요?) "별로 할 생각이 없어요…. 해도 의미가 없으니까."

[유정희]
"선거철만 되면 명함 갖다 준다고 그러면은 설거지 하다가 솔직하니 손 닦고 명함 받아야 되고…."

전·현직 군수들의 사법처리가 이어지면서 군 내 시민사회단체와 군 의회가 나서 '제대로 된 군수를 뽑자'는 공명선거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데요.

군청 공무원 6백여 명도 선거중립 결의문 서명운동에 나섰다고 합니다.

[괴산군청 관계자]
"공무원으로 줄서지 않고 또 이제 선거에 중립을 하고…."

대표 공약이 지역 발전이 아니라 임기 완료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그래도 이런 후보가 나오면 다시 투표소에 가겠다고 말하는 주민들.

[박종년]
"요번에는 괴산군민 위해 진짜 진짜 깨끗한 사람이 되어서 깨끗이 마무리 될 사람…."

[성경희]
"정직한 사람, 정말 군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사람…."

3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과연 이번에는 괴산 유권자들이 군수의 무덤에서 군수의 부활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