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태국인 숙소 가보니…‘돼지우리 노예’였던 이방인

  • 작년


[앵커]
돼지농장에서 일하다 숨진 이주노동자의 숙소입니다.

비좁고 악취는 심하고 돼지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심지어 이 노동자의 시신을 농장주가 뒤뜰에 파묻어 충격을 줬습니다.

문제는 불법체류 신세인 다른 이주노동자들도 비슷한 처지라는 겁니다.

이기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돼지우리 한 귀퉁이의 골방.

가로세로 3m 정도 되는 좁은 방에선 숨을 못 쉴 만큼 악취가 풍기고 돼지 울음소리가 쉴새 없이 들립니다.

쓰레기로 가득한 방은 몸 하나 겨우 누일 수 있고 먼지투성이 냉장고에 먹을 거라곤 곰팡이 핀 김치뿐입니다.

이 곳에 살다 사망한 태국 이주노동자 세닝문추 씨는 1천 마리가 넘는 돼지 분뇨를 처리하는 등의 고된 일을 10년째 해왔습니다.

18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 대부분을 고국의 가족에 송금했습니다.

병이 날 수밖에 없는 비위생적인 환경이지만 불법체류자라 하소연도 못 했습니다.

[김달성 /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미등록 노동자들은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열악한 노동 조건과 환경이 있더라도 감히 그것을 개선해달라고 이야기를 사업주에게 하지를 못하지요."

경기도 포천시의 이주 노동자는 7천6백여 명인데 세닝문추 씨처럼 집계되지 않는 불법체류자는 4천여 명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천막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장음]
(두 분이 사시는 거예요?) 사장님, 사장님! (사장님 바로 옆에 있어요?) 네네.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을까, 기자의 질문에 답도 잘 못합니다.

[현장음]
사장 말해. 우리 말하지 마, 우리 몰라요. (사장님이 말하지 말라 그랬어요?) 사장 싫어해, 사장 싫어해.

시신을 유기한 농장주는 불법 체류자라 신고하지 못했지만,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현장음]
"(임금은 제때 지급하셨나요?) 네 임금은 지급했어요. (학대한 사실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불법체류자들은 복지 혜택도 못 받고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태국 언론들은 이들을 '꼬마 유령'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열악한 삶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기상입니다.

영상취재 : 김찬우 권재우
영상편집 : 이희정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