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하필 추석 대목에…” 호우에 멍든 농가

  • 2년 전


[앵커]
이제 추석이 1주일도 안 남았지만 유독 농민들은 명절 분위기가 나질 않습니다.

폭염에 폭우에 정성들여 지은 한해 농사를 망쳐 버려서입니다.

현장카메라 장하얀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추석을 앞두고 과일 출하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대목을 앞둔 농민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는데요. 어떻게 된 이유일까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수확이 한창이어야 할 포도밭.

왠일인지 포도들이 나무에 그대로 달려있습니다.

샤인머스켓을 감싸고 있는 포장재를 열어보니 썩은 알맹이가 가득합니다.

선물용으로 인기 높은 가지포도도 아래 부분이 죄다 썩었습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농장이 물에 잠겼기 때문입니다.

[김일환 / 포도 재배 농민]
"다 저렇게 끄트머리가. 이거 닦아서 먹겠습니까. 못 먹지."

일대 포도 농가들도 40% 이상 피해를 입고 출하를 포기했습니다.

내년이 더 걱정입니다.

[김일환 / 포도 재배 농민]
"내년에 순이 일찍 나와서 다시 열매를 맺어야 하는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네요. (나무가 물을 많이 먹어서요?) 네."

인근 밤 농가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밤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나갔습니다.

[김은환 / 밤 재배 농민]
"내 팔다리 잘려나가는 심정이랄까요. 자식처럼 이렇게 가꾸고 키웠던 나무들이 재해에 의해서 꺾여나가고 뿌리째 뽑혀나가고."

조금이라도 수확한 밤을 산 밑으로 내려야 하는데, 농업용 모노레일이 고장나 수작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장음]
"(수확한 밤을) 사람이 어깨에 메거나 등에 짊어지거나 하고 여기까지 와야겠지."

병충해도 극성입니다.

밤나무 곳곳에 이렇게 혹이 나있습니다. 잎사귀들은 제대로 자리지 못하고 이렇게 누렇게 말라 죽었습니다.

해충인 밤나무혹벌이 남긴 흔적입니다.

혹이 생기면 새 순이 자라지 못하는데 지난해보다 피해가 20% 이상 늘었습니다.

[김은환 / 밤 재배 농민]
"(가지가) 죽죠. 새 가지가 나오면서 꽃이 펴서 밤이 맺히는 자리가 혹벌 병충해 때문에…."

시커멓게 썩은 복숭아가 바닥에 나뒹굽니다.

복숭아를 감싼 종이를 벗겨보니 곳곳이 곪고 썩어 성한 걸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복숭아 탄저병에 걸린 겁니다.

전남 최대 복숭아 산지인 화순에선 전체 재배면적 절반 가까이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복숭아는 떨어지면 바로 썩기 때문에 땅에 묻거나 버려야 합니다.

[오정채 / 복숭아 재배 농민]
"참담하죠. 인건비, 자재비. 올해 다 못 건졌어요. 그래도 어째요. 내년을 봐야죠."

외국서 온 돌발해충도 비상입니다.

손톱 크기의 갈색날개매미충이 오미자 줄기에 가득 붙어 있습니다.

열매는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올해 강원도에서만 1천 2백 헥타르 이상의 농경지가 돌발해충으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반도 기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아열대성 해충들이 토착화되는 겁니다.

수확을 앞두고 있어 농약도 함부로 못 칩니다.

[이운섭 / 오미자 재배 농민]
"농약을 쓰면 벌금을 문다든지 농산물 출하 제한을 받는거죠. 근데 그대로 하면 거의 농사는 망한다고 봐요. 안 죽고 하면 누가 사겠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으라는 말.

폭염과 폭우를 겪은 농민들에겐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현장카메라 장하얀 입니다.

영상취재: 김근목 이기현 김민석
영상편집: 방성재


장하얀 기자 jwhit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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