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남북 소통 채널…대화 재개로 이어질까

  • 3년 전
다시 열린 남북 소통 채널…대화 재개로 이어질까

[앵커]

이번주 월요일부터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다시 열렸습니다.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마련된 건데요.

정부는 통신선 복원을 토대로 대화를 하루빨리 재개하자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선결조건을 제시하며 남측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현주소, 지성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 직접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유엔 무대가 된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냈습니다.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고 남은 임기 중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본궤도에 올려세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났습니다.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지 여드레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긍정적인 대남 메시지가 공개됐습니다.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 원하도록 할 의사를 표명하시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경색된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바라는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통신선 복원을 결정한 배경까지 '친절히'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곡절을 겪을 때마다 단절과 연결이 반복된 연락 채널은 남북 간 신뢰 수준을 가늠하는 '시금석'이었습니다.

한 해에 3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에는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며 24시간 상시협의를 할 수 있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간 중재에 실패한 남쪽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는 싸늘해졌고, 급기야 작년 6월에는 문재인 정부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모든 연락 채널을 차단한 데 이어 남북연락사무소 건물까지 폭파해버렸습니다.

올해 7월 말 남북 통신선은 13개월여 만에 극적으로 복원됐지만, 한미연합훈련 강행에 반발한 북한이 남측의 통화 요청을 거부하면서 2주 만에 다시 '먹통'이 됐습니다.

이렇게 한동안 닫혔던 남북 소통 채널은 김 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10월 초 다시 열렸습니다.

"오랜만이고요. 이렇게 통신연락선이 복원돼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통신선 복원을 토대로 하루빨리 대화를 재개해 연내에 최소한 고위급 회담까지 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는 빅 이벤트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북측과) 조속히 대화를 재개하여 남북 합의 이행 등 남북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가 시작되고, 이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대화 재개를 그다지 서두르지 않는 모습입니다.

대화를 다시 시작하려면 남측이 먼저 대북 인식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이며…"

북한이 불만을 터뜨리는 남측의 '이중적 태도'와 '적대적 관점'이란 남측도 군비 증강이나 미사일 개발에 나서면서, 왜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발'로 규정하느냐는 의미입니다.

북한은 당장 대화 제안에 응하기보다 우선은 남측의 진정성을 지켜보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속셈 때문인지 북한은 통신선이 복원된 날부터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남북관계 개선은 그 누구의 승인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등의 대남 압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행보로 미뤄 소통 채널을 다시 연 것은 김 위원장이 노동당 회의 등에서 강조했던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 차원일 뿐, 대화 재개 의지와는 별개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통신선 복원 결정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주변 정세 안정이 필요한 중국의 요청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미국과 기싸움 중인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한반도 문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에 남북 정상을 동시에 초청할 생각이라면 지금 시점에 남북 통신선을 복원하는 것이 시간표상 적절합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통신선 복원 카드를 꺼낸 데 대해 남쪽으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받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 봉쇄를 2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식량과 생필품 등의 수입이 제한되고, 이에 따라 대다수 주민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경제난과 민생고를 해결하려면 국경 봉쇄를 조금이라도 완화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다량의 방역물자도 필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장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대북지원 물품이 북한 남포항에 반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물자 반입은 몇 개월 전 북한 보건성이 중국에 쌓여있던 일부 지원품을 들여오도록 허용해 성사됐습니다.

이번 지원물자 수송으로 중국 다롄항과 남포항 간 바닷길도 1년여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코로나 백신을 비롯한 인도지원 물품 수용이나 교역 등을 위해 국경 봉쇄를 서서히 해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밖에도 북한이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징검다리를 만들려 한다는 등 연락 채널 복원 의도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옵니다.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는 북한의 다음 행보를 보면 윤곽이 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확실한 것은 남북 통신선 복원 소식이 대내 매체를 통해 일반 주민에게도 알려진데다 최고지도자 결심에 따른 조치인 만큼 특별한 명분이 없는 한 북한이 연락 채널을 쉽게 차단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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