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대원 눈물의 사죄…안아준 5·18 유족들

  • 3년 전
◀ 앵커 ▶

5.18 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으로 광주에 간 공수부대원이 무고한 시민을 총으로 쏴 살해했습니다.

그 뒤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려 오던 이 공수부대원이 41년 만에, 자신이 총으로 쐈던 시민의 유가족을 만나러 다시 광주에 가 속죄의 눈물을 쏟았습니다.

계엄군 개인이 양심선언을 한 건 처음입니다.

자위권 차원에서 정당방어로 총을 쐈다던 전두환 군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 역사적인 현장을 우종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5.18 민주화운동이 벌어진 1980년 광주, 당시 계엄군 공수부대원이었던 사내가 무릎을 꿇은 채 묵혀둔 울음을 터뜨립니다.

마주 선 사람들은 이 공수부대원의 총격으로 숨을 거둔 한 청년의 유가족입니다.

[5.18 당시 계엄군 공수부대원]
"그때 당시에 (말 못 하고) 그랬지만 오늘 또 이 자리에서 마음의 상처를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40여 년 만에 이뤄진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

동생을 잃었던 유가족은 그를 끌어안으며, 야속함과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려보냅니다.

[박종수/故 박병현 씨 유가족]
"이제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 이런 마음으로 용서를 하고 싶어요."

## 광고 ##그 해 5월 23일.

7공수여단 소속 중사였던 이 남성은 광주에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낮 2시쯤, 남구 노대동을 순찰하다 '겁을 먹고 도망'가던 시민을 발견한 뒤, 끝내 총을 쏘고 말았습니다.

가해자가 된 이 남성은 자신이 쏜 총에 맞아 숨진 희생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죄책감에 시달려 왔습니다.

희생자는 25살의 박병현 씨, 농사일을 도우려 고향 보성으로 가려다 변을 당했습니다.

최근 5.18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신원이 확인됐고, 가해자가 된 남성은 용서를 빌기 위해 유가족을 찾아왔습니다.

국립 5.18 민주묘지의 피해자 묘비도 찾아 참배했습니다.

[5.18 당시 계엄군 공수부대원]
"감추려고 하다 보면 더 안 좋은 상황만 도래가 될 것이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야 합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이번 사죄를 계기로 더 많은 군인들이 양심 고백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도망치는 비무장 시민들을 겨냥해 총을 쐈다는 건 자위권 차원에서 사격했다는 계엄군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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