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새벽 3시만 되면 그날의 악몽이…"

  • 3년 전
◀ 앵커 ▶

김용균 씨의 사고 현장같은 참혹한 재해장면을 목격한 동료들은 정신적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살아 남았다는 이유로 겪고 있는 죄책감,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분노가 트라우마로 남아서, 일을 계속하지 못할 정도에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어서 조희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18년 12월 10일 새벽 3시, 이인구 씨는 김용균 씨의 사고 현장을 처음 목격했습니다.

그날부터 새벽 3시는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됐습니다.

[이인구/故 김용균 씨 동료]
"3시가 되는 게 두려워져. 제가 용균이를 찾을 때 그때 과정이 계속 (머릿속에) 돌아요. 영화 상영하는 것 같이..."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우울증과 수면 장애로 이어졌고, 결국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휴직계를 내고 2년째 약물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인구/故 김용균 씨 동료]
"김용균이가 점검구로 막 이렇게 들어가는 상상이 매일 드니까..."

## 광고 ##동료의 사망장면을 목격한 뒤 나타나는 정신적 외상 증세는 우울과 무력감, 불안, 생존자로서의 죄책감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분노 등 심리적 증상에 수면 장애 같은 육체적 고통까지 수반됩니다.

이같은 증세는 직장 동료들과 가족에게도 번져나갑니다.

지난 2013년부터 정부는 이런 정신적 외상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최근 5년간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는 146건, 전체 산재의 0.03%에 불과합니다.

눈에 보이는 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김영환/동료 사망 사고 목격]
"'교통사고가 나면 나도 트라우마가 생기느냐?' 그 판사분이 '당신들이 운이 없어서 그렇다' (라고 말하더라고요.)"

[김경택/동료 사망 사고 목격]
"(동료들이) '외상도 없는데 이렇게 오래 쉴 필요가 있느냐?', '괜히 일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거 같다'는 (말을 하죠.)"

이런 상태에서 다시 사고를 목격하면 고통은 두배로 커집니다.

[김경택/동료 사망 사고 목격]
"입사를 한 이후에 두 차례씩이나 동료들이 죽는 경험을 하다 보니까는 자다가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든지 (손발을) 떠는 모습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기업의 97%가 비슷한 사고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악몽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임상혁/녹색병원장]
"다시 그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게 해주고, 그걸(환경을) 개선해야 되죠. 그리고 이분이 치료를 잘 받게 하고‥회사가 하는 일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육체적 손상 못지않게 정신적 외상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

(영상취재 : 나준영 남현택 강재훈 / 영상편집 :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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