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투명 마스크 없나요” 말을 보는 사람들

  • 4년 전


이제 마스크는 필수이지만,

모두가 마스크를 쓴 세상이 유독 막막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마스크 세상은 음소거 상태나 다름 없습니다.

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

[리포트]
[권솔 기자]
"입 모양을 봐야만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청각장애인들인데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로 입을 가리다 보니 일상에서 더 큰 불편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지난 8월 20대 1의 경쟁을 뚫고 바리스타로 채용된 청각장애인 이수빈 씨.

[현장음]
"음료 네 잔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마스크 때문에 의사소통이 힘들 때도 있지만

[이수빈]
"마스크로 가려서 (말)하면 입 모양을 제대로 알 수가 없고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불편하고. 아예 막아버린 느낌?"

점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마음에 새기고 힘을 냅니다.

[이수빈]
"(딸들에게) 엄마도 '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 다 똑같다'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서."

일이 끝나자마자 찾은 곳은 어린이집.

두 딸이 달려 나옵니다.

[이수빈]
"오늘 어린이집 어땠어?"

수지·수아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말하고 듣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자녀 '코다'입니다.

아직 수어가 서툰 둘째와 대화하려면 잠시 마스크를 내려야 합니다.

[이수빈]
"입 모양하고 표정 같이 볼 수 있으니까 이해가 빨라요. 그래서 마스크 잠깐 내려놓고 무슨 말인지 보고 '아, 이 얘기구나' (이해한)다음에 마스크 끼우고."

[안경민 / 남편]
"작은 딸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하면 무슨 말 하는지 잘 몰라서 큰 애가 통역해줄 때가 많아요."

[안수지]
"(마스크 끼면) 거미랑 개미랑 헷갈려요."

이미 시중에 가운데가 투명한 마스크가 나와 있지만,

조금만 이야기를 나누면 한계가 드러납니다.

[권솔 기자]
"이렇게 습기가 차서 사실상 입모양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수빈]
"아예 막는 것보다 투명한 그런 마스크 만들면 좋겠어요."

의사소통의 벽을 마주할 때마다 마스크 없는 세상이 그리워집니다.

[안경민]
"마스크 안 끼고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소통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듭니다."

국립서울농학교 3학년 박세현, 남지원, 손효현 학생.

대학 수시 원서 접수를 마치고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박세현]
"면허 따고 운전해서 친구들이랑 같이 여러 군데 다니면서,
추억 많이 남기고 싶어요."

마스크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사 마음 아픈 일도 있지만,

[박세현]
"(마트에서) 엄마한테 필담했는데 못 알아들어서 (제가) 마스크 내리고 설명하니까 주변 시선들이 딱 느껴져서 눈치 보였어요."

편리할 때도 있습니다.

[남지원]
"비대면 때문에 음식점이나 가게에서 키오스크 기계가 많이 생겨서 편한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아쉽게 끝난 고3 생활과
대학 생활은 달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손효현]
"여행 다니거나 자기계발. 국토종주나 아니면 운전 좋아해서 다른 면허도 따볼까 생각중이에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세 학생도 투명 마스크에 대한 바람은 한결 같습니다.

모두가 불편을 감수하는 요즘,

이들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남지원·박세현·손효현]
코로나 때문에 우리 모두 힘들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힘냅시다.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권솔 기자 kwonsol@donga.com

PD : 김종윤·석혜란
영상취재 : 이영재
인턴기자 : 김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