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대는 빈곤하지 않았다" / YTN

  • 4년 전
'그리스, 로마 신화' 하면 많은 화려한 이미지가 떠오르죠?

그런데 우리 '단군 신화'하면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척박한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우리 고대 신화 이미지가 빈곤한 것, 이것이 우리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화가가 있습니다.

대표적 민중화가 최민화 씨를 이승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1987년 7월 이한열 열사 장례식, 대형 그림이 열사의 마지막을 호위했습니다.

이 열사의 만화 동아리 지도 강사 최민화 씨가 제자들과 하루 밤새 그린 그림입니다.

민중이 꽃이라는 뜻의 예명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그려온 최민화 씨가 사뭇 다른 그림을 선보였습니다.

삼국유사 속 우리 고대 신화를 담은 연작입니다.

신화를 다루는 건 오늘의 문제를 다루는 것과 같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최민화 / 화가 : 그들은(다른 나라는) 항상 과거의 전통을 현재화하고 있다고요, 실제로. (우리는) 도시에 수많은 환경미술품이 있지만 서낭당 하나 현대화해놓은 건 하나도 없잖아요. 이거는 기현상이에요. 기현상.]

환웅과 주몽 등 옛이야기의 영웅이 되살아났습니다.

환웅의 말에 순응한 웅녀보다 따르지 않은 호녀가 작가에겐 더 매력적입니다.

고대 신화 연작에는 동서고금의 경계가 없습니다.

르네상스 회화와 우리 전통 도상이 뒤섞여 있습니다.

환웅이 땅에 내려온 순간은 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 '천지창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최민화 / 화가 : 그들(르네상스인들)이야말로 고대의 신들을 마치 근대인과 같은 정서와 움직임이나 이런 것을 다 해서 제단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신들을 그렸지 않습니까?]

오방색과 힌두의 색채가 섞긴 색감은 역사의 처음이 열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무엇보다 작가가 20년에 걸친 연구와 여행 끝에 그려낸 고대의 풍성한 모습은 스스로에 대한 편견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최민화 / 화가 : 현대인들의 고대에 대한 빈약하고 인색한 인상, 그걸 화가가 수정해줘야 할 의무가 있죠.]

YTN 이승은입니다.

[최민화 개인전 'ONCE UPON A TIME', 갤러리 현대, 9월 2일부터 10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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