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새해를 자축할 겸 와인 바에 잠시 들렀다. 데킬라,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술을 한잔 시켜놓고 생각에 잠길 쯤 갑자기 재채기가 터졌다. 감기기운 탓이었다. 30대 말로 보이는 주인이 살갑게 물었다. “어르신, 추우세요?” 갑작스런 친절엔 약간 당황하는 법, 게다가 내가 늙었다니, 답은 물론 ‘괜찮소!’였다. 사실은 젊은 사장에게 반문하고 싶었다. ‘자넨, 추운가?’ 건장했지만, 추워보였다. 그의 미래는 떨고 있었다. 추위에 몸서리치던 유년시절이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