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감정서, 조작 확인"…경찰 "알고 있었다"

  • 4년 전
◀ 앵커 ▶

여덟 번째 화성 연쇄살인의 진범으로 윤 모 씨를 붙잡을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실제 감정을 실시한 원자력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조작해 전혀 다른 내용의 허위 감정서를 국과수가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988년, 여덟 번째 화성 연쇄살인 현장에선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체모가 발견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마을 주민들의 체모를 일일이 수집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윤 모 씨/여덟 번째 화성사건 재심청구인]
"체포 직전에 제가 5~6번 정도 (체모를) 뽑은 기억이 있어요. (경찰이) 잃어버렸대, 이거를. 또 뽑아달래서 뽑아줬어요. 내 똑같은 음모가 나왔다 그 얘길 하더라고요."

국과수는 현장에서 나온 체모가 윤 씨의 것이라는 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함량이 일치하기 때문에 동일한 시료, 즉, 같은 체모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윤 씨는 진범으로 수감됐고, 국과수와 경찰은 이걸 과학수사의 결과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재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당시 국과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체모를 실제로 감정했던 기관은 한국원자력연구원.

그런데, 이걸 넘겨받아 작성된 국과수의 감정서엔 비교 대상 시료와 수치가 바뀌어 전혀 다르게 기재됐습니다.

결국 윤 씨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 핵심 증거물인 체모의 분석 결과를 조작했다는 얘기입니다.

[박준영/윤 씨 재심 변호인]
"수치가 다릅니다. 동일한 체모를 갖고 감정을 안 했다는 걸 얘기해주거든요. (원소) 12개만 한 게 아니라 40% 편차 밖의 물질은 의도적으로 제거한 게 아닌가."

검찰이 미진한 수사를 지적하며 경찰을 압박하자, 경찰은 '국과수 감정이 조작됐다는 의혹은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맞섰습니다.

검찰은 국과수가 감정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과 함께 이 과정에서 당시 경찰 수사 관계자들도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지수입니다.

추천